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맞잡은 두 사람

손을 맞잡은 두 사람 The Boy Who Only Drew

Part 1

여섯 달이 지나도록 지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위에서만은 쉼 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쥔 손이 아플 정도로, 그는 종이마다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손을 맞잡은 두 사람. 그것이 지호가 그리는 그림의 전부였다.

민수는 이 장애 돌보는 .

서류 위에서 지호는 ‘도움이 필요한 ’이라는 한 줄로 요약되었고, 다른 그는 그저 그런 아이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아이를 아는 만큼 그 아이가 보이는 법이라, 민수는 그 한 줄 아래에 있는 보려 했다.

어느 날 지호는 제 책상을 넘어 벽까지 온통 뒤덮어 놓았다.

다른 사람 같으면 아이를 상황이었지만, 민수는 그 서툰 선들에서 가 아니라 하나의 읽어 냈다.

그림은 말 대신 지호가 건네는 문장이었고, 민수는 그 문장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민수는 아이들을 한 명씩 집까지 했다.

지호의 작은 손이 제 손안에 담기던 그 짧은 길을, 민수는 하루 중 가장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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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날 저녁 돌아오니, 좁은 집은 처가 식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첫 돌이고 해서, 양가 식구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참이었다.

민수의 나란히 앉아, 서로 안아 보겠다며 조용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민수의 품에 안기며 “, 이제 애 아빠 다 됐네” 하고 놀렸다.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 조카들 손에 용돈을 한 장씩 쥐여 주었다.

케이크의 초 하나에 불이 붙자, 민수는 문득 꼭 일 년 전 밤을 떠올렸다.

그가 처음 아버지가 되었던 그 밤, 그는 손을 붙잡고 앞을 몇 시간이나 서성였다.

첫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리던 순간, 그는 한 생명이 오롯이 자신에게 맡겨졌음을 난생처음 실감했다.

그날 이후, 아이들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온 세상이라는 사실이 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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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뜰 무렵, 민수를 조용히 베란다로 불러냈다.

한동안 밤공기만 바라보다가, 사위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남 돌보는 일도 좋다만, 이제 네 앞가림도 하고 부모님께 살아야지.”

남들처럼 평범한 사는 게 뭐 그리 나쁘냐고, 넌지시 덧붙였다.

민수는 반박하지 않았다.

장인의 안쓰러움이, 세상이 지호를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만 보는 그 시선과 결국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런 그림을 , 그런 일을 그저 애들 장난쯤으로 여기곤 했다.

그래도 민수에게 지호는 도움의 대상이기 이전에,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하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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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이튿날 아침, 복도에서는 아이들의 그림을 건 작은 전시회가 열렸다.

그림들이 벽을 따라 나란히 내걸렸고, 그것을 보러 와 지호의 그림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민수를 한쪽으로 부르더니, 이곳의 진짜 다름 아닌 자네라고 말했다.

민수는 겸연쩍어 그저 옅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때 지호가 다가와, 접은 종이 한 장을 민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펼쳐 보니,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손을 맞잡고 어딘가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여섯 달 동안 한마디도 없던 아이가, 그림 속에서 민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젯밤 식탁에서 그가 걱정과 연민의 대상, 하나의 ‘역할’이었다면, 이 아이에게 그는 그저 민수라는 한 사람이었다.

민수는 그림을 고이 접어 가슴 주머니에 넣고, 여느 날처럼 지호를 집까지 .

작은 손이 제 손안에 다시 담기는 동안, 그는 세상도 끝내 보지 못한 것을 조용히 깨달았다.

한 사람을 알아보는 데에는, 애초에 그 어떤 이름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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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ㄹ 정도로to the extent that; so much that

크레파스를 쥔 손이 아플 정도로, 그는 종이마다 똑같은 그림을 그렸다.

To the point that the hand gripping the crayon ached, he drew the same picture on every sheet.

-(으)ㄴ/는 만큼as much as; in proportion to (how much)

아이를 아는 만큼 그 아이가 보이는 법이다.

You see a child only as much as you know him.

-았/었던that once was/did (a completed past, recalled)

그가 처음 아버지가 되었던 그 밤, 그는 분만실 앞을 서성였다.

That night he first became a father, he paced outside the delivery room.

-곤 하다would (habitually / repeatedly) do

수업이 끝나면 민수는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주곤 했다.

When class ended, Minsu would walk the children home one by one.

-고 해서partly because (of that), among other reasons

아가의 첫 돌이고 해서, 양가 식구가 한자리에 모였다.

It was the baby's first birthday, and partly for that both families gathered in one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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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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