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맛
An Imperfect Taste
예린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익힌 냄새는, 할머니가 손수 짜던 냄새였다.
할머니의 기름집은 골목 끝에 웅크린 낡은 가게였고, 그 한가운데에는 늘 손때 묻은 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깨를 볶아 그 위에서 갈았는데, 좋은 기름을 얻기란 생각보다 더디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할머니는 를 결코 부엌에 들이지 않았다.
" 맛은 혀를 속일 뿐이지, 사람 마음까지 속이지는 못해."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가게 한쪽에는 낡은 이 있었는데, 눈금에 불을 밝히는 작은 가 다 닳으면 예린이 새것으로 드렸다.
의 바늘은 늘 미세하게 떨렸지만, 할머니는 그 작은 떨림까지 눈으로 읽어 냈다.
그 작은 가게 안에서 허투루 다뤄지는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대학을 졸업한 해, 예린은 국내에서 가장 큰 식품 회사에 냈다.
그 회사의 자연식품 부서는 몇 해 전에 이미 , 그 자리는 이 설계한 새 가 대신 차지하고 있었다.
광고는 "인간의 을 넘어선, 완벽한 맛"이라는 문구를 큼직하게 내걸고 있었다.
기계가 사람의 손맛을 더 정확히 되살리므로 이제 사람의 손은 필요 없다는 것이, 회사가 앞세우는 논리였다.
그러나 완벽하다는 그 맛은 예린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어쩐지 서늘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완벽함을 향한 자신의 반응이 왜 이토록 , 그녀는 한동안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했다.
사실 그 회사의 급여는, 나날이 할머니의 병에 좋은 을 붙여 줄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그럼에도 예린은 면접 자리에서, 그 완벽함이 오히려 두렵다는 속마음을 에두르지 않고 밝혔다.
말을 마치고 나니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조금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완벽하지 않은 맛을 지키는 일에 자신을 걸겠다고, 예린은 마음속으로 단단히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합격 기다리던 며칠 동안, 예린은 병원 대신 부엌이 내다보이는 방을 고집하는 할머니 곁을 지켰다.
그날 밤, 예린이 약을 챙기고 있을 때 갑자기 땅이 낮게 울렸다.
창틀이 덜컹거리고, 의 낡은 바늘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작은 이었다.
예린은 할머니를 , 복도 끝 의 초록 불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흔들림이 멎기까지는 몇 초, 길어야 십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예린이 몸으로 감싼 것은, 합격 통지도 회사의 이름도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할머니의 야윈 손을 꼭 쥐고, 예린은 자신이 진짜로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은 곧 잦아들었고, 두 사람은 무사히 밤공기 속에 서 있었다.
할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흔들려도, 끝까지 안 무너지는 게 있지."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며칠 뒤 합격 통지가 도착했을 때, 예린은 그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결국 정중한 문장으로 그 자리를 .
대신 그녀는 할머니의 낡은 와 을 , 다 닳은 부터 새것으로 .
그리고 골목 한 귀퉁이에 작은 가게를 열고, 기계의 완벽함을 흉내 내는 대신 제 손으로 기름을 짬으로써 할머니의 시간을 이어 갔다.
가게를 처음 날, 예린은 목소리가 자꾸 기어들어가 스스로도 .
그래도 그녀는 향을 한 방울도 넣지 않은 기름을,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껏 .
기름병은 할머니의 부엌이 작게 그려진 하나하나 감쌌다.
손님이 "정말 " 하고 감탄할 때면, 예린은 여전히 조금 이 맛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음이 고마웠다.
할머니에게는 첫 수익으로 마련한 목도리를 가만히 .
할머니의 병에 뾰족한 은 여전히 없었지만, 노인은 손녀가 짠 기름 냄새를 맡으려고 날마다 부엌 문가로 나왔다.
낡은 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익힌 그 냄새가 오늘도 천천히 피어올랐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예린은 자신이 진짜로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임을 새삼 깨달았다.
Yerin realized anew just what it was she truly wanted to protect.
좋은 기름을 얻기란 생각보다 더디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Getting good oil was a slower, more hands-on business than one might think.
기계가 사람의 손맛을 더 정확히 되살리므로 이제 사람의 손은 필요 없다.
Since a machine revives the human touch more precisely, human hands are no longer needed.
제 손으로 기름을 짬으로써 할머니의 시간을 이어 갔다.
By pressing the oil with her own hands, she carried on her grandmother's time.
그 맛은 예린에게 위로가 되기는커녕 서늘한 기운으로 다가왔다.
Far from comforting Yerin, that taste came to her as a c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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