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화장대

할머니의 화장대 What We Keep

Part 1

지우는 토요일 아침 내내, 팔리지도 않을 물건들 앞에 앉아 날 대로 나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봄마다 나눔 장터가 열렸고, 안 쓰는 물건에 '무료' 붙여 이웃에게 거저 내주는 날이었다.

엄마는 지난밤에 안내문을 직접 단지 곳곳에 붙였다.

지우네 자리에는 아빠가 한 번도 매지 않은 , 새것에 밀려난 낡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쓰시던 있었는데, 거기에도 똑같이 '무료'라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난겨울에 돌아가셨고, 매일 아침 그 앞에 앉아 머리를 빗으시던 모습이 지우는 아직도 눈에 선했다.

할머니는 몇 년째 무릎이 성치 않아, 지우 손을 잡고 동네 다니시곤 했다.

에서 할머니의 외워 또박또박 부르는 건, 언제나 지우 몫이었다.

간호사가 손녀 참 야무지다고 칭찬하면, 할머니는 그 말을 두고두고 자랑하셨다.

제대로 내놓으면 몇 만 원은 받을 텐데, 엄마는 그냥 무료라고 적어 두었다.

낡은 물건은 버려야 새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고, 지우는 아침 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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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옆집 민호가 몸을 흔들며 좌판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간밤에 비가 온 뒤라, 물기가 밴 미끄러지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민호는 몇 걸음 못 가 넘어졌고, 무릎이 발갛게 까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민호는 "제가 오늘 이 장터 첫 번째 !" 하고 부렸다.

엄마가 구급상자를 가져와 까진 자리를 주는 동안, 지우도 어느새 좌판을 등지고 그 구경에 끼어 있었다.

소란이 가라앉고 무심코 좌판 쪽으로 돌아섰을 때, 웬 아주머니가 할머니의 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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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그건… 안 돼요." 지우는 저도 모르게 붙잡았다.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여기 무료라고 있잖아요?" 하고 되물었다.

"그거… 저희 할머니 물건이거든요." 지우의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사실 지난주 가족 , 할머니의 물건은 모두 트럭에 실어 보내기로 정한 뒤였다.

그때는 지우도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그 실려 나가려 하자 마음이 달라졌다.

다가온 엄마에게, 지우는 스스로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그냥 낡은 가구가 아니라, 할머니가 남기신 단 하나의 잖아요."

엄마는 한동안 지우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반대쪽 끝을 함께 들어 올렸다.

이제 그 소리 내어 부를 일은 다시 없을 테지만, 지우는 그 숫자만은 여태 잊지 않고 있었다.

먼지 앉은 거울을 소매로 닦아 내자, 그 안에는 할머니 대신 지우의 얼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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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ㄹ 텐데it would/should (be) ..., but — an expectation set against what actually happened

제대로 내놓으면 몇 만 원은 받을 텐데, 엄마는 화장대에 그냥 무료라고 적어 두었다.

Sold properly it would have fetched a fair bit, but Mom simply wrote 'Free' on the table.

-기 쉽다is easy to (do); is apt to happen

물기가 밴 잔디밭은 미끄러지기 쉽다.

A lawn that damp is an easy place to slip.

-거든요..., you see — giving a reason or backstory the listener didn't know

그거… 저희 할머니 물건이거든요.

That… it's my grandmother's, you see.

-잖아요..., you know / isn't it — appealing to something the listener should already recognize

할머니가 남기신 단 하나의 유물이잖아요.

It's the one keepsake Grandmother left behind, you know.

-다가was doing one thing, then shifted to another (interruption/turn)

엄마는 한동안 지우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화장대의 반대쪽 끝을 함께 들어 올렸다.

Mom looked at her a while, then, without a word, took up the other end of the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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