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를 들이던 밤

TOPIK 3#3 · Home & daily

상자를 들이던 밤

The Boxes by the Door

Part 1

이사한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민수의 짐은 아직 상자째 앞에 쌓여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면 짐이었지만, 그는 좀처럼 상자를 열지 않았다.

그것은 오랜 생활이 몸에 남긴 버릇이었다.

남의 집을 옮겨 다니는 동안, 그는 언제든 다시 떠날 있도록 짐을 늘리지 않는 법을 익혔다.

이번 집도 결국 년짜리 뿐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그래도 이사 첫날, 이삿짐 트럭이 떠나자마자 그는 부터 꺼내 안을 구석구석 밀었다.

살림살이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걸레로 바닥을 닦고 구석의 먼지까지 치웠다.

벽에 붙은 낡은 만은 반쯤 뜯다가 그만두었는데, 앞사람이 걸어 두었던 자리가 네모나게 하얗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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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1

Part 2

다음 새벽, 민수는 판도 없이 방바닥에 윗도리를 펼쳐 놓고 다리미로 주름을 폈다.

어차피 그의 하루는 대부분 회사 에서 흘러갔고, 집은 잠만 자는 곳에 가까웠다.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매장에서 구경만 하고는 그냥 돌아서곤 했다.

제대로 살림을 갖추는 일이, 왠지 남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은 냉장고 하나와 얻어 전기 주전자면, 잠시 머무는 살림으로는 충분했다.

그날 저녁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동네는 지낼 만하냐고, 이번에는 자리를 잡을 거냐고 물으셨다.

민수는 괜찮다고, 이만하면 됐다고 대답했지만, 정작 어머니가 진짜 묻는 것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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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Part 3

그날 밤, 비가 세차게 쏟아지며 두드렸다.

하얗게 번쩍이고, 커다란 하늘을 가르자 안의 불이 꺼져 버렸다.

어둠 속에서 초를 더듬어 찾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나가 보니 아주머니가 촛불 하나와 들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이 건물은 비만 오면 내려가요. 하나도 무서워할 없어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주머니가 따라 미지근했지만, 모금 넘기자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

아주머니는 예전에 골목에 많았다고 했다.

자기도 아래층에서 삼십 넘게 그중 하나를 했는데, 지금 자리는 편의점으로 바뀌었다며 아쉬워했다.

아주머니는 그의 직장이 어디냐고는 묻지 않고, 그저 여기서 잠은 자냐고만 물었다.

아주머니는 잔을 비우고 일어서며, 다음에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아주머니가 돌아가고 나서, 민수는 한참을 그대로 있다가 앞의 상자들을 하나씩 안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앞사람이 남긴 하얀 자국은, 이번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집은 여전히 년짜리 였지만, 오늘 밤만큼은 처음으로 '내 집'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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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quiz

4 questions on Part 3

Vocabulary

Grammar notes

-자마자as soon as; the very instant one does something

이삿짐 트럭이 떠나자마자 그는 청소기부터 꺼냈다.

The moment the moving truck pulled away, he dug out the vacuum before anything else.

-냐고 하다to ask whether ... (reporting someone's question)

어머니가 이번에는 좀 자리를 잡을 거냐고 물으셨다.

His mother asked whether this time he might settle down a little.

-다고 하다to say that ... (reporting someone's statement)

아주머니는 예전에 이 골목에 다방이 참 많았다고 했다.

The lady said this alley had once been full of tea rooms.

-자고 하다to suggest that we ... (reporting someone's suggestion)

아주머니는 다음에 또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The lady said they ought to have tea together again sometime.

-아/어 버리다to do completely / for it to happen on one — often abruptly or to one's dismay

온 집 안의 불이 툭 꺼져 버렸다.

Every light in the flat went out with a s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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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questions on the whol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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