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찍는 남자
The Man Who Filmed His Field
준호가 십 년을 바친 회사는 어느 월요일 아침, 부서를 대폭 통보해 왔다.
마흔을 앞둔 남자에게 그 한마디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동료들은 회의실에서 거세게 , 준호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
그러나 아무리 봤자, 위에서 이미 정해 둔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
결정이 뒤집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사실 그 자신이 가장 먼저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준호에게 남은 것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뿐이었다.
승진이라는 오랜 희망마저 사라지자, 끝없는 은 그저 버티기 벅찬 굴레가 되었다.
도시의 촘촘한 일상은 그의 몸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그러나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몸이 아니라, 바닥까지 메말라 버린 마음이었다.
아내 지연과 늦은 밤까지 이야기한 끝에, 두 사람은 도시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낯선 시골에서 새 삶을 일구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더뎠다.
집을 사고 농지를 넘겨받는 은 도무지 끝이 나지 않았다.
도시에서 몸에 밴 빠릿빠릿한 습관은, 이곳에서는 오히려 때가 많았다.
시골살이는 그가 꿈꾸던 휴식이 되기는커녕, 날마다 새로운 노동을 들이밀었다.
준호는 낮에는 을 돌보고, 밤에는 낯선 서류를 정리하며 밤을 지새웠다.
익숙하지 않은 노동은 날마다 그의 한계를 시험했다.
저녁이면 허리와 무릎이 어김없이 쑤셨고, 손바닥은 거칠게 갈라졌다.
그러나 도시가 남긴 피로는, 몸의 고단함보다 더 깊고 끈질기게 남아 있었다.
봄에 뿌린 여름내 더디게 자라는 동안, 그의 회의도 함께 자랐다.
처음 거둔 은 한 줌에 지나지 않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가을이 깊어 갔지만,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정성을 들이나 마나, 밭이 내주는 것은 늘 같은 한 줌이었다.
애써 심은 고소한 냄새만 풍길 뿐, 내다 팔 만큼 여물지는 못했다.
준호는 도시의 방식과 시골의 방식을 머릿속에서 자꾸 보았다.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으로, 그는 두 세계 사이에 어정쩡하게 있었다.
지연은 늦은 시각까지 살림을 남편의 눈치를 말없이 살폈다.
밤이면 식은 보리차는 , 그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그렇게 한 계절이, 이렇다 할 결실도 없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겨울의 문턱에서, 준호는 도시에 두고 온 옛 하나를 문득 떠올렸다.
한때 그는 영상을 찍고 편집해 밥벌이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별생각 없이, 서툰 손놀림과 볼품없는 뿐인 의 하루하루를 짧은 영상으로 담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흙냄새 나는 농부의 하루는 도시 사람들에게 신선한 이 되어 주었다.
사람들이 그 영상을 때마다, 화면 구석의 한 칸씩 차올랐다.
처음의 반응은 시들했으나, 영상 아래 이내 꾸준히 불어났다.
머지않아 그의 과 사고 싶다는 문의까지 줄을 이었다.
농사를 알리는 일과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이 하나로 맞물렸으니, 그야말로 .
주문 목록을 헤아리던 지연이,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다.
몸은 여전히 고될지라도, 밭에 나서는 아침이 이제는 조금도 버겁지 않았다.
밭일은 더 이상 떠밀려 짊어진 가 아니라 스스로 택한 하루였고, 회사가 부서를 그 결정마저 돌이켜 보면 이 삶으로 들어서게 한 문이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그러나 아무리 반발해 봤자, 위에서 이미 정해 둔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시행되었다.
But no matter how they resisted, the restructuring already decided from above was carried out on schedule.
시골살이는 그가 꿈꾸던 휴식이 되기는커녕, 날마다 새로운 노동을 들이밀었다.
Country living, far from the rest he had dreamed of, thrust fresh labor at him every single day.
낮에는 밭에서 곡식을 돌보고, 밤에는 낯선 서류를 정리하며 밤을 지새웠다.
By day he tended the grain in the field; by night he sat up till dawn sorting unfamiliar documents.
정성을 들이나 마나, 밭이 내주는 것은 늘 같은 한 줌이었다.
Fuss over it or not, what the field gave back was always the same handful.
애써 심은 깨는 고소한 냄새만 풍길 뿐, 내다 팔 만큼 여물지는 못했다.
The sesame he had planted only gave off its nutty smell; it never ripened enough to sell.
몸은 여전히 고될지라도, 밭에 나서는 아침이 이제는 조금도 버겁지 않았다.
Though his body was still worn out, the mornings when he set off for the field no longer felt the least bit hea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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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