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마음
Full Circle
지훈이 자원봉사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것은, 봉사할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였다.
회사 일에 짓눌린 채 몇 달을 보내는 동안, 그의 주말은 방 안에 틀어박혀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는 시간으로 굳어 있었다.
게시판의 낡은 마을 '나눔 축제'의 자원봉사자를 찾고 있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 오랜 지친 노인들과 하루를 보낼 사람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이상하게 그의 발을 붙들었다.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텅 빈 주말을 또 한 번 혼자 흘려보내는 일이 문득 지겨웠을 뿐이었다.
그날 밤 그는 큰 기대 없이 온라인 신청서를 채웠지만, 접수 단추를 누르는 순간 화면에는 붉은 메시지가 떴다.
몇 번을 다시 눌러도 똑같은 되풀이될 뿐, 신청은 끝내 접수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진작 포기했을 그였지만, 이번만은 회관으로 전화를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화기 너머 껄껄 웃는 노인의 목소리가, 접수 따위는 됐으니 그냥 몸만 오라며 그를 다독였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이튿날 아침, 지훈은 태어나 처음으로 낯선 봉사의 세계에 발을 .
마당에 첫발을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왜 여기 서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마당에는 하얀 여러 채가 줄지어 서 있었고, 아침 바람이 그 사이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바람이 거세질 때마다 기둥이 위태롭게 ,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흔들렸다.
지훈이 얼떨결에 기둥 하나를 붙잡자, 곁에 있던 노인이 반대편을 붙들며 고맙다고 웃었다.
그가 바로 전날 통화했던, 박 노인이라 불리는 회관의 최고참 .
잠시 뒤 아래 둘러앉아 머리를 , 엉성하기 짝이 없는 행사 앞에 놓았다.
원래의 계획은 곳곳에 구멍이 많아, 결국 프로그램 전체를 대폭 않을 수 없었다.
박 노인은 낡은 과감히 했고, 몇몇 순서는 통째로 덜어 내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변경 앞에서 지훈은 일이 어그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심 불안했지만, 지체할 겨를이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선택이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점심 무렵, 마당 한쪽에서는 커다란 김을 뿜으며 붉은 국물을 끓여 내고 있었다.
솥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쭉한 , 국자로 조심스레 그릇에 나눠 담았다.
그 국의 재료가 인근 통째로 기부한 사실을, 지훈은 한참 뒤에야 전해 들었다.
값비싼 선뜻 내어 준 그 마음이야말로 오늘 이 자리를 지탱하는 진짜 재료라고, 박 노인은 말했다.
각 그릇 옆에는 영양 성분을 적은 작은 안내표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이가 약한 노인들이 먹기 좋도록 낮추고 부드러움은 더한, 오래 고아 낸 국이었다.
여러 단체가 보내온 물품이 차곡차곡 쌓여, 그 자체로 작은 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건넨 손길이 모여, 낯선 온기가 마당을 천천히 데웠다.
뜨거운 국통을 나르는 사이 지훈의 셔츠는 어느새 땀에 젖어 들었다.
온몸이 젖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만은 오랜만에 개운하고 가벼웠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오후가 되자 아이들이 알록달록한 쓰고 무대 위로 우르르 올라섰다.
우스꽝스러운 뒤에서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이 얼마나 맑고 밝던지, 지쳐 있던 마당에까지 생기가 돌았다.
예정된 사회자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떠밀리듯 그 역할은 지훈에게 돌아왔다.
며칠 전만 해도 방구석에 숨어 지내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에 섰다.
그의 서툰 진행에도 마당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오래도록 조용하기만 하던 회관이 이토록 얼굴을 하는 것을, 박 노인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저녁에는 온 마을이 기다려 온 탁구 대회의 강당에서 열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은 마을 방송을 통해 집집마다 실시간으로 .
거동이 불편해 회관까지 나오지 못한 노인들도, 화면 앞에 모여 앉아 함께 환호했다.
마지막 점수가 갈리는 순간, 승리한 아이가 카메라를 향해 번쩍 치켜세웠다.
화면을 지켜보던 노인들도 주름진 손으로 들어 올리며 아이의 승리에 답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축제의 마지막은 아이들이 마을 어른들을 조촐한 순서로 채워졌다.
아이들이 정성껏 어른들을 올리자, 절을 받는 노인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늘 받은 마음을 언젠가 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 그것이 나눔의 참뜻이라고 박 노인은 나직이 말했다.
도움을 받은 이가 다시 누군가를 돕는 이 선한 , 오랜 세월 마을을 지탱해 온 힘이었다.
그런 한가운데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이, 지훈에게는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저마다 그날 하루의 묻는 짧은 설문에 응했다.
집계된 준비하던 이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높았다.
그러나 그 숫자보다 지훈의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종일 서로 어깨를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포기해 버렸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온기였다고, 다시는 그런 주말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는 돌아오는 길에 조용히 되뇌었다.
사소한 하나로 시작된 그 하루는, 어느새 그의 텅 빈 주말에 스며든 뜻밖의 선물이 되어 있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그는 회사 일에 짓눌린 채 몇 달을 보냈다.
He spent months crushed under his work, all the while unable to shake it off.
일이 어그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훈은 내심 불안했다.
Jihoon felt privately uneasy at the thought that things might go wrong.
다시는 그런 주말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그는 조용히 되뇌었다.
Never again would he go back to weekends like that, he murmured quietly to himself.
아이들의 웃음이 얼마나 맑고 밝던지, 지쳐 있던 마당에까지 생기가 돌았다.
The children's laughter was so bright and clear that life spread even into the weary yard.
사회자가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지훈이 무대에 올랐다.
Because the host suddenly abandoned his post, Jihoon ended up going onstage.
도움이 도움을 부르는 이 순환이야말로 마을의 힘이었다.
This very cycle, where help calls forth more help, was the village's strength.
Take the final quiz
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