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 두는 사람들

불을 켜 두는 사람들 The People Who Keep the Light On

Part 1

이 말을 전한 그날 밤에도, 수아가 가장 먼저 손을 뻗은 곳은 사람이 아니라 라디오 다이얼이었다.

벌써 몇 해째, 매일 밤 같은 시간에 흘러나오는 의 목소리와 익숙한 곡의 는 그녀가 가진 가족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수아는 한 번도 을 보낸 적 없는 오랜 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뒤로, 홀로 그녀를 키운 은 늘 말수가 적었고, 두 사람은 오래 서로의 침묵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이 마침내 했다는 소식은, 수아에게 식구 하나가 느는 일을 넘어 낯선 세계가 통째로 밀려드는 사건이었다.

그녀가 정작 두려워한 것은 재혼 그 자체라기보다, 오래 길들여 온 조용한 삶이 맞이할 엉뚱한 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까닭 없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혼자 사는 그녀는 평소 를 몇 개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오랫동안 그 단출한 삶을, 어쩔 수 없는 형편이기보다 스스로 고른 선택으로 여겨 왔다.

그 밤도 그녀는 어김없이 라디오를 켰고, 익숙한 가 좁은 방 안을 천천히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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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1

Part 2

를 며칠 앞두고, 수아는 백화점 에서 입을 을 고르며 한참을 망설였다.

이미 서로를 가진 사람들 앞에 서기에 어떤 이 예의에 맞을지, 그녀로서는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거울 속에는 낯선 자리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얼굴이 서 있었고, 그 얼굴은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를 불러왔다.

친구들이 서로 반찬을 나누며 떠드는 동안, 그녀는 늘 을 혼자 먹곤 했다.

그때 그녀를 괴롭힌 것은 배고픔보다도, 시끌벅적한 을 가진 아이들을 향한 조용한 이었다.

게다가 장소는 로만 한 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어서, 그 거리가 벌써 건너기 힘든 강처럼 느껴졌다.

하필 상견례 당일 아침, 시내버스 기사들이 에 들어갔다.

정류장에 발이 묶인 그녀는,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첫인사부터 늦고 말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침 한 대 남은 지하철에 겨우 몸을 실었다.

가까스로 시간에 닿았지만 안도감은커녕, 오히려 그 아슬아슬함이 오늘 하루가 이미 어긋나 버렸다는 예감만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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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는 한 의 조용한 에서 열렸다.

미닫이문이 열리자, 안에서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먼저 쏟아져 나왔다.

상대편은 형제자매가 몇인지 세다 만, 한눈에도 인 모양이었다.

수아는 익숙한 이 가슴 어딘가에서 솟아오르기를 반쯤 각오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은 끝내 올라오지 않았다.

가 될 사람은 상을 손수 차렸는데, 몇 주 동안 연습했다는 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했다.

그는 수아의 앞에 국그릇을 가장 먼저 내려놓았다.

따뜻하고 어딘가 서툰 그 음식은, 그녀가 그동안 혼자 데워 먹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반면에 그 들은, 이제 와 돌이켜보면 한 끼라기보다 그녀가 스스로 쌓아 올린 낮은 담에 가까웠다.

상 너머로는 이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을 마주하고서야, 수아는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이 실은 시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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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그날 밤, 수아는 여느 때처럼 라디오를 켰다.

그런데 의 첫마디는, 여러 해 이어 온 방송이 오늘로 막을 내린다는 뜻밖의 인사였다.

는 마지막 을 읽고 나서, 신입 시절 처음 받았던 때 한 선배가 건넨 한마디를 이 밤을 위해 아껴 두었다고 했다.

"가족이란, 결코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불을 켜 두는 사람들입니다."

수아는 혼자였던 수많은 밤마다 "괜찮을 거야"라고 그 버릇대로, 그 말을 입속으로 나직이 되뇌었다.

결국,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 대신 찾아온 것은, 혼자 있기에는 너무 시끄러운 집과 이제 막 이름을 익혀 가는 얼굴들이었다.

방송의 를 알리는 마지막 가 흐르는 동안, 오래도록 남을 향하던 이 어느새 자리를 비운 것을 그녀는 조용히 깨달았다.

떠나보낸 자리마다 새로 들어와 앉는 것이 있음을, 그녀는 그날 밤 처음으로 어렴풋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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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ㄹ 수밖에 없다to have no choice but to; can only

혼자 사는 그녀는 끼니를 통조림 몇 개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Living alone, she had no choice but to make do with a few cans for her meals.

-고 말다to end up (in some state), with a note of finality or reluctance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Each time that thought came, a corner of her heart would go cold despite herself.

-다가는if things keep on this way (a bad result will follow)

이대로 지체하다가는 첫인사부터 늦고 말 것 같았다.

If she lost any more time, she was going to end up late for the very first greeting.

-(으)ㄴ/는 모양이다it appears/seems that (an inference from what one observes)

형제자매가 몇인지 세다 만, 한눈에도 대가족인 모양이었다.

There were so many siblings she lost count—plainly a large family, by the look of it.

게다가 / 오히려 / 반면에 / 결국moreover / rather / on the other hand / in the end (discourse connectors)

반면에 그 통조림들은 한 끼라기보다 스스로 쌓아 올린 낮은 담에 가까웠다.

The cans, on the other hand, seemed less a meal than a low wall she had built around he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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