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늑대
The Wolf That Winter
이십 년을 한 차에 탔으면서도, 서 의원은 자신의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삼선 그에게 김 기사는 오래된 차의 한 부분이나 다름없었다.
회의장을 수없이 드나드는 동안에도, 그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을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함께 입사한 동료들이 하나둘 사무직으로 동안 김 기사만은 끝내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였다.
김 기사는 말수가 적고 사람이었다.
그의 차 안은 늘 티끌 하나 없이 , 계기판은 언제나 윤이 나도록 닦여 있었다.
뒷자리의 의원은 짐작조차 못 했지만, 김 기사는 밤마다 낡은 공책에 짧은 써 내려갔다.
하루의 끝에 몇 줄씩 글을 쓰기가 그에게는 유일한 낙이었다.
온종일 남의 말을 듣기만 하는 사람의 글치고, 그 문장들은 뜻밖에도 맑고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해 봄, 서 의원에게 큰 위기가 .
총선을 코앞에 두고, 오래전에 묻어 두었던 터져 나온 것이다.
기자들은 밤낮없이 그의 집 앞에 진을 치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
한때 그토록 그의 불과 며칠 사이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서둘러 대책을 논의한 끝에, 사흘 뒤의 기자회견 일정을 .
회의가 끝나자, 한 의원의 귀에 대고 나직이 .
"여기서 고개를 숙이시면, 의원님 정치 생명은 그대로 끝납니다."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대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날 밤, 의원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자정을 넘겨 관사로 돌아가는 길, 의원은 지친 몸을 뒷자리 깊숙이 기대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심코, 그는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앞자리 사람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 그 발은 오래 신어 낡고 해진 차림이었다.
문득 의원은, 저 사람이 밤마다 무언가를 쓴다는 말을 언젠가 흘려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김 기사, 자네… 밤에 글을 쓴다고 했던가?" 어색한 침묵 끝에 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김 기사가 조수석 서랍에서 낡은 공책 한 권을 꺼내 뒤로 건넸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기대어 아무 장이나 펼친 의원은, 김 기사가 어린 시절 산골 마을에서 마주친 한 마리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해 겨울, 굶주린 밤마다 마을로 내려왔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날카로운 무서워했다.
그러나 새벽 개울가에서 그 짐승과 눈을 마주친 것은 어린 김 기사뿐이었으므로, 마을의 누구도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얗게 얼어붙은 개울 위로 더운 숨이 흩어지는 그 순간, 소년이 본 것은 사나운 아니라 굶주림에 겁먹은 두 눈이었다.
며칠 뒤 그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 끝내 죽고 말았지만, 소년은 오래도록 그 겁먹은 눈빛을 잊지 못했다.
온 마을이 두려워할 때, 그 짐승의 다른 본 사람은 그 소년 하나뿐이었다 — 김 기사의 그렇게 끝나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사흘 뒤, 기자회견장에 선 서 의원은 원고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는 미리 준비된 변명 대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
거짓으로 위기를 덮는 길을 버리고, 정면으로 맞선 셈이었다.
세계 각국의 언론이 그 뜻밖의 고백을 앞다투어 전했고, 여론은 오히려 그의 솔직함에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국면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며칠 뒤 치러진 총선에서 그는 아슬아슬한 표차로 다시 되었지만, 그날 밤 그를 가장 오래 붙든 것은 당선의 감격이 아니라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앞자리 사람을 마주 본 순간이었다.
이튿날 저녁, 김 기사가 정갈하게 닦아 둔 유리창 위로 조용히 .
뒷자리의 의원은 그날도 서류를 펼쳤지만, 이번에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앞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앞자리에서는 김 기사가, 늘 그래 왔듯 새 첫 문장을 골똘히 고르고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하루의 끝에 몇 줄씩 글을 쓰기가 그에게는 유일한 낙이었다.
Writing a few lines at the end of each day was his one pleasure.
한때 그토록 강력했던 그의 권력도 며칠 사이에 흔들렸다.
His authority, once so formidable, was shaken within days.
그 짐승과 눈을 마주친 것은 어린 김 기사뿐이었으므로, 누구도 그가 본 것을 알지 못했다.
Since the only one who met the beast's eyes was young Mr. Kim, no one knew what he had seen.
그 늑대는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 끝내 죽고 말았다.
That wolf, caught in a hunter's trap, died in the end.
거짓으로 위기를 덮는 길을 버리고, 정직으로써 정면으로 맞선 셈이었다.
Rather than burying the crisis in lies, he had faced it head-on with honesty.
그렇게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국면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And so, on his own, he brought about a turn no one had fores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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