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깃털
Numbers and Feathers
준호는 국책 연구소에서 매달 산출하는 통계 분석가였다.
소수점 아래 숫자 하나에까지 매달리는 탓에, 그는 사소한 오차 하나로 며칠씩 잠을 설치곤 했다.
야근이 길어질수록 그의 어깨는 눈에 띄게 ,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앉았다.
연구소는 직원들에게 값비싼 민간 보험을 , 다달이 오르는 그의 통장을 얇게 만들 뿐이었다.
그해 봄,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고용 통계가 발표를 며칠 앞두고 외부로 .
급격히 내용이어서, 언론이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러나 며칠 뒤, 자료에 같은 응답자가 두 번 잡힌 항목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소해 보이던 그 오류 하나가 발표 일정에 큰 주었고, 연구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자신의 손을 거친 자료가 이런 되었다는 사실이, 준호는 견딜 수 없이 .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뒤척이던 그에게, 오랜 한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머리도 식힐 겸 주말에 다녀가는 게 어떠니?” 한 그에게 며칠이라도 쉬기를 .
준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번만큼은 훌쩍 떠나기로 .
새벽 기차에서 내려선 안개가 자욱했고, 마른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잿빛 물 위로는 이름 모를 수백 마리가 소리 없이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새들은 저마다 하얀 입김을 아침을 맞았다.
물가에는 잠에서 깬 날아올랐고, 부지런한 그것들을 쪼아 댔다.
준호가 다가서자 놀란 새 떼가 한꺼번에 날아올랐고, 몇 개가 허공에 .
여사는 새들의 가느다란 다리마다 달린 작은 번호 가리켜 보였다.
숫자 대신 살아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세는 그 세계가, 준호에게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그날 저녁, 그는 오랜만에 굽은 어깨를 펴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이튿날 아침,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러 주었다.
그녀는 좀처럼 기색을 내비치는 법이 없었고, 궂은일 앞에서도 늘 잔잔했다.
“ 누가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떠나는 타고났단다.” 말했다.
“이 습지에는 어떤 , 사람의 명령도 닿지 않지만, 새들은 저희끼리 놀랍도록 질서를 지키지.”
여러 무리의 이동 경로가 이곳에서 겹치고 말을 조용히 덧붙였다.
그때 준호는 나오는 물안개 너머로, 무리에서 조금 뒤떨어진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새는 한쪽 날개가 아래로 축 있어, 다른 새들을 힘겹게 뒤따르고 있었다.
“저렇게 뒤처진 녀석은 한 마리라도 더 먹어야 겨울을 난단다.” 말투는 .
준호는 회사 생활에 파묻혀 이렇다 할 하나 없이 살아온 자신을 문득 떠올렸다.
그러나 만난 스스럼없이 다가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저녁이면 그들은 화롯가에 둘러앉아 따뜻한 차를 나누었고, 준호도 어느새 그 무리에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습지에서 돌아온 준호는 유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기로 자료를 펼쳤다.
며칠을 파고든 끝에, 그는 폭이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같은 응답이 두 번씩 집계된 오류가,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었다.
다시 말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그 참담한 실제보다 과장된 허상이었다.
잘못된 숫자 하나에 연구소 전체가 웃음거리 되었던 일을 떠올리니, 준호는 다시금 .
그러나 이번에는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는 대신, 담담하게 보고서를 써 내려갔다.
그는 보고서 말미에, 습지에서 배운 것을 한 줄 .
“숫자든 , 공황이 아니라 끈질긴 관찰만이 진실에 다가서게 한다.”
공개되자, 며칠간 요동치던 시장의 불안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준호는 그 겨울, 자신의 통계 실력을 습지의 조사에 마음먹었다.
나누는 꾸밈없는 속에서, 그는 오래 잊고 지내던 웃음을 조금씩 되찾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계절이 바뀌자 다시 먼 하늘로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떠나는 무리를 날, 준호의 어깨 위로 하나가 조용히 내려앉았다.
마른 바람에 , 그는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입구에는 이 쉼터를 처음 세운 이의 이름이 새겨진 낡은 나무 걸려 있었다.
그 가만히 어루만지며, 한때 이곳이 굶주린 새들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고 일러 주었다.
도시로 돌아온 준호는 더 이상 오르는 조바심 내지 않았다.
어떤 들지 않고 누구의 받지 않는 저 , 매서운 겨울을 기어이 견뎌 살아 돌아온다는 것을 그는 이제 알았다.
한때 그의 삶을 온통 짓누르던 숫자들은, 이제 더는 그의 잠에 주지 못했다.
준호는 창가에 놓아둔 바라보며, 느리게 세는 삶의 리듬을 조용히 익혀 갔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야근이 길어질수록 그의 어깨는 눈에 띄게 처졌고,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앉았다.
The longer the overtime ran, the more visibly his shoulders drooped, and dark shadows settled beneath his eyes.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뒤척이던 그에게, 오랜 은사인 한 여사가 짧은 문자를 보내왔다.
To him, tossing and turning under the blankets night after night, his longtime mentor, Madam Han, sent a short text.
준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번만큼은 훌쩍 떠나기로 작정했다.
After hesitating a long time, Junho resolved that this once he would simply get away.
숫자든 철새든, 공황이 아니라 끈질긴 관찰만이 진실에 다가서게 한다.
Whether numbers or migratory birds, it is not panic but dogged observation that brings you closer to the truth.
숫자 대신 살아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세는 그 세계가, 준호에게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That world—one that counted living things one by one instead of numbers—felt strange to Junho and yet oddly drew him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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