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칼
The Slow Knife
눈을 뜨자마자 지호는 벽시계를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오늘은 장학금 를 마지막 날인데, 그만 을 자 버린 것이다.
에는 와 가 들어 있었고, 마지막 칸에는 그의 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이사하면서 어딘가에 넣어 둔 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속이 안 좋아서, 지호는 를 한 알 삼키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없이는 를 낼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호는 대충 겉옷을 걸치고 집을 뛰쳐나왔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찬 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지호는 으로 힘껏 달렸다.
급하게 신을 신어서 끈이 풀려 있었지만, 다시 묶을 틈은 없었다.
그는 에 더 힘을 주고 앞으로 내달렸다.
은 벌써 얼어 감각이 없었고, 이따금 으로 흐르는 콧물을 훔쳤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골목 어귀의 낡은 도장집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지호는 망설임 없이 방향을 틀어 그 좁은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 하나만 지금 당장 파 주실 수 있을까요?"
Checkpoint quiz
4 questions on Part 2
백발의 노인은 서두르는 기색 하나 없이 지호를 찬찬히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우선 앉아서 숨부터 돌리자고 했다.
노인은 작은 칼을 들어 지호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 하나를 꺼냈다.
젊었을 적 자기 스승은 글자 하나를 한 달 내내 파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지호가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에도, 노인의 칼은 조금도 빨라지지 않았다.
가게 구석에 고양이의 부드러운 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지호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의 힘이 풀렸다.
그사이 은 에서 조금씩 또렷한 모양을 갖춰 갔다.
마침내 노인이 완성된 을 붉게 찍어 건네자, 지호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지호가 값을 물어도 노인은 손을 저었고, 그 뜻밖의 에 지호는 코끝이 찡했다.
지호는 노인의 거칠고 따뜻한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를 나눴다.
다시 사무실로 달려간 지호는 을 몇 분 앞두고 무사히 를 .
는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앞으로 어떤 에 을 찍든, 지호는 오늘 아침의 그 느린 칼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았다.
Checkpoint quiz
4 questions on Part 3
Vocabulary
Grammar notes
눈을 뜨자마자 지호는 벽시계를 보고 숨이 턱 막혔다.
The instant he opened his eyes, Jiho looked at the wall clock and his breath caught.
노인은 지호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새기면서, 옛날얘기 하나를 꺼냈다.
As he carved Jiho's name stroke by stroke, the old man brought out an old story.
사무실로 가는 길에, 골목 어귀의 낡은 도장집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On the way to the office, an old seal shop at the mouth of the alley suddenly caught his eye.
노인은 우선 앉아서 숨부터 돌리자고 했다.
The old man suggested they sit down and catch their breath first.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지호는 어깨의 힘이 풀렸다.
Gazing absently at the cat's soft fur, Jiho felt the tension leave his shoul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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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