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을 든 아이
The Boy Who Took Up the Sword
민호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곳이었다.
부모의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에서 자란 십여 년 동안, 그는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않는 법부터 몸에 익혔다.
상처받지 않으려 마음을 단단히 닫아 두느라 그는 걸핏하면 주먹다짐을 벌였고, 사소한 일에도 곧잘 성을 냈다.
청소 시간에 닦으라는 말에는 대놓고 투덜거리다가 원장에게 일쑤였다.
그런 민호를 맡은 은, 젊은 시절 범인을 쫓고 일로 수십 년을 보낸 .
평생 남을 쫓고 잡으며 살아온 그가, 이제는 낡은 에서 아이들에게 를 가르치고 있었다.
" 남을 베라고 잡는 물건이 아니다." 첫날, 은 민호 앞에 한 자루를 내려놓으며 그렇게 말했다.
평생 남을 쓰러뜨리는 일로 살아온 사람의 말이라, 그 한마디에는 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민호는 그 말을 뀌었지만, 딱히 갈 곳도 없는 그로서는 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처음 얼마간 민호는 를 휘둘렀다.
은 훈련에 앞서 늘 아이들을 나란히 앉히고 눈을 감게 한 뒤, 함께 오랫동안 잠겼다.
그는 검을 휘두르는 시간보다 오히려 그 고요한 시간을 더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은 민호에게 를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눈을 감다 보니, 속에서 들끓던 사나운 분노도 어느새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장에 나오더니, 이제는 실수를 해도 예전처럼 발끈하는 없었다.
식사 시간이면 그는 어린 반찬을 먼저 밀어 주곤 했다.
원장은 그런 변화를 진작 알아챘으나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모난 돌 같은 아이가 조금씩, 그러나 제 몫을 감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부터 은 그가 유일하게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몇 달 뒤, 원장은 민호를 청소년 내보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민호는 첫 경기부터 남김없이 .
자세와 눈 깜짝할 손놀림 앞에서 상대들이 번번이 무너지자, 심판들조차 놀란 눈치였다.
그러나 는 충분히 이길 수도 있었으나, 그는 마지막 한 점을 내주고 끝내 말았다.
이길 수 있었던 만큼, 그 분함은 오히려 더 크게 그를 짓눌렀다.
그날 저녁, 둘러앉아 어떻게든 그를 위로하려 애썼다.
그러나 민호는 억지로 젓가락을 들었을 뿐, 속으로는 다시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닫아걸었다.
밤이 깊어 모두 잠든 뒤에도, 그는 홀로 에 남아 불도 켜지 않고 만 손에 쥐고 있었다.
소리 없이 들어온 이 그 곁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번 지고 주저앉을 , 그건 애초에 승부였다. 지다 보면, 이기는 법도 결국 거기서 배우게 되는 거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그 밤을 지나고 나서야, 민호는 무언가를 바라는 일이 더는 어리석지 않음을 받아들였다.
다음 위해 그는 기초부터 다시 다졌고, 매일 잡는 그 지루한 반복을 견딜수록 흔들리던 마음도 조금씩 중심을 잡아 갔다.
이듬해 민호는 그동안 쌓아 온 모든 것을 남김없이 , 마침내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컵을 손에 든 그는, 자신을 지켜보러 온 식구들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한때 수많은 범인을 온 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 문득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남을 쓰러뜨려 얻은 그 숱한 승리로도 끝내 채우지 못했던 자리를, 저 아이는 제 안의 적과 싸워 채우고 있었다.
평생 남을 이기고도 못한 것을, 민호는 누구도 이기지 않고 오직 자신을 이김으로써 넘어선 셈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호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
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집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그의 집이 되어 있었다.
예전엔 시큰둥하게 그 낡은 , 그는 이제 나지막한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그러고는 익숙한 걸음으로 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Vocabulary
Grammar notes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꼬박꼬박 도장에 나오더니, 이제는 실수를 해도 예전처럼 발끈하는 기색이 없었다.
He took to showing up at the hall faithfully without being told, and now, even when he slipped, the old flare of temper was nowhere in him.
매일 검을 잡는 그 지루한 반복을 견딜수록 흔들리던 마음도 조금씩 중심을 잡아 갔다.
The more he bore the dull daily repetition of taking up the sword, the more his wavering heart settled onto its center.
민호는 무언가를 바라는 일이 더는 어리석지 않음을 받아들였다.
Minho came to accept that to want something was no longer a foolish thing.
민호는 누구도 이기지 않고 오직 자신을 이김으로써 넘어선 셈이었다.
Minho had, in effect, surmounted it by beating no one at all and only himself.
딱히 갈 곳도 없는 그로서는 도장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With nowhere in particular to go, he had no choice but to start showing up at the hall.
이길 수 있었던 승부였던 만큼, 그 분함은 오히려 더 크게 그를 짓눌렀다.
Precisely because it was a match he could have won, the bitterness of it bore down on him all the harder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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