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불

꺼지지 않는 불 The Light That Wouldn't Go Out

Part 1

그해 겨울, 바닷가의 낡은 평생 두고 흉흉한 소문 하나가 돌기 시작했다.

골목 어귀의 용하다는 "저 배움의 집에는 곧 불이 꺼진다"고 예언했다는 것이었다.

소문이 제아무리 흉흉한들 민재는 믿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낮에는 작은 가게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그는 보수도 없이 이 학습관의 일했다.

저녁은 늘 사람 냄새로 북적였고, 그 온기의 중심에는 있었다.

평생 바다를 연구해 온 은퇴한 뒤 이곳에서 생물에 관한 열었다.

깊은 바다의 풀어내는 그의 언제나 자리가 모자랐다.

대부분이 머리 희끗한 노인들이라, 민재는 그들을 어떤 불러야 할지 늘 조심스러웠다.

서툰 하나가 자칫 그분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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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소문의 진원지는 얼마 전 골목에 나타난 부동산 .

그는 학습관 자리에 높은 건물을 올리면 한몫 단단히 잡는다며, 재개발을 사업으로만 여겼다.

노인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태도로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그를 민재는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학습관 건물의 낡은 소유권을 두고 시비를 걸어 일으켰다.

그는 걸핏하면 "정 안 되면 가리면 그만"이라며 어른들을 겁박했다.

굴던 그가 내건 요구는 누가 봐도 .

오래 배움의 터를 지켜 온 노인들에게 그 요구는 모욕에 가까웠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불안을 부채질했다.

"골목의 불이 꺼진다"는 말은 이제 한낱 소문이 아니라 눈앞의 위협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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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소란은 갈수록 깊어졌건만, 관장의 저녁 한 번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반년짜리 과정을 열어, 바다의 생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짚어 주었다.

과정을 마치는 날이면 관장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답안을 손수 .

밤이 깊도록 답안지를 꼼꼼히 그의 뒷모습을, 민재는 오래 잊지 못했다.

민재 자신도 그 과정을 성실히 들어, 지난봄에 어엿이 터였다.

노인들이 외로웠으면 저녁마다 이 낡은 건물로 모여들었겠는가.

그들의 외로움을 헤아릴수록 민재의 가슴에는 깊은 차올랐다.

그러나 섣부른 도리어 그분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제 손해를 볼망정, 이웃의 배움터가 헐리는 것을 모른 척하는 일은 사람의 아니라고 민재는 생각했다.

오래된 것을 돈의 재단하는 세상이, 그는 못내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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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학습관의 살림은 늘 빠듯했다.

수강료라야 몇 푼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낡은 카드 자주 말썽을 부렸다.

워낙 떨어져, 결제 한 번에도 몇 분씩 걸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곳의 가치가 결제기의 따위로 매겨질 수 없음을, 드나드는 이들은 알고 있었다.

사무실 한구석에는 관장이 아끼는 낡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아는 사람은 오직 관장 한 사람뿐이었다.

한창이던 어느 저녁, 부쩍 민재를 조용히 불렀다.

그는 민재의 손에 금고의 적은 쪽지를 쥐여 주며, "자네를 믿네"라고만 했다.

며칠을 고심한 끝에, 그는 과정을 옛 편지를 띄우기로 했다.

편지는 진심이 가득 담겼고, 끝에는 짧은 덧붙였다.

"부디 우리 배움터를 지키러 와 주시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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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편지를 받은 옛 하나둘 모여들었다.

마침내 민재는 관장이 건넨 낡은 열었다.

안에는 학습관을 세운 이의 빛바랜 문서가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문서에는 "이 땅은 오직 배움을 위해서만 쓰되, 사사로이 팔 수 없다"고 또렷이 적혀 있었다.

그 한 장의 문서 앞에서, 들먹이던 주장은 힘없이 무너졌다.

머쓱한 얼굴로 골목을 떠났다.

골목의 불이 꺼진다던 결국 보기 좋게 빗나갔다.

봄이 오자 학습관 담 밑에서는 여린 파릇하게 돋아났다.

그 , 배움의 온기도 골목에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사람 사이의 결국 사람의 풀린다는 것을, 민재는 비로소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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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는 둥 마는 둥half-heartedly; doing a thing and not doing it

그는 노인들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버렸다.

He half-listened to the elders and let their words slide.

-(으)ㄹ망정even if; would sooner … than — concession made with resolve

제 손해를 볼망정 이웃의 일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Even if it cost him, he could not pretend not to see his neighbor's plight.

-(으)ㄴ들even if … (would it matter?) — a rhetorical concession

소문이 제아무리 흉흉한들 그는 믿지 않았다.

However ominous the rumor, he did not believe it.

-건만and yet; although — a turn against expectation

소란은 갈수록 깊어졌건만, 저녁 강연만은 거르는 법이 없었다.

The turmoil only deepened, and yet the evening lectures were never skipped.

-(으)ㄹ수록the more … the more — one thing intensifies as another does

그들의 외로움을 헤아릴수록 가슴에 동정이 차올랐다.

The more he fathomed their loneliness, the more sympathy welled in his chest.

오죽 -았/었겠는가how (much) … must have — a rhetorical exclamation of degree

오죽 외로웠으면 저녁마다 이곳에 모여들었겠는가.

How lonely they must have been, to gather here evening after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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