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차리는 밥상

TOPIK 5#9 · Food & cooking

혼자 차리는 밥상

A Table Set for One

Part 1

냉장고 문을 때마다 민재는 똑같은 풍경과 마주쳤다.

식은 배달 음식과 반쯤 말라붙은 , 그리고 언제 담아 두었는지 모를 반찬 가지가 전부였다.

서른을 넘긴 사내의 냉장고치고는 어딘가 쓸쓸했지만, 그는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실제로 그의 누가 봐도 엉망이라 만했다.

바쁘다는 핑계 뒤에 숨어, 그는 하루 가운데 끼를 예사로 걸렀다.

아침은 굶었고, 점심은 편의점 하나로 때우기 일쑤였다.

밤이 깊어 배가 , 그제야 과자 봉지를 뜯어 허기를 달랬다.

자리에서는 번번이 , 그런 날이면 이튿날 아침까지 통째로 건너뛰기 마련이었다.

마치 사람처럼 아무거나 삼키다가도, 정작 제대로 차린 앞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랐다.

얼마 출장길에 먹은 근래 가장 그럴듯한 사실이, 무엇보다 그의 처지를 정확히 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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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1

Part 2

그러던 어느 봄, 민재는 아주 오랜만에 시골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작은 홀로 가꾸며 지내고 계셨다.

배꽃이 길을 걷는 동안, 도시에서 짊어지고 피로가 조금씩 씻겨 나가는 듯했다.

손자가 온다는 말에,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부엌을 지키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마루에 차려진 상을 순간, 민재는 저도 모르게 우뚝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한, 그야말로 .

한가운데에는 그가 어릴 적부터 유난히 좋아하던 얼큰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곁으로는 보글보글 끓는 냄비와, 부쳐 노릇하게 쌓여 있었다.

할머니는 상추에 밥을 얹고 쌈장을 바른 손수 싸서, 손자의 입에 아이 먹이듯 넣어 주셨다.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무심한 한마디에 민재는 까닭 없이 목이 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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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뜨끈한 국물 술이 얼어붙어 있던 속을 천천히 녹여 주었다.

도시에서 대충 삼키기만 하던 그가, 그제야 밥이라는 것을 제대로 듯했다.

"이렇게 맛있는 태어나서 처음 ." 그는 연신 감탄했다.

볼이 미어지도록 먹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가, 문득 나무라듯 입을 여셨다.

"너는 어려서부터 고기만 밝히더라."

고기만 찾는 손자의 위주 , 할머니는 마음에 걸리셨던 것이다.

" 좋지만, 골고루 곁들여야 몸이 상하지 않는 법이란다."

할머니 자신은 평생 조금씩 천천히, 습관을 지켜 분이었다.

"많이 먹는 것보다, 거르지 않는 중요한 거란다."

시원하고 달큼한 들이켜며, 민재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의 잔소리가 얼마나 정겹던지, 이상하게도 조금도 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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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며칠을 머무는 동안, 민재는 할머니 곁에서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할머니는 손때가 까맣게 묻은 낡은 권을 장롱 깊은 곳에서 꺼내 오셨다.

누렇게 바랜 페이지마다 , 끓이고 부치는 순서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들이라고, 할머니는 나직이 덧붙이셨다.

" 들여다봐서는 소용없다. 손이 기억해야 비로소 것이 되는 거야."

민재는 서툰 손으로 뒤집다가 반죽을 새까맣게 태우기도 했다.

고기를 줄이고 듬뿍 넣은 국에서도 이토록 깊은 맛이 난다는 사실은, 알던 그에게 작은 놀라움이었다.

떠나기 전날 저녁, 사람은 나란히 앉아 조물조물 빚었고, 소풍이라도 가는 아이들처럼 그것을 나눠 먹으며 오래 웃었다.

그제야 민재는 할머니가 어째서 이토록 요리를 가르치려 하시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있었다.

언젠가 곁에 없을 자신을 대신해, 손자가 스스로 챙길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떠나는 아침, 할머니는 낡은 가지 손자의 손에 쥐여 주셨다.

"이 이제 네가 챙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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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도시로 돌아온 민재의 하루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되도록 하루 거르지 않으려 스스로를 .

아침이 전날 만들어 시원한 속을 채웠다.

있어도 않으려 애썼고, 밤늦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허겁지겁 삼키던 버릇 대신, 그는 천천히 법을 조금씩 익혀 갔다.

고기만 찾던 위주의 차츰 균형이 잡혀 갔다.

주말이면 그는 할머니의 펼쳐 두고 손수 상을 차렸고, 가끔은 친구들을 불러 끓이고 부치기도 했다.

서툴지만 정성껏 차린 소박한 밥상이, 그에게는 세상 어떤 귀하게 느껴졌다.

끼가 근래 가장 그럴듯한 식사였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 그는 손으로 지은 무게를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김이 오르는 밥상 너머로, 그는 배꽃 할머니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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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는 듯(이)as if; seemingly (a manner or semblance)

그제야 밥이라는 것을 제대로 맛보는 듯했다.

Only then did he seem, at last, to truly taste what a meal was.

얼마나 -던지how ... it was (recalling an intense degree)

할머니의 잔소리가 얼마나 정겹던지, 조금도 밉지 않았다.

Grandmother's nagging was so endearing that not a bit of it felt unwelcome.

-(으)리라would surely; it must have been (literary conjecture)

손자가 스스로 끼니를 챙길 줄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It must surely have been her wish that her grandson learn to feed himself.

-더라I recall that ...; as I witnessed (recollective)

너는 어려서부터 참 고기만 밝히더라.

You've really craved nothing but meat since you were little, I recall.

-기 마련이다is bound to; naturally ends up doing

그런 날이면 이튿날 아침까지 통째로 건너뛰기 마련이었다.

On such days he was bound to skip clear through to the next morning.

-(으)ㄹ 만큼to the extent that; so much that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한,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It was so lavish the table legs seemed to bow—a feast in the truest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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