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가 닿지 않는 곳
Out of Range
시골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엄지손가락은 습관처럼 업무 대화방을 자꾸 아래로 끌어내렸다.
새로 온 메시지는 없었지만, 손은 삼 분이 멀다 하고 화면을 다시 쓸어내렸다.
스물여섯에 입사한 뒤로 팔 년 동안, 그 회사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수 있었다.
정해진 출근 시각과 분기마다 갱신되는 성과 , 그 촘촘한 곧 그녀의 하루이자 자부심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날조차,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아기가 아니라 텅 빈 다음 분기 일정표였다.
몇 주째 이어진 야근 끝에 어느 새벽, 이러다가는 아이도 자신도 함께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그녀를 붙들었다.
결국 그녀는 회사에 육아 신청했다.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조차 동료들은 저마다 앞서 나아가는데 자신만 것 같아, 펜을 쥔 손끝이 서늘했다.
딱 한 철만 버티다 오면 된다고, 민주는 차창에 이마를 기대고 스스로에게 일러 두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할머니의 낡은 집 뒤로는, 곧장 이어지는 좁은 나 있었다.
마당에서는 노란 몇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흙을 헤집고 다녔다.
막상 그곳에 내려오고 보니, 서울의 소음이 그동안 얼마나 컸는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그런데도 손은 자꾸만 주머니 속 휴대폰을 더듬었고, 신호는 이 마을에서 겨우 한 칸을 오르내렸다.
이건 몇 달의 , 그녀는 마당을 오가며 몇 번이고 되뇌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대화방부터 확인하는 버릇은, 신호가 약한 이 시골에서도 끈질기게 .
그녀에게 이 마을은 잠시 머물다 갈 대기실 같은 곳이었다.
매일 걸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두고 온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를 헤아리곤 했다.
그런 손녀를 말없이 지켜보던 할머니가 저녁상에서 딱 한마디를 건넸다. "여기서는 좀 천천히 걸어라."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이튿날 새벽, 할머니를 따라 그 좁은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 캤다.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무쇠 팬을 뜨겁게 , 기름이 사방으로 그녀의 손목에 따끔하게 닿았다.
뜨거움에 짧게 소리를 지르고 손목을 문지르다가, 그녀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기름 냄새와 국물 냄새가 부엌에 가득 차는 동안, 휴대폰은 처음으로 주머니 속에서 잊혔다.
그렇게 며칠을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국을 끓이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통째로 지나도록 대화방을 한 번도 열지 않은 날이 생겼다.
한참 만에 신호가 잡힌 날 밀린 대화방을 손가락으로 넘겨 보니, 그녀가 맡았던 일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었다.
회사는 그녀가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밀려났다는 생각에 명치가 서늘했지만, 이상하게도 곧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자신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촘촘한 실은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날 밤 배 속의 처음으로 그녀의 손바닥을 툭 걷어찼을 때, 그 어떤 메시지보다 그 신호는 약한 전파로는 결코 닿지 않는 곳에서 곧장 그녀에게로 왔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며칠 뒤 유난히 맑은 아침, 마당에 서서 너머 바다를 바라보던 그녀의 가슴이 문득 확 .
그녀는 이 여름을 오직 경력의 만 계산해 왔지만, 오히려 촘촘한 안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지난 팔 년이야말로 진짜 손실이었다.
하루를 성과 하나로만 재 온 도시와 달리, 이곳의 하루는 물때와 채워졌다.
삶을 재는 방식에 이렇게 많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서른네 해 만에 처음 알았다.
이렇게 하루하루 천천히 살다 보면, 아이가 태어날 무렵에는 자신이 진짜로 어딘가에 속해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을을 떠나기 전날, 마루에서 할머니께 올렸다.
이제 그녀가 곳은 어느 회사가 아니라, 그 절을 받는 늙은 사람과 배 속의 아이였다.
누군가는 이 여름을 삶을 통째로 뒤집은 부르겠지만, 그녀가 보기에 그것은 혁명이라 이름 붙이기엔 너무 조용한 변화였다.
그녀는 오래 들여다보던 휴대폰 화면을 천천히 껐고, 마당에서는 여전히 종종걸음으로 흙을 밟고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이러다가는 아이도 자신도 함께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그녀를 붙들었다.
A thought seized her: keep this up and both she and the child would give way.
막상 그곳에 내려오고 보니, 서울의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Having actually come down there, only now did she feel how loud Seoul had been.
며칠을 국을 끓이다 보니, 하루가 통째로 지나도록 대화방을 열지 않은 날이 생겼다.
After days of making soup, there came a day when a whole day passed without her opening the chat.
회사는 그녀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The company, it appeared, was running along fine even without her.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아이가 태어날 무렵에는 어딘가에 속해 있을 것 같았다.
If she kept living like this day by day, by the time the child came she felt she'd belong some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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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