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씩
Drop by Drop
진우에게 이 있다는 것을, 정작 진우 자신만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매사에 , 스스로 나서기는커녕 시키는 일조차 마지못해 해내곤 했다.
3학년이 되었지만 그는 여태 자신의 하나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날을 떠올릴 때마다 눈앞이 , 어느 쪽으로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 그는 연필만 쥐면 무엇이든 곧잘 그려 내던 아이였다.
그 무렵 어른들은 그의 그림 앞에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그 을 스스로 버렸다.
을 믿을 이 없었으므로, 그는 일찌감치 연필을 손에서 놓아 버린 터였다.
차라리 자신에게 이 없다고 믿는 편이, 마음은 훨씬 편했던 것이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교실에서 작은 를 알렸다.
선생님은 '나의 '를 주제로 짧은 을 한 편씩 써 오라고 했다.
진우는 빈 종이를 앞에 두고 한참을 앉아 있었으나, 첫 문장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종이 위에 옮기는 일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두려웠다.
그러자 긴장한 탓인지 갑자기 이 밀려와, 그는 아랫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종이를 북 소리가 나게 구겨 버렸다.
그 바람에 종이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끝을 스쳐, 가느다란 상처가 났다.
그는 피가 살짝 밴 손가락을 대충 닦고, 구겨진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집에 돌아오니 동생이 식탁에서 도형의 을 구하는 수학 숙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문제마다 번번이 답이 틀리자, 평소 같으면 못 본 척했을 진우가 웬일인지 옆에 앉아 과 높이를 짚으며 동생을 .
낮에 종이에 베인 손끝이 따끔거리자, 그는 서랍을 뒤져 를 얇게 발랐다.
손끝의 쓰라림은 로 가라앉았으나, 마음 어딘가의 쓰라림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부엌 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가 자꾸 귀에 걸렸다.
그는 를 몇 번이나 꼭 잠갔지만, 물방울은 밤이 깊도록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막아도 기어이 새어 나오는 그 물방울이, 오래 눌러 온 무언가를 자꾸 닮아 보였다.
문득 그는 작은 물방울이 오랜 세월 단단한 돌마저 뚫는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렸다.
진우는 스탠드 조명을 ,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스케치북을 조용히 펼쳤다.
좁은 부엌의 어둠을 천천히 그리며, 그는 잊고 있던 감각이 손끝으로 되돌아오고 있음을 느꼈고, 동생은 곁에서 색연필을 하나씩 골라 건네주었다.
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그는 그것을 낡은 에 조심스레 넣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날, 선생님은 진우의 그림을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걸었다.
그림 앞에 한참 서 있던 친구 하나가, 이 좁은 에 밤의 정적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정말 감탄했다.
뜻밖의 말에 진우는 태어나 처음으로 작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선생님은 이 그림이 성적이 아니라 오직 작품으로만 주어지는 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며칠 뒤 우편함에서 봉투를 그는, 뒤에 두었던 자신의 을 다시 꺼내 읽었다.
거기에는 '예술이란 세상을 나만의 눈으로 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래도록 이라 불러 온 마음이, 실은 차마 버리지 못한 꿈이었음을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를, 남이 아니라 스스로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때 앞날에, 이제 희미한 빛이 한 줄기 스며들었다.
그의 은, 그렇게 한 방울씩, 아주 천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스스로 나서기는커녕 시키는 일조차 마지못해 했다.
Far from taking initiative, he barely did even what he was told.
재능을 믿을 자신감이 없었으므로, 그는 일찌감치 연필을 놓았다.
Because he lacked the confidence to believe in his gift, he set his pencil down early.
한참을 앉아 있었으나, 첫 문장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He sat for a long while, yet he couldn't even begin the first sentence.
좁은 부엌의 어둠을 천천히 그리며 잊었던 감각을 느꼈다.
As he slowly drew the dark kitchen, he felt a forgotten sense return.
차마 버리지 못한 꿈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Only then did he realize it had been a dream he couldn't abandon.
Take the final quiz
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