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은 문턱
The Highest Threshold
열두 살 지호는 마루 위에서라면 무엇이든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정작 아버지의 방문 하나는 끝내 넘지 못했다.
아이의 몸에는 를 위해 태어난 듯한 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 재능을 늘 위험이라는 말로 바꾸어 불렀다.
지역 대회의 참가 신청서는 가 직접 제출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지호는 며칠째 아버지를 , 아버지는 번번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을 미루기만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안전에 관해서라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파고드는, 지나치게 사람이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는 라는 말만 나와도 아예 입을 닫아 버리던 사람이었다.
지호는 아버지가 잠든 밤이면 거실에 얇은 매트를 혼자 연습을 시작했다.
낮에 몰래 둔 연습 앱을 켜고, 화면 속 동작을 하나씩 제 몸에 새겼다.
그런 밤이 며칠이나 이어지던 어느 새벽, 소리 없이 방문이 열리고 아버지가 그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부엌으로 가더니, 낡은 에 물을 올렸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대회 날 이른 아침, 아버지는 끝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호를 차에 태우고 에 올랐다.
그런데 얼마 못 가, 앞쪽에서 난 사고 때문에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다.
차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좁은 차 안에 지호의 마음은, 바깥의 보다 더 꽉 막혀 있었다.
열린 창틈으로 들어온 한 마리마저 빠져나갈 길을 잃고, 아이의 얼굴 앞을 성가시게 맴돌았다.
지호가 신경질적으로 를 쫓다가, 그렇게 자신이 새삼 느껴졌다.
반면 아버지는 그 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앞유리 너머만 바라보며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이윽고 아버지가 먼저, 아들이 잔뜩 굳어 있다는 것을 조용히 .
"네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작은 실수가 아니라 실패 그 자체일 거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들을 나무라기보다, 오래전 자신조차 넘지 못했던 무언가를 뒤늦게 꺼내 놓는 듯했다.
그는 아들을 막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 방식으로나마 아들을 두려움에서 지켜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가 풀렸을 때, 대회는 이미 막바지에 접어들어 있었다.
지호가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을 때 그의 순서는 거의 끝나 가는 데다가, 심사위원들은 작은 흠 하나 놓치지 않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다.
무대 뒤 좁은 통로에서, 남은 참가자들은 저마다 숨을 죽이고 자기 차례를 있었다.
지호는 매트 위에 무릎을 , 손바닥에 하얀 가루를 문질러 발랐다.
마른침을 순간, 조금 전 아버지가 건넨 말이 귓가에 되살아났다.
원래 준비한 연기는 안전하게만 짜여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어려운 동작 하나를 즉석에서 .
실패가 두려워 몸을 사리는 대신, 그는 실패를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기로 한 것이었다.
지호는 온 힘을 끌어모아 높이 솟아올랐고, 공중에서 몸을 한 송이 꽃처럼 활짝 펼쳤다.
그것은 누구의 도움도, 누구의 허락도 없이 오롯이 완성한 무대였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자, 잠시 숨이 멎은 것 같던 심사장에서 뒤늦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좀처럼 점수에 인색하던 심사위원들도, 이번만큼은 그의 을 두고 짧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호는 생애 처음으로, 오롯이 자기 힘으로 얻어 낸 상을 손에 쥐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다시 낡은 를 불에 올리더니, 오래된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왔다.
그것은 색이 다 바랜, 지호의 것과 똑 닮은 낡은 선수용 손목 였다.
지호는, 아버지의 그 지나친 조심성이 실은 불신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말없이 내민 그 낡은 물건이야말로, 아버지가 평생 입 밖에 내지 못한 고백이었다.
오랜 침묵과 조심성은, 그제야 두 사람 사이에 미뤄 두었던 하나를 단단히 주었다.
아버지가 김이 오르는 잔을 아들 쪽으로 조용히 밀어 놓자, 지호는 그 손을 오래 바라보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는 체조라는 말만 나와도 입을 닫아 버리던 사람이었다.
Just this time last year, he was a man who would clam up at the mere mention of gymnastics.
창틈으로 들어온 파리 한 마리마저 빠져나갈 길을 잃었다.
Even a single fly that had slipped in through the window had lost its way out.
그는 아들을 막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지켜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It was not that he wanted to hold his son back; he had only wanted to shield him from fear.
그의 순서는 거의 끝나 가는 데다가, 심사위원들은 까다로운 사람들이었다.
His turn was nearly over, and on top of that, the judges were exacting people.
말없이 내민 그 낡은 물건이야말로 아버지가 평생 하지 못한 고백이었다.
That worn object, held out without a word, was the very confession his father never made.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부엌으로 가더니, 낡은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Without a word, the father went into the kitchen and then set water to boil in the old ke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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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