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창

파란 창 The Blue Window

Part 1

은우는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그래서 큰 대학병원의 수술실 같은 곳에서 일하기를 남몰래 꿈꿔 왔다.

하지만 그녀가 첫 받은 곳은 산 아래 작은 요양원이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그녀가 배운 는 사뭇 달랐다.

주사나 처치보다 어르신들의 되어 드리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똑같이 되풀이되는 하루하루에 은우는 조금씩 가고 있었다.

밀려드는 혼자 처리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요양원을 이끄는 문 그런 은우를 말없이 지켜보곤 했다.

늘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는 어떤 어르신도 뒤로 미뤄선 안 됩니다. 모두에게 ."

은우에게 그 말은 벽에 붙은 구호처럼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Part 2

그 요양원에서 은우가 유독 어려워한 사람은 정 할머니였다.

여든이 넘은 정 할머니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온종일 침대맡에서 그림만 그렸다.

묻힌 붓으로 할머니가 그리는 것은 언제나 똑같은 파란 창문이었다.

파란 하늘도 파란 커튼도 아닌, 그저 창 하나를 매일 파랗게 또 칠했다.

은우는 아침마다 할머니의 확인하며 쟀다.

한 달에 한 번은 검사를 위해 가느다란 팔에서 피를 뽑아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여러 하나하나 챙겨 먹이는 일도 은우의 몫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검사해 봐도 할머니의 몸에는 이렇다 할 없었다.

다만 할머니는 밤이 깊어도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다른 간호사들은 잠 못 드는 할머니를 성가신 짐처럼 여겼고, 은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Part 3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온수조차 잘 나오지 않는 낡은 건물에서 은우의 손끝은 늘 .

어느 저녁, 은우는 할머니에게 드릴 배를 깎다가 그만 손가락을 말았다.

붉은 피가 배어 나오자, 늘 그림에만 빠져 있던 할머니의 붓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할머니는 천천히 내밀어 은우의 다친 손가락을 가만히 감쌌다.

상처에 닿아 , 은우는 그 마른 손이 건네는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날 밤, 은우는 처음으로 할머니를 손수 씻겼다.

따뜻한 물로 조심스레 닦아 내리는 동안, 할머니는 아이처럼 몸을 맡겼다.

곁에 다가온 문 나직한 목소리로 사연을 일러 주었다.

정 할머니가 밤을 무서워하는 것은, 오래전 곁에서 자던 남편을 잠결에 잃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은우는 그제야 자신이 병만 뿐, 정작 사람의 마음은 다루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할머니는 말이 아니라 그림으로써, 저 파란 창 너머로 떠난 사람을 날마다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Part 4

다음 날부터 은우는 할머니에게 주던 슬며시 거두었다.

대신 밤이 깊으면 머리맡에 작은 등을 켜 두고, 할머니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켰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까.

며칠 뒤, 정 할머니는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빠져들었다.

아침 햇살 속에서 할머니의 얼굴빛은 눈에 띄게 편안해 보였다.

은우는 이제 이 느리고 조용한 넉넉히 수 있을 것 같았다.

말이 옳았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홀로 견디는 밤을 알아봐 주는 일이었다.

퇴근길, 할머니가 쥐여 준 파란 창 그림 한 장이 은우의 주머니 속에서 오래도록 따뜻했다.

?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기 (명사형 어미)turns a verb into a noun that fills a subject/object slot: 'the act of doing'

큰 대학병원에서 일하기를 남몰래 꿈꿔 왔다.

She secretly dreamed of working at a big university hospital.

-(으)며and; while — joins two actions in formal, written narration

은우는 할머니의 체온을 확인하며 혈압을 쟀다.

Eunwoo checked the grandmother's temperature and took her blood pressure.

-고 말다to end up doing something, often with a sense of regret or finality

배를 깎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While peeling a pear, she ended up cutting her finger.

-(으)ㅁ (명사형)turns a whole clause into an abstract noun: 'the fact that / -ness'

사람의 마음은 다루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She realized that she had failed to tend the person's heart.

-(으)로써by means of; with (a formal way of marking the instrument/method)

할머니는 말이 아니라 그림으로써 사람을 불렀다.

The grandmother called out not with words but through pictures.

Take the final quiz

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

Read-along

Tap any sentence to hea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