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부르던 것들

TOPIK 4#63 · Emotion & mind

괴물이라 부르던 것들

The Things They Called Monsters

Part 1

마을 사람들은 산을 산이라 부르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잠자는 이라 불렀다.

언젠가 붉은 불을 토했다는 은, 준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숨을 죽인 오래였다.

잠든 산의 발치에는 낡은 하나 있었고, 준은 그곳에서 남의 소와 말을 돌보며 자란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그는, 이름도 성도 물려받지 못한 였다.

주인은 그런 준을 값싼 농기구처럼 여기며 궂은일만 떠맡겼고, 걸핏하면 손찌검을 만큼 모질게 .

마을 사람들 역시 준을 아이로 , 무슨 일만 생기면 으레 그를 먼저 의심하곤 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준은 남의 아픔을 것처럼 앓는 아이였다.

다친 송아지를 밤새 끌어안고 달래다가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는 일도 그에게는 드물지 않았다.

밑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그림자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준은 오히려 산을 하나뿐인 친구처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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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해 봄, 헐벗은 능선을 배경으로 삼겠다며 영화 팀이 들이닥쳤다.

주연을 맡은 나라에 이름이 알려질 만큼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연기하는 인물은 눈빛 하나로 신하들을 얼어붙게 하는 차가운 이었다.

촬영장 어디를 가든 곁에는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스태프들은 목장 사람들을 딸린 소품쯤으로 취급했고, 준에게는 특히 함부로 명령을 내렸다.

그런 무리 가운데 유일하게 준을 사람으로 대해 이는, 무사를 연기하던 배우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은 촬영이 없는 틈이면 준에게 말들의 이름을 묻고, 서툰 한국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오직 명성과 카메라 앞에서만 굽실거린 반면, 그는 이름 없는 소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준은 에도 딱히 주눅 들지 않았지만, 화면 속에서 얼음 같던 여왕이 정작 카메라 밖에서는 뜻밖에 말수가 적고 지쳐 보인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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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마지막 밤이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에 놀란 마리가 마구간 기둥을 걷어차는 바람에, 걸어 두었던 바닥으로 졌고 불은 마른 풀밭을 타고 순식간에 나갔다.

밤하늘로 치솟는 붉은 은, 멀리 마을에서 보기에 마치 잠자던 마침내 깨어난 것처럼 .

그런데 정작 목장 주인은 불을 생각은커녕, 아무런 없이 몸부터 챙겨 달아나 버렸다.

갇힌 말들이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날뛰자, 준은 앞뒤를 것도 없이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낡은 벗어 겁에 질린 말의 눈을 가린 채, 마리씩 마구간 밖으로 끌어냈다.

물통을 잇달아 두드려 끄는 그의 몸짓은, 누가 보아도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작정 날뛰는 아니라, 말들의 습성을 누구보다 아는 사람만이 있는 침착한 사투였다.

한편, 불이 여배우부터 안전한 차량으로 급히 옮겨 에워쌌다.

뒤늦게 달려온 스태프들이 소화기를 찾아 허둥대는 사이, 다니엘도 웃옷을 물에 적셔 불길로 뛰어들며 준을 도왔다.

안에 갇힌 여배우는 어깨를 떨고 있었는데, 얼음 같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놀란 사람의 얼굴만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동이 무렵에야 겨우 잡혔고, 절반이 잿더미가 되었지만 준의 손에 목숨을 건진 말은 마리도 빠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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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다음 아침, 투성이가 앞에 조용히 걸어와 섰다.

"너는 외진 산속 까지 흘러들게 됐니?" 그녀가 먼저 물었다.

준이 부모도 이름도 없이 자란 내력을 담담하게 들려주는 동안, 그녀는 그저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바로 무렵, 오래도록 그녀 곁을 지켜 스태프 하나가 지난밤 안에서 떨던 그녀의 모습을 몰래 찍어 기자에게 팔아넘김으로써 그녀를 사실이 드러났다.

"얼음 앞에서는 별수 없었다"는 기사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그녀가 오랜 세월 공들여 쌓은 대뜸 흠집을 냈다.

역시 그녀의 겁에 질린 얼굴을 똑똑히 보았지만, 일만은 끝내 누구에게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겪고 보니, 자신을 팔아넘긴 사람은 오래 믿어 이였고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지켜 사람은 이름조차 없는 소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

이름 없는 소년의 무심한 마음에 그녀가 얼마나 깊이 는, 흔들리는 눈빛만 보아도 넉넉히 짐작할 있었다.

결국 그녀를 스태프는 팀에서 쫓겨났고, 그날 준이 홀로 보여 마을에까지 흘러들어 오래도록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아이가 아니라, 잠자던 산이 깨어나던 밤에 홀로 맞선 소년으로 기억했다.

맺어진 인연이 더러 평생을 가듯, 봄의 불빛은 오래도록 사람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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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다 보면if you keep doing something (over time), you come to…; a general truth from repeated experience

산 밑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괴물의 그림자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Live long enough at the foot of the mountain and anyone is bound to grow used to the monster's shadow.

게다가/오히려/반면에/결국 (담화 접속)discourse connectors that steer an argument: moreover / rather / on the other hand / in the end

다른 이들이 명성과 카메라 앞에서만 굽실거린 반면, 그는 소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Whereas the others grovelled only before fame and cameras, he looked the boy straight in the eye.

-(으)ㄹ 수밖에 없다to have no choice but to do something

준은 불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Jun had no choice but to plunge into the fire.

-(으)ㄴ/는 모양이다it appears/seems that (an inference from what one observes)

그저 놀란 한 사람의 얼굴만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It seemed that only the startled face of a single person remained.

-고 보니having done/gone through something, one comes to realize…

그렇게 하룻밤을 겪고 보니, 그녀는 진실을 새삼 깨달았다.

Having lived through that one night, she realized the truth all over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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