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지 못한 외투

TOPIK 4#5 · Emotion & mind

손대지 못한 외투

The Coat She Couldn't Mend

Part 1

은주는 골목 년째 혼자 꾸려 여자였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면, 그녀의 눈은 밤이 깊도록 남의 옷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구겨진 셔츠 장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 반듯해졌다.

뜯긴 바지를 깁고 늘어진 치맛단을 일은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밀린 일감을 쳐내느라 은주는 정작 창밖 겨를이 없었다.

이웃들은 그런 그녀를 불렀지만, 은주 자신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았다.

손을 놀리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은주에게는 그편이 오히려 견딜 만했다.

그런 그녀의 가게에서 하나, 해가 지나도록 손대지 않은 물건이 있었다.

구석 옷걸이에 걸린, 낡은 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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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해 봄, 말끔한 정장 차림의 하나가 가게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골목 일대를 통째로 사들이는 대기업 보낸 직원이었다.

오래된 골목 밀어내고 자리에 번쩍이는 매장을 세울 셈이었다.

회사가 값을 두둑이 쳐주는 바람에, 이웃 가게들은 하나둘 도장을 찍었고 골목은 절반이나 어두워졌다.

"조건은 얼마든지 맞춰 드리겠습니다." 청년이 서류 봉투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은주는 봉투를 도로 밀어 놓으며 또렷한 목소리로 .

"이 내가 자라 세월이 통째로 깔려 있어요. 돈으로 값을 매길 자리가 아닙니다."

청년은 회사의 지시일 뿐이라고 , 이상하게도 그녀를 세게 몰아붙이지는 못했다.

그가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갈수록, 은주는 더욱 독하게 바늘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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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결국 골목 전체가 손에 넘어갔고, 문을 닫을 날을 받아 두어야 했다.

가게를 정리하던 은주의 손이, 구석의 외투 앞에서 우뚝 멎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입었던 .

진작 있었고, 안감 아예 뜯겨 나가고 없었다.

선뜻 손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 해서, 은주는 년째 옷을 그대로 .

밤낮으로 일에 지낸 것도, 실은 외투를 마주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다.

옷을 고치고 나면 어머니를 정말로 떠나보내는 같아, 마지막 벌만은 미뤄 왔던 것이다.

닫는 날을 며칠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었다며 다시 가게를 찾아왔다.

그는 이상 않았다. "사장님을 내쫓는 일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회사의 지시만 따르던 사람이 내민 뜻밖의 , 은주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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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작은 덕분에, 은주는 해나 미뤄 일을 그제야 손에 잡았다.

끝에 발라 바늘귀에 꿰고, 그녀는 외투를 무릎 위에 천천히 펼쳤다.

남의 옷은 서둘러 쳐내던 그녀가, 벌만은 , 그리고 더없이 천천히 손봤다.

뜯긴 제자리에 맞추고, 이었으며, 깊이 구김을 정성껏 .

바늘을 놀리다 문득, 은주는 자신을 그토록 몰아세우던 진짜 비로소 깨달았다.

손이 바쁜 동안에는,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과 마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완성한 햇살 드는 창가에 걸어 두자, 은주는 자신을 오래 가둬 비로소 있었다.

그러고는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창밖을 가만히 .

벚나무가 눈처럼 흩날리고 있었고, 흔한 풍경이 은주에게는 더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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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느라(고)because one is busy doing (so something else can't happen)

밀린 일감을 쳐내느라 은주는 창밖 한 번 내다볼 겨를이 없었다.

Busy clearing the backlog of work, Eunju hadn't a moment to glance out the window.

-는 바람에on account of (a sudden, often unwelcome cause)

회사가 값을 두둑이 쳐주는 바람에 이웃 가게들은 하나둘 골목을 떠났다.

Because the company paid so handsomely, the neighboring shops left the alley one by one.

-았/었던that once was or did (a completed action, recalled from the past)

그것은 어머니가 생전에 즐겨 입었던 외투였다.

It was a coat her mother had loved to wear when she was alive.

-고 해서partly because ... (and for other reasons besides)

선뜻 손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 해서, 은주는 그 옷을 그대로 놓아두었다.

Partly because she couldn't bring herself to try, among other reasons, Eunju left the garment as it was.

N 덕분에 / -(으)ㄴ 덕분에thanks to, owing to (a welcome cause)

그 작은 배려 덕분에, 은주는 몇 해나 미뤄 온 일을 그제야 손에 잡았다.

Thanks to that small kindness, Eunju finally took up the task she had put off for years.

-더라고요reporting what one witnessed or felt firsthand (recalled, colloquial)

사장님을 내쫓는 일이 내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Driving you out of your shop weighed on me the whole time, you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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