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을 지키던 사람
The Keeper of Other People's Houses
서연은 스물아홉이 되도록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방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주소는 늘 남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 위에 얹혀 있었다.
지금 사는 낡은 반씩 나눠 쓰는 형편이라, 혼자 문을 닫고 있을 방 한 칸은 그녀에게 오래된 사치였다.
게다가 작은 소음 하나에도 벽을 두드리며 해 대는 사람이었다.
답답할 때면 그녀는 노트북을 챙겨 근처 도망치듯 향하곤 했다.
그러나 칸막이 책상은 좁거니와, 두드리는 소리조차 옆자리 눈치가 보여 마음 편히 머물 곳이 못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온라인 게시판에서 낯선 구인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도시 끝자락에 사는 한 노인이, 집을 떠나기 전 몇 달 동안 살림을 맡아 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급여도 넉넉한 데다 낮 동안 조용한 집을 지키며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말에, 서연은 또다시 남의 집을 지키는 일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면접을 보러 찾아간 노인의 집은, 도시의 소음이 뚝 끊긴 언덕 위에 홀로 앉은 오래된 .
대문을 밀자, 잘 닦인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질반질 윤이 흘렀다.
거실 한쪽 벽은 은은한 빛으로 칠해져 있어, 문지방을 넘는 순간 마음이 절로 가라앉았다.
그 벽 아래에는 낡은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는데, 몇 개는 오래 눌리지 않은 듯 빛이 바래 있었다.
노인은 젊은 시절 이 집을 주말마다 쉬러 오는 쓰려고 손수 지었다고 했다.
"가구는 죄다 저 아래 몇 달을 두고 하나하나 골라 들인 것들이지." 노인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토록 애지중지 지은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장의 낡은 스위치를 올릴 때마다 잠시 깜빡이다 켜지곤 했다.
서연이 맡은 일은 단출했다.
오래 비워 둔 쌓인 먼지를 털고, 먼지가 자욱할 때면 마스크를 걸레질을 하고, 수명이 다한 갈아 끼우는 일이었다.
청소를 마친 오후면, 그녀는 반질반질 닦아 놓고서 조심스레 피아노 앞에 앉아 색 바랜 하나씩 눌러 보곤 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노인은 한때 지역 개발 위원회의 지낸, 한 시절을 풍미한 인물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시절의 이야기가 밤이 깊도록 실타래처럼 풀려 나왔다.
특히 젊은 날 일 때문에 초청받았던 기억은, 몇 번을 되풀이해도 그의 목소리를 들뜨게 했다.
"그날은 새로 맞춘 갖춰 입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순서를 기다렸더랬지."
그러나 노인이 정작 오래 곱씹은 것은 그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젊은 시절 시골로 다니던 무렵의 밤들이었다.
마땅한 숙소가 없던 그 시절, 그는 마을의 돌며 일이 잦았다.
"지붕 낮은 방에 누우면, 흙벽 너머로 옆집 사람 숨소리까지 다 들렸단다."
어느 마을에서는 돌아가며 낯선 그를 하룻밤씩 재워 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혼자 편히 쓰는 , 식구들 틈에 끼여 자던 시끌벅적한 큰방을 늘 그리워했다.
" 몸이야 편하지. 한데 그 적막이 사람을 얼마나 외롭게 만드는지, 너는 아직 모를 게다."
서연은 그 말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아무와도 이어지지 못하던 자신의 떠올리며 가만히 들었다.
이제 노인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곧 시내의 한 거처를 옮길 참이었다.
떠나기 전 오래 비워 둘 이 집을 누군가 곁에서 돌봐 주기를 바란 것, 그것이 그가 구한 진짜 이유였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서연이 그 집에서 맞은 마지막 여름밤, 하늘이 낮부터 심상치 않게 내려앉더니 기어이 폭우를 쏟아 냈다.
자정 무렵, 마당 한가운데서 시퍼런 늙은 감나무를 정통으로 내리쳤다.
놀란 서연이 마루로 뛰쳐나가는 순간, 집 안의 일제히 꺼지며 사방이 먹빛으로 캄캄해졌다.
뒤이어 두 번째 치자,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이 사라져 온 동네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런 캄캄함 속에서도 노인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늘 하던 대로 준비를 하려 더듬더듬 몸을 일으켰다.
서연은 서둘러 서랍을 뒤져 밝히고, 노인을 방 안 잠자리로 모셨다.
흔들리는 아래에서 노인은 문득, 오래전 큰 정전을 겪던 밤을 떠올렸다.
"그날도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초 한 자루에 기대 밤을 지새웠더랬다."
화려한 든 낡은 든, 결국 사람을 버티게 하는 것은 곁에 있는 이야기 같았다.
서연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노인의 마른 손을 잡고, 다 타들어 갈 때까지 그 곁을 지켰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폭풍이 지나간 아침, 마당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서연은 밤사이 다리가 부러진 낡은 의자를 고치러, 언젠가 노인이 일러 준 그 손수 찾아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문득, 벽을 두드리던 옛 반씩 나눠 쓰던 떠올렸다.
사소한 일로 다투며 밤을 지새우던 그 좁은 방이, 어느새 아득한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며칠 뒤 노인은 끝내 떠났고, 지어졌던 그 텅 빈 채 서연에게 맡겨졌다.
떠나던 날, 노인은 빛 벽 아래 놓인 그 낡은 피아노만은 서연에게 남기고 갔다.
" 먼지를 털어 준 것보다, 네가 더듬더듬 짚어 보던 그 소리가 이 집에선 제일 따뜻했다."
이제 서연은 밤이 오면 노트북 대신, 그 낡은 피아노의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여전히 남의 집을 지키는 ,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어딘가에 온전히 속해 있다는 기분에 조용히 젖어 들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별장으로 지어졌던 그 기와집은 텅 빈 채 서연에게 맡겨졌다.
The tile-roofed house, once built as a villa, was left empty in Seoyeon's keeping.
독서실 책상은 좁거니와, 자판 두드리는 소리조차 옆자리 눈치가 보였다.
The reading-room desks were cramped, and what was more, even the sound of the keys drew the next seat's notice.
그토록 애지중지 지은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낡은 전등은 자주 깜빡였다.
Despite its being a house he had built with such care, the old lamp often flickered.
룸메이트와 다투며 밤을 지새우던 그 좁은 방이, 어느새 아득한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The cramped room where she used to stay up quarreling with her roommate now felt, before she knew it, as distant as someone else's story.
노인은 한때 지역 개발 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한 시절을 풍미한 인물이었다.
The old man had once been chairman of the regional development committee — a man who had had his day.
하늘이 낮부터 심상치 않게 내려앉더니 기어이 폭우를 쏟아 냈다.
The sky had been sinking ominously since afternoon, and then at last let loose a downp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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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