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기다리는 집
The House That Waits for Whales
서연의 작은 민박집 간판에는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에서 온 손님들은 그 그림을 보고, 여기서 정말 고래를 볼 수 있느냐고 묻곤 했다.
삼 년 전, 도시의 삶에 지친 서연은 이 바닷가 마을로 흘러들어 민박집을 열었다.
맑은 날이면 마당 너머로 이 구름을 이고 우뚝 솟아 있었고, 마을은 에서는 볼 수 없는 빛깔을 띠고 있었다.
이 집은 풍경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앞바다에서 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다.
마을 인 김 노인이 낡은 목선으로 손님들을 앞바다까지 데려다주는 일을 맡았다.
노인의 늙은 개는 낯선 손님이 대문을 들어설 때마다 마당이 떠나가라 .
그러나 그해 봄, 바다에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목격되는 수가 눈에 띄게 .
고래란 본디 사람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없이 오고 가는 것이었지만, 빈 배로 돌아오는 날이 거듭될수록 손님들의 얼굴은 굳어만 갔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 무렵, 마크라는 외국인 연구자가 민박집을 다시 찾아왔다.
그는 몇 해째 이 바다의 고래를 조사해 온 해양학자로, 한국어가 놀라울 만큼 .
마크는 고래가 줄어든 것이 바다가 비어서가 아니라 물길이 바뀐 탓이라는 을 폈다.
평생 이 바다를 지켜본 김 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자기 나름의 을 내놓았다.
두 사람이 밤이 깊도록 가며 제 주장을 펴는 동안, 서연은 그 시끄러운 정겨움이 싫지 않았다.
서연이 끓여 낸 생선국에 김 노인은 늘 그렇듯 를 잔뜩 뿌렸다.
마크는 의 이 백 년을 훌쩍 넘기도 한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사람의 한 계절 따위는 그 긴 앞에서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가 덧붙였다.
불빛이 검은 바다를 말없이 비추는 동안, 노인의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마당을 채웠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평온은 에서 다녀간 한 손님이 인터넷에 남긴 글 한 편으로 깨졌다.
배까지 탔는데 고래는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며, 그는 노인을 돈만 받는 이라 몰아세웠다.
근거 없는 은 삽시간에 퍼졌고, 사람들은 사정도 모르면서 말을 옮겼다.
그 바람에 이어지던 예약이 뚝 끊기면서, 노인은 적잖은 를 입었다.
그러나 그를 정말로 아프게 한 것은 돈의 가 아니라, 평생 바다에 바친 이름이 더럽혀졌다는 사실이었다.
소식을 들은 김 노인이 민박집으로 건너와서는, 이제 다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제 와서 아무리 해명해 봤자, 누가 이 늙은이 말을 믿어 주겠나." 노인은 낮게 내뱉었다.
노인이 홀로 바닷가로 걸어 나가자, 서연과 마크가 말없이 그 뒤를 .
파도가 발등을 적시는 모래밭에서, 늙은 의 뺨을 타고 눈물이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그날 밤, 서연과 마크가 함께 들추어 본 마크의 오랜 자료에는 이 앞바다를 다녀간 고래가 수백 번이나 또렷이 적혀 있었다.
서연은 그 기록을 사람들 앞에 내놓기로 했고, 마크는 밤을 새워 그것을 영어와 한국어로 옮기며 고래가 잠시 길을 바꾼 까닭을 차분히 .
며칠 뒤, 그를 이라 부르던 손님은 조용히 글을 내렸고, 사과의 말은 없었지만 이튿날 다음 계절 배편을 예약했다는 소식이 대신 전해졌다.
결국 노인이 입은 것은 얼마간의 였을 뿐, 평생 쌓아 온 이름은 조금도 잃지 않은 셈이었다.
김 노인은 고마움의 표시로 손수 를 대고 못을 , 배 타는 자리에 새 간판을 세웠다.
간판에는 "고래가 오지 않더라도,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라는 그다운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정직이야말로 이 바다가 삼 년 동안 서연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낯선 땅에 섞여 여러 계절을 지내다 보니, 서연은 이제야 이 섬의 무뚝뚝하면서도 인심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 날 새벽, 앞바다 한가운데에서 노인의 배가 엔진을 끄고 조용히 .
파도 소리마저 잦아든 고요 속에서, 검은 등 하나가 물 위로 천천히 솟아올랐다.
는 여전히 였지만, 그 긴 에 비하면 사람의 한 계절쯤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이 집은 풍경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앞바다에서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The house was not only splendid in scenery but a place where you could see whales offshore.
이제 와서 아무리 해명해 봤자, 누가 이 늙은이 말을 믿어 주겠나.
No matter how I explain it now, who's going to believe an old man like me?
고래가 오지 않더라도,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Even if the whales don't come, the sea is always right here.
정직이야말로 이 바다가 서연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Plain honesty was precisely what this sea had taught Seoyeon.
낯선 땅에서 여러 계절을 지내다 보니, 서연은 이제야 이 섬을 이해하게 되었다.
Living season upon season in a strange land, Seoyeon only now came to understand th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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