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황금
What the Miser Left
온 동네가 지독한 라 부르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은 단 한 문장뿐이었다.
"진짜 은 이 집 안에 있다."
그 한 줄이 겨눈 과녁은 누가 봐도 태호였다.
태호는 벌써 이 년째 이렇다 할 직장 하나 없이 지내는 였다.
얼굴만은 잘나서 동네에 소문난 이었지만, 그 잘생긴 얼굴로 하는 일이라고는 형네 집에 것뿐이었다.
게다가 형과 의 밥상 앞에서 날마다 먹으면서도, 그는 좀처럼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평생 십 원 한 장 허투루 쓰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노인이 을 남겼다니, 온 식구의 눈이 뒤집힐 만도 했다.
그러나 태호만은 그 이 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꾸지람처럼 들려,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는 그날부터 벽을 두드리고 장판을 들추며 온 집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태호와 여동생 태희, 두 도 다락과 헛간을 며칠이나 헤집고 다녔다.
그러나 나오는 것이라곤 곰팡이 슨 문서와 녹슨 못뿐이어서,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아주 깊이 숨겨 둔 모양이었다.
태희가 온 집을 뒤지는 반면, 태호는 방바닥에 드러누워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갱신되는 채용 공고가 끝없이 흘러갔지만, 그는 단 한 곳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말로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면서도 몸은 꿈쩍하지 않으니, 헛말이 쌓일수록 마음 밑바닥에는 만 고여 갔다.
그런 그에게도 남몰래 오래 품어 온 이 있었으니, 옆 골목에 곧 교실을 낸다는 서연이었다.
문제는 서연 앞에만 서면 그 잘난 얼굴이 새빨개지고 혀가 굳어 버린다는 데 있었다.
어쩌다 말을 붙여도 저조차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고 일쑤였다.
"저러다가는 평생 저 꼴을 못 면하지." 태희는 오빠를 볼 때마다 나직이 혀를 찼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며칠 뒤, 태호는 큰맘 먹고 새로 문을 연 서연의 교실을 찾아갔다.
좁은 방 안에는 먹 냄새가 배어 있었고, 서연은 에 붓을 헹구던 참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자리를 권하더니, 한 장을 그의 앞에 펼쳐 놓았다.
붓을 처음 쥔 그의 손은 낯선 무게에 어색하게 떨렸다.
"글씨는 오래 앉아 쓰다 보면 손이 마음보다 먼저 솔직해져요." 서연이 조용히 말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그의 안쪽 어딘가를 건드렸다.
늘 그랬듯 허풍으로 그 순간을 모면하려던 그였지만, 이번만은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소리만 쳐 왔는지, 얼마나 오래 스스로를 속여 왔는지 더듬더듬 .
처음으로, 않고 제 마음을 또박또박 옮겨 놓은 순간이었다.
서연은 그를 나무라지도 비웃지도 않고, 다만 다음 종이를 말없이 내밀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다음 날 새벽, 태호는 난생처음으로 제 게으름을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아침에는 서연에게 붓글씨를 배우고, 낮에는 정말로 일자리를 찾아 발로 뛰었다.
하루아침에 새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는 할아버지 방 문갑 밑에서 손바닥만 한 양철통 하나를 찾아냈다.
그 안에는 이 아니라, 평생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동전과 빛바랜 이 가득 들어 있었다.
첫 장에는 노인의 삐뚤삐뚤한 글씨로 짧은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은 못 물려준다. 이 집과, 손에 익은 붓 한 자루면 굶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지독한 이 손주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마음이었음을, 태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결국 는 오래 닫혀 있던 할아버지의 붓 가게를 물려받아 다시 했다.
, 붓을 사러 온 손님에게 을 정확히 내주는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글씨는 오래 앉아 쓰다 보면 손이 마음보다 먼저 솔직해져요.
Sit and write long enough, and the hand grows honest before the heart does.
저러다가는 평생 저 꼴을 못 면하지.
Keep on like that and he'll never crawl out of that state.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아주 깊이 숨겨 둔 모양이었다.
It seemed the old man had hidden whatever it was very deep.
이번만은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This once he had no choice but to tell the truth.
오히려 그 지독한 인색함이 손주에게 무언가를 남기려는 마음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Only now did he grasp that the fierce stinginess had, if anything, been a wish to leave his grandchildren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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