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말
Words Instead of a Gun
유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입을 다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외할아버지의 집이었다.
어릴 적에는 매일같이 그 무릎에 앉아 조잘거렸지만, 외할아버지가 경찰에서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뒤로 두 사람 사이는 어느새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거실에서, 그는 소리를 줄인 텔레비전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는 듯한 그 뒷모습이 유나에게는 어딘가 보였다.
유나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예쁜 모으는 버릇이 있었다.
낯선 잊혀 가는 , 마음을 건드리는 만나면 그녀는 작은 수첩에 하나씩 옮겨 적었다.
남들 앞에서는 말주변이 좋아 소리를 곧잘 듣는 그녀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할아버지 앞에만 서면, 그 많은 입안에서 그대로 말라붙곤 했다.
이 침묵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유나는 문득 마음을 다잡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유나는 큰맘 먹고 할아버지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할아버지, 예전에 경찰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창밖만 내다보았다.
처음 몇 마디는 대답하는 둥 마는 둥, 그저 다 지난 일이라며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그래도 유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 시절 이야기를 꼭 한 번만 들려 달라고 거듭 .
"짧아도 좋으니,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요."
손녀의 진심이 닿았는지, 할아버지는 마침내 낮게 잠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오래 맡았던 일은 ."
총이 아니라 말로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사람이라고, 그는 담담히 덧붙였다.
그것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겪은 말에, 유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그해 겨울, 빚에 쫓기던 한 사내가 은행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사람들을 붙들었다.
끝에 몰린 그는 문 안에서 쉴 새 없이 거친 퍼부어 댔다.
밖에서는 들이대며 당장 나오라 윽박질렀지만, 그럴수록 사내의 흥분은 더 거세질 따름이었다.
할아버지는 그 내려놓게 하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사내가 아무리 험한 말을 퍼부을망정, 그는 결코 언성을 높여 맞받아치지 않았다.
창밖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은 하나같이 손에 땀을 쥐고 .
한마디만 어긋나도 모든 것이 무너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순간이 이어졌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 지금이 사내의 마음이 열리느냐 마느냐의 마지막 그에게 일러 주었다.
총구 앞에서도 그는, 이 사람만은 결코 잃지 않으리라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 순간 그의 유일한 , 사내도,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내를 적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대하며, 그 마음과 조용히 애썼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몇 시간의 실랑이 끝에, 사내는 붙들고 있던 사람들을 한 명씩 풀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떨리는 두 손을 스스로 앞으로 내밀었다.
달려온 동료들이 그 손목에 채웠다.
차가운 채워지기가 무섭게, 사내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알고 보니 그를 떠민 사연은 더없이 것이었다.
사건은 아무 희생 없이 끝났지만, 할아버지의 가슴에는 짙은 남았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 다행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무너진 삶까지는 끝내 되돌리지 못했다는 자책이, 오래도록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날 밤 그가 홀로 삭여야 했던 , 승리도 패배도 아닌 어떤 것이었다.
담담하던 이야기가 거기에 이르자, 듣고 있던 유나의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긴 이야기를 마친 할아버지의 얼굴은, 늘 낯빛과는 달리 한결 보였다.
수십 년을 가슴 깊이 눌러 둔 비로소 꺼내 놓은 까닭이었다.
유나는 할아버지의 거칠고 마른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렇게 살아 내신 삶이 참으로 , 그 용기를 오래도록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할아버지의 그 시절이야말로, 우리 가족의 가장 큰 ."
손녀의 말에, 그의 눈가에는 오랜만에 어린 빛이 돌았다.
어느새 유나는 예전처럼 이런저런 질문을 쉴 새 없이 쏟아 내고 있었다.
그 낡은 한 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의 마음에 가닿았다.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부디 있는 그대로 적어 달라고 .
유나는 어려운 어린 우리말로 그 마음을 옮기리라 다짐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온전히 전하는 일이, 이제 그녀가 품은 가장 소중한 되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사내가 아무리 험한 말을 퍼부을망정, 그는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However vicious the words the man spat, he would not raise his voice.
한마디만 어긋나도 모든 것이 무너질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One word out of place and everything hung on the very edge of collapse.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기가 무섭게, 사내는 울음을 터뜨렸다.
The instant the cold handcuffs clicked shut, the man burst into tears.
처음 몇 마디는 대답하는 둥 마는 둥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For the first few exchanges he answered only half-heartedly, trailing off.
이 사람만은 결코 잃지 않으리라 속으로 되뇌었다.
He repeated to himself that this man, at least, he would surely not lose.
Take the final quiz
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