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리의 용
The Dragon at the Crossroads
딸이 내민 장학금 신청서에는 부모의 적는 칸이 하나 있었다.
덕구는 볼펜을 쥐고 그 빈칸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집의 맏이였던 그는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 일찍 일터로 나가야 했다.
그 뒤로 낮다는 사실은 평생 그가 조심스럽게 피해 다니는 그늘이 되었다.
"아빠, 그냥 나중에 줘요." 소연은 서류를 도로 밀어 두고 방으로 들어갔다.
함께 일을 하는 젊은 동료들은 저마다 하나씩 품고 있었고, 얼마 전에는 한 후배가 자격증 덕분에 .
그 소식은 덕구의 마음 깊은 곳에 오래 잠들어 있던 흔들어 깨웠다.
부끄러웠으나, 그는 마흔다섯이라는 나이를 더는 핑계로 삼지 않기로 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는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는 두툼한 한 권 사서, 퇴근한 밤이면 좁은 방바닥에 책을 넓게 .
어려운 대목은 이해가 될 때까지 다시 읽었다.
문제는 예전 같지 않은 .
젊을 때는 한 번 훑으면 머리에 박히던 것이, 이제는 외우기는커녕 방금 넘긴 쪽조차 가물거렸다.
어느 따르면 그의 나이에 그 시험에 붙는 사람은 열에 한 명도 되지 않았고, 그 숫자는 밤마다 그의 가슴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형, 그 나이에 붙으나 마나 아니에요?" 같은 팀 재민이 대수롭지 않게 내뱉었다.
승진 자리 하나 없을 거라는 뜻이었지만, 덕구의 귀에는 그 말이 자기 인생 전체를 향한 판정처럼 들렸다.
학원으로 가는 길, 모퉁이에는 오래된 중국집이 하나 있었다.
낡은 간판에는 문 한 마리가 붉은 네온으로 그려져 있었고, 한쪽 관은 금이 가 지직거렸다.
덕구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언젠가 저 자신도 날아오르리라고 남몰래 되뇌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그해, 정부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성인들을 돕는 새 내놓았다.
그 덕분에 덕구는 시험 응시료를 절반만 내면 되었다.
큰 도움은 아니었으나, 그 작은 배려에 마음의 불안이 조금씩 시작했다.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그는 하루에 외울 분량을 정해 두고 움직였다.
매일 밤 같은 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손이 기억하도록 몇 번이고 옮겨 적었다.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그런데 시험을 코앞에 두고, 그는 짐을 나르다 손목에 입고 말았다.
며칠은 연필조차 제대로 쥘 수 없었지만, 그는 다시 방바닥에 책을 왼손으로 삐뚤빼뚤 필기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밀려왔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어느새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드디어 시험 날 아침이 밝았을 때, 밤사이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있었다.
눈에 건너며, 그는 그 간판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았다.
시험장에 앉아 자리를 정리하자, 들뜨고 조급하던 마음이 서서히 .
오래 매달린 까닭인지, 몇 달 동안 흐릿하던 그날만은 놀랍도록 또렷했다.
몇 주 뒤, 그는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덕구는 거울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곱게 , 단정하게 빗어 넘긴 얼굴에는 오랜만에 어렸다.
며칠 뒤 다시 지나던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오래된 중국집은 문을 닫은 뒤였고, 물었던 불 꺼진 간판에서 반쯤 뜯겨 나가 있었다.
유리문에는 '임대'라고 적힌 안내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마음에 인 것은 승리감이 아니라 작은 애틋함이었다.
돌이켜 보면, 저 초라한 간판이야말로 오랫동안 그를 날게 해 준 것이었다.
남보다 늦었어도, 그 시험은 그늘에 갇혀 지내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되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부끄러웠으나, 그는 나이를 더는 핑계로 삼지 않기로 했다.
He was ashamed, but he resolved to stop using his age as an excuse.
이제는 외우기는커녕 방금 넘긴 쪽조차 가물거렸다.
Now, far from memorizing it, he'd blank on the very page he'd just turned.
그 나이에 붙으나 마나 아니에요?
At your age—pass or don't, what's the difference?
매일 밤 같은 장을 소리 내어 읽으며 몇 번이고 옮겨 적었다.
Each night, reading the same chapter aloud, he copied it out over and over.
저 초라한 간판이야말로 오랫동안 그를 날게 해 준 것이었다.
It was that shabby sign, of all things, that had kept him aloft all that time.
Take the final quiz
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