달팽이의 속도로

TOPIK 5#60 · Food & cooking

달팽이의 속도로

At a Snail's Pace

Part 1

아침마다 은주는 가게 화분에 붙은 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밤새 기어 봤자 화분 전을 바퀴 도는 고작인 걸음이, 골목 작은 여러 해째 홀로 꾸려 자신의 처지와 어쩐지 닮아 있었다.

장사는 더디다 못해, 이제는 밀린 감당하기 벅찰 지경이었다.

게다가 딸아이의 학원 날짜마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점심은 거른 오래였고, 그녀는 남은 점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듯 .

그래도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주는 언제 그랬냐는 웃어 보였다.

딸에게만은 형편이 어렵다는 내색을 조금도 하고 싶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는 손님상에 우유며 치즈 같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형편은 이래도 유통기한만은 하루도 넘긴 적이 없다는 것이, 은주가 지켜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느릴지언정, 그녀는 매사에 빈틈을 두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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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Part 2

어느 아침에는, 배달을 나가려던 오토바이가 불법 주차 딱지와 함께 버렸다.

보관소를 오가느라, 그러잖아도 아까운 하루가 통째로 사라졌다.

으로, 그날 오후엔 위생 예고도 없이 가게로 들이닥쳤다.

상한 팔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그들은 다짜고짜 주방으로 .

증거랍시고 은주의 가지를 자리에서 갔다.

책임자라는 사내는 변명 따위는 듣지 않겠다는 듯, 말투가 못해 그지없었다.

"규정 위반이면 예외 없이 처벌입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무 잘못도 없이 은주는, 억울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날 저녁, 참다못한 그녀는 해명이라도 하려고 구청 위생과로 .

하지만 담당 공무원마저 그녀의 하소연을 잘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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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2

Part 3

그런데 며칠 뒤, 사건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알고 보니 상한 물건을 쪽은 건너 분식점이었고, 신고서의 주소를 착각해 처음부터 짚고 있었던 것이다.

애먼 은주만 걸려든,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

갔던 며칠 만에 고스란히 돌아왔지만, 조사가 이어지는 동안 은주는 꼼짝없이 가게를 수밖에 없었다.

며칠간의 , 그러잖아도 얼마 없던 단골마저 뿔뿔이 떨어져 나갔다.

뒤늦게 성급함이 부끄러웠던지, 단속 책임자는 어떻게든 싶어 했다.

그가 직접 가게로 찾아온 날, 누구라도 법도 한데 은주는 그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을 따름이었다.

그는 그간의 무례했던 태도를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고는 말뿐인 사과로는 모자라다고 여겼는지, 몸소 나서서 잘못을 하나하나 바로잡기 시작했다.

잘못 발부된 과태료 고지서가 않도록, 그는 손수 우체국까지 가서 취소 서류를 부쳤다.

"제 섣부른 판단 탓에 얼마나 애를 태우셨습니까. 이제 사죄드릴 따름입니다."

은주는 뒤늦은 정성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마침내 그를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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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무렵, 이웃 백화점에서 이름난 요리책 열렸다.

은주는 단골에게서 얻은 장을 손에 쥐고, 딸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았다.

입구의 확인하더니, 사람을 앞자리로 안내했다.

그런데 그날,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일어났다.

즉석에서 '올해의 골목 맛집'으로 은주의 호명한 것이다.

이름 없는 구멍가게가 상을 받으리라고는 누구도 점치지 못했을 법한, 그야말로 .

정작 은주는 선뜻 기뻐하지도 못한 채, 그저 있을 뿐이었다.

좋은 일도 나쁜 일처럼 이토록 불쑥 닥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어쩐지 미덥지가 않았다.

마침 근처 미술관이 날이라 백화점에 인파가 몰린 덕분에, 은주의 수상 소식은 삽시간에 입소문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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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상을 받은 뒤로 가게에는 손님이 부쩍 늘었지만, 은주의 하루는 여전히 더디게 흘러갔다.

다만 손님을 맞는 얼굴에는, 예전 같은 억지웃음 대신 참으로 화색이 돌았다.

어느 저녁,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분이 가게 문턱을 넘다 휘청 몸을 기울였다.

은주는 한걸음에 달려가, 넘어질 뻔한 노인을 팔로 조심스레 자리에 앉혔다.

노인을 손길이 어찌나 다정했던지, 할머니는 그만 눈시울부터 붉혔다.

시장하다는 할머니께 김이 오르는 접시와 데운 잔을 내밀자, 할머니는 고맙기 그지없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런 사람 사는 정이지. , 고맙수다."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불쑥 왔다 버리지만, 그릇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온기만은 결코 서두르는 일이 없음을, 은주는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속도로 흘러온 그녀의 하루하루에도, 마침내 볕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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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ㄹ 지경이다to the point of / on the verge of (an extreme state)

이제는 밀린 전기세조차 감당하기 벅찰 지경이었다.

By now she could barely even manage the overdue electricity bill.

-다 못해beyond being X; so X that it tips over into something else

말투가 직설적이다 못해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His manner went past blunt into something boundlessly harsh.

-기 그지없다utterly, boundlessly (an emotion or quality with no limit)

할머니는 고맙기 그지없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The old woman was so boundlessly grateful she hardly knew what to do.

-(으)ㄹ 따름이다merely; nothing but (do); there is only this and no more

은주는 그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을 따름이었다.

Eunju merely listened to him in silence.

-(으)ㄹ 법하다is plausible/likely; one would well expect (it)

누구라도 삿대질을 할 법도 한데, 은주는 잠자코 있었다.

Anyone might well have railed at him, yet Eunju held her ton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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