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형용사

TOPIK 4#57 · Shopping & money

믿을 만한 형용사

An Adjective You Can Trust

Part 1

골목이 끝나는 자리에, 모양의 낡은 가게 하나가 섬처럼 남아 있었다.

주변 집들은 하나둘 팔려 나가 비었지만, 선생은 가게를 뒤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

평생 초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그는, 정년을 맞은 해에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녀가 지키던 작은 가게를 홀로 이어받았다.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칠 때면, 그는 함부로 믿지 말라고 가르치곤 했다.

명사와 동사는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만, 얼마든지 사람을 홀릴 있다는 것이 그의 오랜 .

은퇴한 노인에게 남은 즐거움이라고는 토요일마다 사는 장이 거의 전부였다.

골목의 할머니와 그는 오래전부터 두고 사소한 이어 왔다.

누구의 번호가 하나라도 맞느냐, 그것이 노인의 유일한 승부였다.

할머니의 손녀 은지는 학교가 끝나면 가게에 들러 부리며 사탕을 졸랐다.

그러나 조용한 나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모양이었다.

골목 전체를 밀어 버리려는 개발 회사가, 이제 선생의 서명 하나만을 남겨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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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어느 늦은 오후, 값비싼 정장을 걸친 사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개발 회사의 실장이라며, 선생에게 정중한 태도로 명함을 내밀었다.

사내가 펼쳐 보인 안내서에는 '쾌적한', '고급스러운', ' 그대로의' 같은 잔뜩 박혀 있었다.

선생은 매끄러운 어쩐지 느껴졌다.

이윽고 사내는 목소리를 낮추고, 두툼한 봉투 하나를 탁자 위로 슬며시 밀어 놓았다.

봉투 안에 것은 서명에 대한 대가, 사기 위한 .

액수를 확인한 순간,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잠시 놓고 말았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 가던 그에게, 돈은 노년을 단숨에 지워 만큼 액수였다.

이대로 마음이 흔들리다가는, 자리에서 펜을 잡아 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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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그러나 막상 펜을 손에 쥐고 보니, 안내서를 가득 채운 화려한 하나같이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숱한 어디에도 ''는 한마디만은 들어 있지 않았다.

생전의 아내가 비좁고 낡은 가게를 ' 곳'이라 부르던 기억이 그제야 되살아났다.

한마디를 떠올리고서야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은 그는, 봉투를 조용히 밀어 돌려주며 끝내 달콤한 유혹을 참아 냈다.

사내는 낯빛을 바꾸더니, 이런 가게를 붙들어 무엇에 쓰겠느냐고 비웃었다.

그러나 선생에게 그곳은, 돈으로는 결코 없는 방식으로 여전히 자리였다.

정작 그를 아프게 것은 사내의 조롱이 아니라, 이미 도장을 찍고 떠난 이웃들이 그의 고집 탓에 보상이 늦어진다며 도리어 그를 사실이었다.

많던 이웃 가운데 오직 할머니만이 끝까지 그의 편에 서서 그를 주었다.

골목에는 개발 회사가 내건 울긋불긋한 바람에 무심히 나부끼고 있었다.

이렇게 홀로 버티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오기는 할까, 그는 씁쓸히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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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뒤로 개발 계획은 마지막 얻지 못해 기약 없이 미뤄졌고, 사내도 다시 골목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생은 자신의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지 쉽사리 확신할 없었다.

토요일이 돌아오자, 그는 여느 때처럼 장을 사서 할머니와 번호를 맞춰 보았다.

이번에도 사람의 번호는 어김없이 빗나갔고, 할머니는 "그럼 이번 없는 셈이네" 하며 껄껄 웃었다.

돈으로 치면 선생은 골목에서 푼도 손에 쥐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달려온 은지가 그를 "할아버지가 우리 골목의 진짜 !" 하고 외쳤을 때, 그는 문득 다른 셈법을 떠올렸다.

아이의 말이 옳다면, 세상에는 돈으로는 매길 없는 승부가 분명히 있는 셈이었다.

낡은 가게 안에는 아내가 남긴 한마디가 여전히 옅은 온기처럼 배어 있었다.

선생이 평생 믿어 하나의 , ''는 이제 가게만이 아니라 그의 남은 나날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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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는 모양이다it seems / appears that (an inference drawn from what one observes)

그 조용한 나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모양이었다.

Those quiet days, it seemed, were not going to last much longer.

-다가는if one keeps doing this (a bad result will follow)

이대로 마음이 흔들리다가는, 그 자리에서 펜을 잡아 버릴 것만 같았다.

If he let his heart keep wavering like this, he felt he might just seize the pen then and there.

-고 보니having actually done something, one realizes / finds that...

막상 펜을 손에 쥐고 보니, 화려한 형용사들이 하나같이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Once he actually took the pen in hand, the showy adjectives struck him, every one, as hollow.

-아/어 내다to manage to do something, to see it through to the end

그는 끝내 그 달콤한 유혹을 참아 냈다.

In the end he managed to resist that sweet temptation.

-다 보면if one keeps doing something, then (eventually)...

이렇게 홀로 버티다 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올까.

If he kept holding out alone like this, would a day come when people underst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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