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밑의 둥지

처마 밑의 둥지 The Nest Under the Eaves

Part 1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지호에게, 남 교수는 갚기 어려운 를 남긴 사람이었다.

취업 추천서를 받으려고 억지로 들은 강의였지만, 교수의 세계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 교수는 평생 의 역사를 파고든 학자였다.

그의 연구는 자료 하나를 놓고도 몇 달을 매달릴 만큼 .

반면에 지호가 바란 것은 오직 무난한 과 남들만큼의 안정된 자리뿐이었다.

교수의 날카로운 물음 앞에서 학생들은 늘 말문이 막히곤 했다.

지호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앞에서는 준비한 답마저 초라해 보였다.

그런 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을 맞는다고 했다.

마지막 학기였지만, 지호는 솔직히 아쉬움보다 홀가분함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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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마지막 강의가 끝나 갈 무렵, 교수는 문득 요즘의 주택 시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 여러분이 살 집을 고른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겠습니까?”

지호는 무심코, 결국 남는 건 이름난 가 붙은 아파트가 아니냐고 대꾸했다.

편리하고 값이 오르는 집, 그것이 시점의 상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말을 마치고 나서야 그 대답이 얼마나 얄팍한지 깨달았지만, 그는 이미 내뱉고 말았다.

그러나 교수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칠판 앞에 분필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편리함만 좇다가는, 정작 발밑의 를 놓치고 마네.”

학자의 일이란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아 기록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편리함을 원할수록, 누군가는 그 반대편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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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강의가 끝난 뒤, 교수는 지호를 학교 뒤편의 오래된 로 데려갔다.

이 예정된 그곳은 이미 대부분 비어 있었다.

좁은 골목이 도시의 미로처럼 구불구불 얽혀 있었다.

교수를 따라 그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니, 지호는 낯선 고요에 조금씩 젖어 들었다.

담이 반쯤 무너진 어느 집의 마당에서 교수가 걸음을 멈췄다.

밑에는 몇 마리가 드나드는 작은 가 있었고, 곧 헐릴 집인데도 새들은 아랑곳없이 새끼를 치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태어난 집일세.” 교수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가난한 의 자식으로 이 좁은 마당에서 자랐다고, 그는 담담히 말했다.

“이런 집을 오래 마주하다 보면, 자네도 언젠가 알게 될 걸세.”

란 결국 벽돌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들어 산 사람들의 시간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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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남 교수는 과 함께 학교를 떠났고, 오랜 연구 자료는 젊은 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지호가 몸담기로 한 곳은, 예상과 달리 대기업이 아니라 작은 연구소였다.

그곳에서 그는 도시의 논리와 에 밀려 사라지는 의 를 기록하는 일을 맡았다.

그것은 남 교수가 평생 매달린,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은 의 문제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지호는 그 마지막 골목에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좋은 보다 값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 곧 한 뼘 넓어진 이었다.

그리고 스승에게 진 는, 이제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그가 딛고 설 가 되어 있었다.

헐려 사라진 그 집의 와 는, 오히려 지호의 안에서 더욱 또렷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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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고 말다to end up doing something (often against one's will, with regret or finality)

그 대답이 얼마나 얄팍한지 깨달았지만, 그는 이미 내뱉고 말았다.

He realized how shallow the answer was, but he had already blurted it out.

-다가는if you keep doing (this), a bad outcome will follow

편리함만 좇다가는, 정작 발밑의 토대를 놓치고 마네.

Chase nothing but convenience, and you end up losing the very foundation under your feet.

-다 보니as one keeps doing something, one comes to (a realization or state)

교수를 따라 그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니, 지호는 낯선 고요에 조금씩 젖어 들었다.

As he kept walking slowly down those alleys behind the professor, Jiho steeped little by little in an unfamiliar stillness.

-다 보면if you keep doing something, then eventually (something will happen)

이런 집을 오래 마주하다 보면, 자네도 언젠가 알게 될 걸세.

Stand with a house like this long enough, and someday you too will come to understand.

-고 보니having done something, one realizes (in hindsight)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지호는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Only after some time had passed did Jiho grasp at last what he had lea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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