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을 채우는 법

빈칸을 채우는 법 Filling In the Blanks

Part 1

서연은 종이 위에서라면 누구보다 날카롭게 펼치곤 했다.

그러나 그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기가 그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아이였다.

하루하루는 늘 똑같고 , 그녀는 딱딱한 속에 자신을 숨기고 지냈다.

어느 날, 국어 선생님이 그녀의 글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동아리로 그녀를 불렀다.

"네 글에는 말하기의 이 숨어 있어. 그걸 밖으로 꺼내 보자."

서연은 그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토론이란 원래 목소리 큰 아이들의 몫이라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잘 쓰는 것과 잘 따지는 것은 결국 같은 일이라며, 그녀가 달라질 거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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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을 맡은 선생님은 소문대로 몹시 .

그는 빨간 펜으로 서연의 온통 고쳐 놓고도, 정작 핵심이 되는 자리는 으로 남겨 두었다.

빨간 줄이 그어진 대본을 앞에 두고, 서연은 밤새 홀로 씨름했다.

제 허술한 곳을 스스로 메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첫 연습 토론에서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목 안에서 얼어붙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보이던 그가 조용히 다가와 물잔을 내려놓았다.

"언제나 더 많이 준비한 쪽이 법이다."

그가 이 학교에 오기 전, 오래도록 에서 아이들에게 말로써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쳤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장을 하나하나 주면서도, 만은 끝끝내 대신 채워 주지 않았다.

그 지독한 꼼꼼함 속에 숨은 서툰 다정함을, 서연은 조금씩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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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몇 주가 지나자 서연의 은 상대의 약점을 놓치지 않을 만큼 , 동아리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해 의 큰 주제는 남과 북의 문제였다.

연습 리그에서 만난 다른 학교의 준서는 차갑고 빈틈이 없는 토론자였다.

그는 서연의 주장을 조각조각 무너뜨린 뒤, 모두가 듣는 앞에서 이렇게 내뱉었다.

"준비도 안 된 상대에게서 배울 게 뭐가 있겠어."

그날 이후 준서는 서연에게 반드시 넘어야 할 가 되었다.

그를 이기겠다는 마음 하나로 서연은 밤마다 을 다듬었다.

예전이라면 얼어붙었을 자리에서도, 그녀는 이제 흔들림 없이 끝까지 말을 이어 냈다.

아이의 차분한 목소리는 어느새 묘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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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전국 대회가 다가오자 동아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달렸다.

그런데 결승을 며칠 앞두고, 맨 앞에서 팀을 이끌던 선배가 으로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다.

가장 두려워하던 그 첫 자리를, 아직 스스로를 여기던 서연이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대회 날, 예전 같으면 진작 이라도 했을 그녀가 오히려 침착하고 무대에 올랐다.

결승의 주제는 의 미래였고, 맞은편 자리에는 다름 아닌 준서가 서 있었다.

치열한 이 오간 끝에, 승리는 서연의 팀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마지막 발언을 앞둔 준서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라 여겼던 그 아이 역시 자신과 똑같이 겁에 질린 사람임을, 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전국 대회 우승으로 두 팀 모두 세계 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었고, 며칠 뒤 서연을 태운 비행기가 를 벗어나 .

통로 건너편에는 준서가 앉아 있었지만, 이제 그는 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익숙한 땅이 창밖에서 조금씩 작아지는 동안, 서연은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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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기 (nominalizer)turns a verb into a noun that serves as subject or object (the act of doing)

소리 내어 말하기가 그녀에게는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Saying it aloud was, for her, the most frightening thing.

-(으)로써by means of, with — a formal statement of the instrument or method

그는 아이들에게 말로써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쳤다.

He taught the kids to defend themselves with words.

-아/어 내다to manage to do; to carry an action through to the end

그녀는 흔들림 없이 끝까지 말을 이어 냈다.

She carried her words through to the end without a waver.

-(으)ㅁ (abstract nominalizer)turns a whole clause into an abstract noun: the fact that …

그도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서연은 깨달았다.

Seoyeon realized that he too was a person just like her.

-고 말다to end up doing something, with a sense of finality or misfortune

선배가 감염으로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다.

The senior ended up rushed to the hospital with an in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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