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비기는 바둑

늘 비기는 바둑 Always a Draw

Part 1

민수는 벌써 두 해째, 치르는 그 시험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다.

학원비를 버느라 정작 책을 펴고 앉을 시간은 늘 모자랐다.

밤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경비로 일했고, 낮에는 같은 건물 시험을 준비했다.

그렇게 뒤바뀐 생활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공부를 시작하던 해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제법 단단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시험이 다가올수록 그 자신감은 얇아지기만 했다.

그는 며칠씩 두꺼운 문제집과 씨름했다.

평소 같으면 진작 손을 놓았을 테지만, 민수는 매일 몸을 책상 앞에 붙였다.

시험이란 첫머리에서 몇 문제만 어긋나도 그대로 끝장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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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한 늘 같은 자리에 와서 앉았다.

노인은 왕조의 흥망을 다룬 두꺼운 역사책만 골라 읽었다.

그는 책장을 넘기기 전에 맨 뒷장의 출판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다.

한번은 그 노인이 빌린 책 한 권을 반납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뒤늦게 돌려준 그 책에는 웬만한 새 책값에 맞먹는 붙어 있었다.

"이 늙은이가 책을 읽은 값일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민수는 그런 노인을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밤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해서, 짬이 날 때면 두 사람은 구석에서 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번을 두어도 두 사람의 늘 .

승패가 좀처럼 갈리지 않는 그 바둑이 민수는 은근히 약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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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시험을 코앞에 둔 어느 , 민수는 잠을 끊다시피 했다.

근무를 마치고 나서도 그는 곧장 문제집을 펼쳤다.

몰아붙인 탓에, 글자가 눈앞에서 흐물흐물 흘러내렸다.

그러던 어느 새벽, 민수는 문제집에 얼굴을 묻은 채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노인은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흐트러진 을 하나씩 제자리에 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젊은이, 바둑은 진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닐세."

" 몇 집 손해를 봤다고 판을 엎어 버리는 사람은, 끝내 이기는 법을 배우지 못하지."

" 승부를 내려는 조급함이, 오히려 판 전체를 그르치는 법이거든."

어느 한 실수가 아니라, 끝까지 판을 읽어 내는 끈기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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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그날의 마지막 여느 때처럼 , 민수는 처음으로 그 무승부가 싫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니라, 이번에는 스스로 문제집을 펼쳤다.

노인 덕분에 그는 시험을 하나의 긴 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해 시험은 그 시험 가장 까다로웠던 축에 든다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수많은 몇 문제에 무너져 시험장을 일찍 빠져나갔다.

민수도 첫 장부터 손끝이 떨렸으나, 이번만큼은 판을 엎지 않았다.

긴장으로 인해 뿌옇게 흐려졌던 머릿속이, 한 문제씩 풀어 가는 사이 조금씩 맑아졌다.

젊은 시절에 은퇴한 바둑 사실은, 한참 뒤에야 민수의 귀에 들어왔다.

그제야 민수는, 늘 그 숱한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시험이 끝난 뒤로도 그는 그 들러, 아무도 없는 혼자 정리하곤 했다.

인생에는 환한 시절도, 야간처럼 캄캄한 시절도 있는 법이라고, 그는 이제 담담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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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느라(고)because one is busy doing (usually with a negative result)

학원비를 버느라 정작 책을 펴고 앉을 시간은 늘 모자랐다.

Busy earning his tuition, he never had time to actually sit down with a book.

-고 해서partly because ... (among other reasons)

밤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해서, 두 사람은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Partly because no one came or went at night, the two took to playing baduk.

-(으)ㄴ/는 탓에owing to (a bad cause), because of

밤낮없이 몰아붙인 탓에, 대낮에도 글자가 흐물흐물 흘러내렸다.

From driving himself day and night, the letters swam before his eyes even in daylight.

N 덕분에thanks to (a good cause), owing to

노인 덕분에 그는 시험을 하나의 긴 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Thanks to the old man, he came to see the exam as one long game.

-(으)로 인해due to, caused by (formal written cause)

긴장으로 인해 뿌옇게 흐려졌던 머릿속이 조금씩 맑아졌다.

The mind that nerves had fogged over gradually began to clear.

-(으)ㄹ수록the more ..., the more ...

시험이 다가올수록 그 자신감은 줄곧 얇아지기만 했다.

The nearer the exam drew, the more his confidence kept wearing t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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