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의 시금치

낯선 도시의 시금치 Spinach in a Strange City

Part 1

유나는 첫 직장을 얻어 의 한 작은 원룸으로 이사했다.

방은 몸을 겨우 누일 만큼 좁았으나, 태어나 처음으로 온전히 그녀만의 공간이었다.

월세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그녀는 살림살이를 모두 로 장만하기로 했다.

요즘은 인터넷 장터에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되니,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무척 .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거래하는 세계에는 그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를 믿을 근거라고는 앞선 거래자들이 남긴 거의 전부였다.

그래서 유나는 물건보다 먼저 의 꼼꼼히 읽는 버릇이 들었다.

침대를 들일 형편은 못 되어, 그녀는 방바닥에 깔고 자기로 했다.

그렇게 낯선 의 살림이 시작되었지만, 도시의 밤은 앱처럼 간단하지 않음을 그녀는 곧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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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나에게는 책 몇 권을 꽂을 작은 이 필요했다.

마침 나쁘지 않은 한 가 낡은 을 싸게 내놓아, 그녀는 별다른 고민 없이 거래를 청했다.

그런데 며칠 뒤 도착한 은 나사와 받침 같은 이 몇 개나 빠져 있었다.

그녀는 설명서대로 조립을 몇 번이나 , 널판은 번번이 어긋나기만 했다.

나사가 도무지 맞지 않자, 그녀는 을 억지로 끼우려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이 기우뚱하며 그녀의 어깨에 세게 .

화가 치민 유나는 곧장 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그러나 는 이미 판 물건이므로 곤란하다고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럼에도 유나는 끝내 뜻을 않았고, 결국 정당한 환불을 받아 냈다.

을 매기는 칸 앞에서 잠시 손을 멈춘 그녀는, 화풀이로 낮은 쏟아 내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담담하게 적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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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그날 저녁, 요란한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앞집에 홀로 사는 의 낡은 전기 에 가 생겨,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던 것이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제때 도착한 덕분에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놀란 은 그날 밤 갈 곳이 없어, 유나의 좁은 방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유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에게 내어 주고, 얇은 담요 한 장으로 밤을 났다.

사실 그날 유나는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회사에서 호되게 을 들었고, 상사의 날 선 말은 퇴근한 뒤에도 오래 마음에 얹혀 있었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견뎌 온 하루하루가 그 밤따라 유난히 무겁게 다가왔다.

그런데 낯선 이와 한방에서 밤을 나누고 있으려니, 이 도시가 아주 조금은 덜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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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이튿날 아침, 은 고마움의 표시로 한 접시를 무쳐 주겠다고 나섰다.

그녀는 살짝 데친 에 을 두르는 자신만의 일러 주었다.

"간은 소금과 의 로 맞추는 게 핵심이란다."

"설탕은 넣지 않는단다. 단맛이 돌면 이 은 그만 망쳐 버리거든."

은 젊은 시절 시장 골목에서 을 팔아 생계를 꾸려 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장사를 하며 배운 게 있다면, 손님은 높든 낮든 똑같이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거야."

"장사가 안 되는 날일지라도, 나는 웃음만은 잃지 않았단다."

유나는 어제의 도, 회사에서 들은 도 이제는 조금 견딜 만하게 느껴졌다.

며칠 뒤, 유나는 노부인의 작은 가게를 동네 게시판에 정성껏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게에는 따뜻한 하나둘 쌓였고, 낯선 이웃들이 을 사러 골목을 찾아왔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정만은 으로도 도 다 담을 수 없음을, 유나는 그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낯선 의 밤이, 이제는 조금 덜 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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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며and; while (formal/written listing of two actions at once)

책장이 기우뚱하며 그녀의 어깨에 세게 부딪혔다.

The bookshelf lurched and slammed hard into her shoulder.

-(으)나but, however (formal written contrast)

조립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으나, 널판은 번번이 어긋나기만 했다.

She repeated the assembly again and again, yet the boards misaligned every time.

-(으)므로therefore, since (formal statement of reason)

이미 판 물건이므로 반품은 곤란하다.

Since the item was already sold, a return is out of the question.

-(으)ㅁthe fact of / -ness — nominalizes a clause into an abstract noun

도시의 밤은 앱처럼 간단하지 않음을 그녀는 곧 알게 되었다.

She soon realized that the city's nights were nothing as simple as the app.

-(으)ㄹ지라도even though, granted that (formal/literary concessive)

장사가 영 안 되는 날일지라도, 나는 웃음만은 잃지 않았단다.

Even on days business simply would not come, the one thing I never lost was my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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