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붓을 들기까지

다시 붓을 들기까지 Until He Took Up the Brush Again

Part 1

준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꿈이 하나 있었다.

서른이 넘도록, 그는 언젠가 가 되기를 남몰래 왔다.

평일의 그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회사원이었지만, 주말이면 늘 미술관에 있었다.

거기서 그는 몇 시간이고 조용히 그림을 .

그날 시립 미술관에서는 한 신인 의 를 있었다.

사실 준호는 그림의 조차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몇 해 전 큰맘 먹고 붓을 들었다가, 며칠 만에 그만 놓아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림을 알아보는 눈만큼은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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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전시장 안쪽, 유난히 커다란 그림 한 점이 그의 눈길을 붙들었다.

화면 가득, 부드러운 형태들이 물속을 떠다니는 것처럼 놓여 있었다.

그 위로는 깊고 짙은 가 잔물결처럼 번지고 있었다.

준호는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때 벤치 밑에 엎드려 있던 작은 강아지가 다가와 그의 옷소매를 살짝 .

안내 데스크 옆에는 전시를 알리는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 속 인물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었다.

준호는 저 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일 거라고 멋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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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강아지를 데리러 온 사람은 곁에 서 있던 중년 남자였는데, 준호는 그를 미술관 안내인쯤으로 여기고 마음 놓고 속엣말을 털어놓았다.

들이 마치 누군가 자기에게 조용히 을 빌어 주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한때 자기도 붓을 잡아 봤지만 재능이 없어 일찌감치 접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참을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저 그림, 사실은 제가 그렸습니다."

사진 속 은 전시를 홍보하러 온 모델이었고, 정작 는 눈앞의 이 남자였던 것이다.

의 과 나이를 제멋대로 자신이, 준호는 몹시 부끄러웠다.

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준호에게,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림 앞에서는 나이도 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때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났고, 전시장의 큰 문이 스르르 버렸다.

"이네요. 벌써 문 닫을 시간이 지났나 봐요." 남자가 껄껄 웃었다.

남자는 준호에게 을 건네고는, 언제든 에 들러 같이 그림을 그려 보자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준호는 오래 미뤄 둔 붓을 다시 꺼내, 이번에는 부터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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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았/었다가did something and then reversed or undid it

큰맘 먹고 붓을 들었다가 며칠 만에 놓아 버렸다.

He worked up his nerve and took up a brush, only to set it down again within days.

-다가in the middle of one action, switching to another

준호는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무릎을 굽혀 앉았다.

Junho stood before it a long while, then sank to his knees.

-아/어 버리다do completely / end up doing (often with regret or a sense of finality)

전시장의 큰 문이 스르르 닫혀 버렸다.

The great door of the hall slid shut.

-자고 하다suggest that we do something (reported suggestion)

언제든 작업실에 들러 같이 그림을 그려 보자고 했다.

He suggested that Junho drop by the studio anytime and paint together.

-는데sets up a background clause before the main point (…, and so / but)

우연히 곁에 서 있던 수수한 중년 남자였는데, 준호는 그를 안내인쯤으로 여겼다.

It was the plain middle-aged man who happened to be beside him—and Junho took him for a guard.

-나 보다it seems / must be (an inference from evidence)

벌써 문 닫을 시간이 지났나 봐요.

It seems closing time has already come and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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