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의 빈 의자

TOPIK 4#7 · Emotion & mind

이발소의 빈 의자

The Empty Chair

Part 1

손님이 끊긴 오래인 문을, 병철 씨는 그래도 아침마다 열었다.

낡은 회전 간판은 멈춘 오래였고, 거울 가죽 의자도 온종일 비어 있곤 했다.

그래도 그는 날마다 가위와 빗을 정갈하게 닦아 제자리에 두었다.

젊은 시절 의자에 앉았던 얼굴들을, 그는 아직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이제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아내를 먼저 보낸 뒤로 그의 저녁은 유난히 .

낮의 , 밤의 적막은 뼛속까지 시렸다.

손님도 없고 해서, 그는 아침이면 가게 참새 얹어 두곤 했다.

포르르 날아든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가게의 유일한 .

이따금 그는 마당에 나가 바람을 들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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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러던 어느 봄날, 낯선 청년이 문을 밀고 들어섰다.

이런 시골 이발소에 젊은 손님이라니, 그로서는 여간 아니었다.

청년은 도시에서 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카메라 가방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 오래된 이발소의 궁금해서 길을 찾아왔습니다."

남의 낡은 가게를 무엇하러 사진에 담겠다는 것인지, 병철 씨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의 진지한 태도에, 그는 이내 경계를 풀고 느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옛이야기를 마디 천천히 들려주기 시작했다.

청년은 이야기를 대목도 놓치지 않으려는 공책에 옮겨 적었다.

"처음엔 그저 지나쳤는데, 자꾸 골목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오랜만에 나눈 대화가 병철 씨의 굳어 있던 마음을 조금씩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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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그해 겨울, 마을에 난데없는 사흘 밤낮으로 쏟아졌다.

길이란 길은 모두 끊겨, 홀로 사는 노인들의 당장 걱정이었다.

병철 씨는 눈에 갇힌 이웃 노인들의 안부를 누구보다 깊이 .

그는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매서운 바람에 절로 이맛살을 문을 나섰다.

지난가을 손수 거둬들였던 찧어 쌀자루에 담아, 그는 눈길을 헤치며 이웃집을 하나하나 돌았다.

쌀자루를 건네받은 노인들은 손으로 그의 손을 한참이나 붙잡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는 잊지 않고 채워 두었다.

눈보라 속을 오래 오가느라 온몸이 젖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조금도 시리지 않았다.

이웃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동안만큼은, 그를 오래 짓누르던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아주 오랜만에 깊고 따뜻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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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이듬해 봄, 청년이 엮은 사진집이 조용히 세상에 나왔다.

뜻밖에도 낡은 담은 사진들이 도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서점마다 책을 발길이 이어졌다.

급기야 방송국까지 지난겨울의 이야기를 취재하러 찾아왔지만, 카메라 앞에 그의 뜻밖에도 짧고 .

"이웃이 굶을까 일인데,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요."

남을 도운 일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을, 그는 오히려 .

출판사는 그에게 정당한 몫을 , 다달이 얼마간을 부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정작 데운 것은 그런 돈이 아니라, 사라질까 두려웠던 얼굴들과 낡은 가게가 권의 책으로 오래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청년은 훗날, 사진들이 꿈의 새로운 되었다고 전해 왔다.

청년 덕분에, 오래 닫혀 있던 그의 세계에도 다시 볕이 드는 듯했다.

이제 그는 의자를 바라보면서도 좀처럼 얼굴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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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았/었던a recollected-past modifier: 'that once did / used to be', recalling a completed action or state

젊은 시절 이 의자에 앉았던 얼굴들을, 그는 아직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The faces that had once sat in this chair in their younger days—he remembered them still, one by one.

-곤 하다used to / would (repeatedly) do — a recurring habitual action, often in the past

거울 앞 가죽 의자도 온종일 비어 있곤 했다.

The leather chair before the mirror would sit empty all day long.

-고 해서partly because…, among other reasons — one cited reason standing in for several

손님도 없고 해서, 그는 아침이면 가게 앞 나뭇가지에 참새 먹이를 얹어 두곤 했다.

Since there were no customers anyway, each morning he would set out sparrow feed on the branch in front of the shop.

-더라고요reporting something one personally witnessed or realized (colloquial, spoken)

처음엔 그저 지나쳤는데, 자꾸 이 골목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At first I just passed it by, but this alley kept lingering in my mind, you know.

N 덕분에thanks to, owing to (a good cause or someone's help)

그 청년 덕분에, 오래 닫혀 있던 그의 세계에도 다시 볕이 드는 듯했다.

Thanks to that young man, sunlight seemed to fall once more even into his long-shuttered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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