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팔지 않는 것

TOPIK 4#62 · Family & people

노인이 팔지 않는 것

What the Old Man Won't Sell

Part 1

남쪽 끝, 바닷바람이 골목까지 파고드는 항구 마을에 오래된 가게가 하나 있었다.

주인은 다리를 앉아 하루 종일 바깥을 내다보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유리장마다 낡은 물건을 정성스레 두었고, 하나하나를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다루었다.

면은 통째로 있었고, 규칙적인 소리가 가게의 맥박처럼 울렸다.

먼지 앉은 라디오에서는 구성진 흘러나왔다.

낡은 나무와 쇠붙이의 냄새, 그러니까 오래 묵은 시간의 냄새가 실내에 나직이 .

그러나 가게가 벌어들이는 거의 없었다.

손님들은 대개 물건만 흘깃 보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나가 버렸다.

그래도 노인은 손님을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가게를 지키는 고요함을 즐기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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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어느 겨울 오후, 지현이라는 젊은 여자가 유리문을 밀고 들어섰다.

그녀는 얼마 국문학으로 박사 받았지만, 학위가 밥이 되어 주지는 않았다.

반년째 쓰다가 지친 그녀는, 딱히 것도 없이 그저 바람을 피해 아무 가게에나 들어온 참이었다.

유리장 안쪽, 녹슨 자루가 유독 그녀의 눈길을 붙들었다.

"그거요? 옛날에 진짜 쓰던 물건이에요." 노인이 말했다.

명색이 연구자인 지현은 말이 그만 웃고 말았다.

이라니, 기껏해야 오래된 영화에 쓰인 텐데 싶었다.

그런데도 그녀의 발걸음은 자꾸만 앞으로 되돌아와 .

노인은 그런 그녀를 흘깃 보더니, 물건마다 그럴싸한 하나씩 지어 붙이는 모양이었다.

어수룩한 에, 지현도 슬그머니 경계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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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노인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보니, 지현은 어느새 낡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사이 라디오에서 새로 흘러나왔다.

"이 대목, 심청가의 '범피중류'네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그녀를 노인이 처음으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구석진 가게에서 노래를 알아듣는 손님은 그녀가 처음이었고, 사람 사이에는 묘한 친밀감이 시작했다.

노인은 젊은 시절 형과 함께 따라다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형은 소리를 유난히 좋아했지만, 소란한 시절에 으로 몰려 어디론가 끌려간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노인은 이야기를 아니라는 투로 흘려 말했지만, 낮아진 목소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그제야 지현은 노인이 물건마다 이야기를 지어 붙이는지 어렴풋이 같았다.

이야기로 되풀이되는 동안은, 사라진 사람도 그의 안에서 여전히 .

도, 형도, 녹슨 도, 노인에게는 팔아 치울 물건이 아니라 지켜야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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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어느새 구석의 무쇠 난로는 다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노인은 선반에서 집어 굵은 초에 불을 붙였다.

온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가게에도 하나쯤은 두어야 한다는 오랜 고집에서였다.

반면에 지현은, 이런 온기라면 없어도 얼마든지 앉아 있을 만하다고 느꼈다.

자리를 뜨려는 그녀에게 노인이 녹슨 불쑥 내밀었다.

" 이야기, 이제 학생이 이어서 지어 봐요. 그래야 물건도 죽지."

아닌 쇳덩이 하나가, 순간 그녀의 손안에서 묵직한 처럼 느껴졌다.

지현은 여느 손님들처럼 말없이 대신, 노인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죽은 것을 다시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학문이 있는 일이라고, 지현은 결국 그렇게 믿기로 했다.

뒤에서는 라디오의 가락이 낮게 그녀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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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다 보니as one keeps doing X, one comes to (realize / end up in a state)

노인과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보니, 지현은 어느새 낡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As she kept trading remarks with the old man, Jihyeon found she had settled onto a worn chair before she knew it.

-(으)ㄴ/는 모양이다it appears / seems that (an inference drawn from what one observes)

노인은 물건마다 그럴싸한 사연을 하나씩 지어 붙이는 모양이었다.

The old man seemed to be the sort who pinned a plausible story onto each object.

-(으)ㄹ 수밖에 없다to have no choice but to; to inevitably end up doing

그 어수룩한 능청에, 지현도 경계를 풀 수밖에 없었다.

At that guileless playacting, Jihyeon too could not help lowering her guard.

-아/어 내다to manage to do; to bring about, carry through to the end

죽은 것을 다시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일.

the work of remaking what is dead into something living again.

게다가/오히려/반면에/결국discourse connectors: moreover / rather / on the other hand / in the end

반면에 지현은, 이런 온기라면 연료가 없어도 더 앉아 있을 만하다고 느꼈다.

Jihyeon, on the other hand, felt she could sit a while longer even without any f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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