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기억하는 것

손이 기억하는 것 What the Hand Remembers

Part 1

불은 벌써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준수의 는 좀처럼 첫 매를 내리치지 못했다.

의 오래된 이 작업장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가 을 모습을 에 앉아 지켜보곤 했다.

그러나 그 손놀림은 이제 , 아무리 떠올려 봐도 마지막 한 동작이 기억의 끝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준수에게 그 낡은 은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정작 작업장에는 만 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를 이어 온 이 작업장마저 남의 손에 넘어갈 형편이었다.

손끝이 기억하던 그 불꽃을 끝내 되살리지 못한다면, 그는 할아버지를 두 번 잃는 셈이었다.

명절에 들른 고모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검게 그은 그의 얼굴부터 나무랐다.

"다 큰 온종일 시커먼 불 앞에만 붙어 있으니, 어느 아가씨가 너한테 눈길이나 주겠니?"

고모는 이 대체 어떤 사람이냐고 캐물었으나, 준수에게는 그런 것을 떠올릴 겨를조차 없었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Part 2

결국 준수는 상금이 아쉬워 에서 열리는 전국 대회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의 전시장은 손때 묻은 것보다 새롭고 매끈한 것을 모양이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그의 방식에는 곧 낡았다는 차가운 평가가 따라붙었다.

준수는 제 솜씨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린 그 평가가 여겼다.

심사 규정은 복잡하기만 해서, 어떤 작품을 어느 순서로 내야 하는지 자꾸 .

게다가 한 젊은 출품자의 기계로 찍어낸 작품은 빈틈없이 매끈했고, 반면에 준수의 그릇에는 망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는 준수를 냉정하게 훑어보며 은근히 그의 기를 죽이려 들었다.

낯선 도시의 소음 속에서 그는 잠시 흔들렸고, 차라리 남들처럼 기계를 들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준수는 그들을 흉내 내려 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 불 앞에 섰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Part 3

대회 전날 밤, 준수는 홀로 작업장에 남아 불길을 피워 올렸다.

달군 에 을 거듭하는 동안,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위에서 달아오른 이 때마다, 그 표면이 불빛을 받아 빛났다.

한참을 보니, 준수는 제 손이 이미 그 옛 가락을 기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던, 할아버지의 바로 그 마지막 손놀림이었다.

기억이 별안간 또렷해지자, 그의 정신도 들었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상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오직 금속과 불만이 남았다.

그는 밤을 꼬박 새워 그릇 하나를 기어이 만들어 냈다.

동이 틀 무렵 를 내려놓았을 때, 그의 마음은 여느 때보다 고요했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Part 4

이튿날, 의 커다란 무대에서 이 열렸다.

대상은 결국 티 하나 없이 반듯한 그 기계 작품에게 돌아갔고, 사람들은 반짝이는 것에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준수의 손그릇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백발의 한 만은 그의 그릇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옛 이 거기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준수는 그 자리에서 특별상과 함께 정식 을 .

하지만 ''이라는 말은 어쩐지 그에게 조금 멀게 느껴졌다.

그가 진정으로 것은 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줄 알았던 할아버지의 손을 하룻밤 사이에 되찾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을 혼자 움켜쥐는 대신, 배우고 싶다며 찾아온 젊은이에게 아낌없이 .

으로 돌아온 준수는 예전처럼 앞 작업장에 다시 불을 지폈다.

문득 이 어떤 사람이냐던 고모의 물음이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그 말이 더는 우습게 들리지 않았다.

한때 옛 기억은 이제 또렷해져, 그의 손끝을 이끌고 있었다.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고 보니after doing ~, one comes to realize ~

한참을 두드리고 보니, 준수는 제 손이 이미 그 옛 가락을 기억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After pounding away for a long while, Junsu realized his hand already knew that old rhythm by heart.

-다가는if one keeps doing ~ (a bad outcome will follow)

이대로 가다가는 대를 이어 온 이 작업장마저 남의 손에 넘어갈 형편이었다.

If things went on like this, even this workshop, handed down for generations, was headed for someone else's hands.

-(으)ㄴ/는 모양이다it seems / appears that ~ (inference from evidence)

화려한 강남의 전시장은 새롭고 매끈한 것을 중요시하는 모양이었다.

The glittering hall in Gangnam seemed to prize the new and the sleek.

-(으)ㄹ 수밖에 없다to have no choice but to ~

결국 준수는 상금이 아쉬워 강남 대회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In the end, needing the prize money, Junsu had no choice but to enter the Gangnam competition.

게다가/오히려/반면에/결국discourse connectors: moreover / rather / on the other hand / in the end

그때부터는 오히려 상 같은 것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오직 금속과 불만이 남았다.

From then on, if anything, thoughts of prizes fell away, and only the metal and the fire remained.

-(으)ㄴ/는 셈이다it amounts to ~; in effect ~

그 불꽃을 끝내 되살리지 못한다면, 그는 할아버지를 두 번 잃는 셈이었다.

If he could never revive that flame, he would, in effect, be losing his grandfather a second time.

Take the final quiz

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

Read-along

Tap any sentence to hea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