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 칸의 아이

TOPIK 5#5 · Work & school

맨 아래 칸의 아이

The Boy at the Bottom of the Chart

Part 1

민재는 성적표를 받아 순간, 거기 찍힌 숫자 하나가 자기 자신인 것만 같았다.

도시 변두리의 작은 , 좁은 교실 안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있었다.

아침마다 민재의 발걸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그런 민재를 교문 앞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국어 선생이었다.

선생은 성적이 사람의 값이라 믿는 , 십수 년째 묵묵히 견뎌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의 굽은 어깨만 보고도 속에 얼마만 무게가 실렸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높낮이로 사람을 세우는 교육이 옳을 없다고, 그는 오래전부터 믿어 왔다.

그러나 신념을 품는 일과 신념으로 아이를 실제로 구해 내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민재의 이름이 언제부턴가 그의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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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선생이 처음부터 교단에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시절은 남들처럼 순탄하지 못했다.

남들이 번에 대학 문을 넘을 때, 그는 번이나 입시에 떨어져 삼수 끝에야 겨우 대학에 붙었다.

시절의 막막함을, 그는 아직도 온몸으로 기억한다.

밤마다 무게에 짓눌려 이루던 소년이, 바로 그였다.

대학을 나온 그는 뜻밖에도 방송국의 되었다.

현장을 누비는 방송 년, 화려해 보이던 삶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있었다.

어느 그는 안정된 자리를 미련 없이 내려놓고, 길에 들어섰다.

멀쩡한 방송 일을 버렸다며 남들은 끝내 그를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그는 번도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남보다 늦게 돌아온 길이었기에, 그는 뒤처진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헤아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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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무렵 국어 시간에는 마침 편의 고전 소설을 함께 읽고 있었다.

선생은 대목을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혀 보기로 했다.

하필 지목을 받은 것은, 평소 입을 좀처럼 열지 않는 민재였다.

민재는 끊길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또박또박 대목을 시작했다.

그것은 어리석은 왕에게 홀로 바른말을 올리는 늙은 장면이었다.

권세가 두려워 모두 침묵할 때, 오직 목이 달아날망정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친 뒤, 선생은 대쪽 같던 조용히 풀어 설명했다.

세상이 매기는 벼슬의 높낮이가 아니라, 스스로 지킨 뜻이 값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민재는 문득, 줄의 성적으로는 결코 없는 무언가가 사람에게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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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학기 말, 학교 해마다 열리는 진로 시작되었다.

곳곳에 놓인 온갖 직업의 이름과 조건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두툼한 넘기며 저마다의 앞날을 그려 보았다.

그런데 어느 면에는 직업별 평균 큼직한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표가 눈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눈은 가장 높은 칸으로 우르르 몰렸다.

민재는 숫자들 앞에서, 지금의 성적으로는 결코 닿을 없는 세계를 얼굴이 굳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일수록, 그것은 자신과는 아득히 이야기처럼만 들렸다.

결국 민재는 선생을 찾아와, 몸이 좋지 않으니 힘없이 말했다.

그러나 창백한 낯빛 뒤에 감춰진 것이 단순한 몸살이 아님을, 선생은 이미 알아차렸다.

마침 한쪽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카페를 젊은이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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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졸업생은 이렇다 학벌도, 높은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했다.

번의 실패 끝에 그는 고단한 길을 스스로 택했고, 지금은 어엿한 가게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다른 편에서는, 요리 나온 강사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보이고 있었다.

화려한 성적표 대신 성실한 손을 보고 사람을 뽑는다고, 강사는 도마 앞에서 손을 멈추고 말했다.

민재의 발이,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멈춰 섰다.

방과 후,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교실을 지나 선생은 낡은 민재를 조용히 불렀다.

좁은 , 시절 그를 버티게 손때 묻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그는 가리키며, 자신도 한때 등급표 아래 칸에서 숨죽이던 아이였다고 털어놓았다.

"숫자는 네가 지나온 하루를 기록할 뿐, 네가 앞으로 살아갈 하루까지 정해 두지는 못한다."

민재는 오래 참았던 무언가가 눈가에서 뜨겁게 풀려 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튿날 아침, 여느 때보다 조금 이르게 민재의 어깨는 전날보다 한결 가벼워 보였다.

교문 앞에는, 오래전 재수생이던 소년이 이제는 아이의 든든한 되어 웃으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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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ㄹ 듯 말 듯on the verge of doing; hovering between doing and not

민재는 끊길 듯 말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 대목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In a trembling voice that seemed about to break off at any moment, Minjae began to recite the passage.

-기가 무섭게the instant something happens; no sooner than

그 표가 눈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눈은 가장 높은 급여의 칸으로 몰렸다.

The instant that table caught their eye, the children's eyes rushed to the highest-salary column.

-(으)ㄹ망정would sooner … than; even at the cost of

그 신하만이 목이 달아날망정 뜻을 굽히지 않았다.

That vassal alone would sooner lose his head than bend his will.

-(으)ㄹ지언정even though; granted it may be so

남들은 끝내 그를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그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Even though others would never understand him, he did not regret the choice.

-(으)ㄹ수록the more X, the more Y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일수록, 그것은 자신과는 아득히 먼 이야기처럼만 들렸다.

The more coveted the position, the more it sounded like a story impossibly far from him.

-(으)ㄹ 뿐does no more than X; merely, only

숫자는 네가 지나온 하루를 기록할 뿐, 앞으로 살아갈 하루까지 정해 두지는 못한다.

A number only records the days you have come through; it cannot fix the days you have yet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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