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뒷모습

TOPIK 4#28 · Nature & weather

그 여자의 뒷모습

The Woman We Never Saw

Part 1

우리 아파트 사람들은 8층 802호 여자를 이미 분류해 두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흐트러짐 없이 차림이었고, 복도에서 마주쳐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법이 없었다.

절제된 태도를 두고 이웃들은 있는 척한다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사실 그녀는 이웃과 말을 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와도 굳이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곤 했다.

또한 그런 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조용한 사람보다 시끄럽고 살가운 이웃을 .

지난달만 해도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간 뒷말에 슬그머니 한마디를 보탰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사는 하나뿐이니 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었지만, 우리는 속까지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마가 가까워지자 관리실은 게시판에 안내문 장을 붙였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안내문 앞에서, 802호 여자만은 한참을 서서 글자를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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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날 밤, 여러 이어지던 비가 끝내 되어 아파트를 덮쳤다.

지하 주차장으로 흙탕물이 삽시간에 차오르더니, 이내 단지가 정전으로 멈춰 섰다.

정전과 동시에 복도의 등이 모조리 나가 버려, 눈앞이 .

어둠이 짙어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만 부질없이 커져 갔다.

요란하게 울렸고, 건물 안은 순식간에 났다.

사람들은 서로를 부르며 뛰어다녔지만, 바로 이웃의 얼굴조차 알아볼 없었다.

관리실은 방송으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거듭 .

그러나 빗소리와 비명에 뒤섞여, 방송을 끝까지 들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래층 현관에 모두 모인 뒤에야, 4층 부부는 준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 어머니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모두가 계단 위쪽을 올려다볼 뿐, 아무도 선뜻 발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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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나도 다르지 않아서, 어둠 속으로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802호 여자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와, 계단을 바라보며 위로 올라갔다.

그제야 나는 게시판 앞에 오래 있던 그녀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이런 밤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 계단을 막는 행위를 경고문도, 끝까지 읽은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이더라도 그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고, 불빛 하나에 기대어 층씩 더듬어 올라갔다.

준은 4층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아이의 살핀 뒤, 낮고 잔잔한 목소리로 준을 달랬다.

"괜찮아, 이모 잡고 천천히 내려가면 돼." 목소리에는 오래 몸에 침착함이 있었다.

물이 로비까지 밀려들기 직전, 사람은 정문으로 무사히 빠져나와 .

모두가 얼어붙어 있을 정작 몸을 움직인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차갑다고 여겼던 바로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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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이튿날, 누군가 장면을 찍은 짧은 아파트 대화방에 올라왔다.

방은 얼마 전까지 그녀의 뒷말이 오가던 바로 방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사람을 멀리하며 살아왔는지는, 오랫동안 이웃들 사이의 .

그러나 답은 소문보다 한참 시시했다.

그녀는 오래 응급실을 지키다 은퇴한 간호사였을 뿐이었다.

그녀가 오래도록 것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그것은 그저 자신의 지난날과, 조용히 살아갈 권리였을 뿐이다.

우리는 침묵을 존중하기는커녕, 자리를 멋대로 못된 이야기로 채워 넣었음을 이제는 부정할 없었다.

이웃들이 새삼 그녀를 칭송하는 동안, 나는 오히려 대화방을 다시 열어 수가 없었다.

지나간 뒤, 관리실은 비바람에 떨어져 나간 안내문을 새로 붙였다.

앞에 다시 걸음을 멈춘 그녀 곁에, 이번에는 나도 말없이 서서 같은 글자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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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ㅁ (명사형 어미)nominalizes a whole clause into an abstract noun serving as subject/object — a hallmark of formal L4 written prose

그녀가 오래도록 감추어 온 것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Only belatedly did we grasp that what she had so long kept hidden was no grand secret at all.

-(으)ㄴ/는 셈이다amounts to; is practically/effectively the case

아는 것이라곤 사는 층 하나뿐이니 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었다.

All we knew was the one floor she lived on, so in truth we effectively knew nothing.

-(으)ㄹ수록the more ..., the more ...

어둠이 짙어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만 부질없이 커져 갔다.

The deeper the darkness grew, the more the voices, uselessly, kept rising.

-더니(having observed X) and then, as a direct result

흙탕물이 삽시간에 차오르더니, 이내 온 단지가 정전으로 멈춰 섰다.

Muddy water surged in an instant, and then the whole complex ground to a halt in a blackout.

-(으)ㄹ 뿐만 아니라not only ... but also

그녀는 이웃과 말을 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와도 굳이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곤 했다.

She not only never mixed with the neighbors but would take the stairs down even when the elevator came.

(이)야말로precisely this one (and no other)

정작 몸을 움직인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차갑다고 여겼던 바로 그 여자였다.

The one who actually moved was precisely the woman we had thought the cold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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