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서 건진 노래
The Song He Pulled from the Mud
그해 겨울, 도현의 방에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중학교 삼 년 내내 반에서 당한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끝내 세상을 향해 입을 닫아 버렸다.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지내는 사이 마음의 병은 자꾸만 깊어졌고, 병원에서는 결국 진단을 내렸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는 불 꺼진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흘려보냈다.
앞날은 손톱만큼도 그려지지 않았고, 눈앞은 그저 했다.
어떤 밤에는 자신이 이미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했다.
그런 그를 이 세상에 겨우 붙들어 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 밤마다 낮게 노래 한 자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 속 오디션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안에서 문득 같은 것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처박혀 썩어 가지는 않겠다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
그 하찮고도 무모한 마음 하나에 떠밀리듯, 그는 그날 밤 오디션 지원서를 써 내려갔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오디션장은 저마다 꿈을 품은 젊은 얼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차례를 기다리던 도현은 대기실 한쪽에서 얼굴 하나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놀랍게도, 중학교 시절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신을 괴롭히던 세하였다.
그 얼굴을 알아본 순간 심장이 얼어붙었지만, 도현은 이번만은 등을 돌려 달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오르자, 오래 못한 그의 노래는 거칠고 .
한 노래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의 실력을 대놓고 .
"이 정도 준비로 넘본다는 게 우습지 않나요?" 그 한마디가 조용한 심사장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도현은 그 주먹을 쥐듯 삼켜 도리어 마음속 연료로 바꾸어 버렸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를, 세하는 알아보는 둥 마는 둥 무표정하게 스쳐 지나갔다.
뜻밖에도 그는 단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다음 라운드에 살아남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다음 라운드까지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삼 주 남짓이었다.
그는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짜인 연습 일정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무작정 목청을 높이는 대신 도현은 자기만의 차분히 세워 나갔다.
수백 곡을 일일이 뒤진 끝에, 그는 자신의 낮고 쉰 목소리에 꼭 어울리는 노래만 골라 .
짧은 연습 시간에도 잃지 않고자, 그는 자기 노래를 녹음해 들으며 한 소절씩 뜯어고쳤다.
그러던 어느 저녁, 연습실 복도에서 세하와 다시 마주친 그는 오래 묵혀 둔 말을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단단히 있었지만, 정작 세하는 그 시절을 거의 기억조차 못 하는 눈치였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난 장난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흉터가 된다는 사실이, 도현의 가슴을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그는 세하를 향한 원망을 무대 위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밀어 두기로 했다.
복수보다 노래가 먼저였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본선 새하얀 조명이 도현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번 노래는 지난번처럼 거칠거나 않았다.
첫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객석을 감돌던 공기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 실린 간절함은 마치 열병처럼 관객의 마음으로 .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번지더니, 웃음과 눈물이 공연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토록 혹독하던 이번에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이 나간 뒤, 사람들은 그에게 ' 속에서 핀 꽃'이라는 붙여 주었다.
결선에는 데뷔도 하기 전부터 ''이라 불리던 우승 후보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도현이 그를 꺾을 한 자릿수로밖에 매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현은 낮은 따위에 조금도 들지 않고 결선 무대에 .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숨 막히는 끝에,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컵은 끝내 도현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무대 뒤로 내려온 그를 무너뜨린 것은, 우승했다는 기쁨이 결코 아니었다.
북받친 그는 분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그 겨울이 얼마나 캄캄했던지, 문턱까지 갔다고 느꼈던 나날이 눈물 사이로 하나하나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 지독한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을 건져 올린 것이 다름 아닌 노래였음을, 그는 그제야 온전히 깨달았다.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선 그의 ,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지금도 같은 어둠 속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그 이야기는 작은 등불이 되어 조용히 전해졌다.
얼마 뒤 그는 정식으로 데뷔했고, 더 이상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로 단단히 있던 지난날의 매듭을, 도현은 원망이 아니라 노래로 천천히 풀어 나갔다.
지난 상처와 담담히 그의 앞날은, 한때 그토록 캄캄했음에도 이제 조금도 않았다.
이제 그는 아무도 듣지 않는 밤이 아니라, 자신을 기다려 온 수많은 얼굴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하루의 대부분을 그는 불 꺼진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뒹굴며 흘려보냈다.
He let most of each day slip past in his lightless room, rolling about under the covers.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도현은 자기만의 전략을 차분히 세워 나갔다.
Now that he had set foot in it, Dohyeon calmly worked out a strategy all his own.
짧은 연습 시간에도 능률을 잃지 않고자, 그는 자기 노래를 녹음해 한 소절씩 뜯어고쳤다.
So as not to lose efficiency in his short practice hours, he recorded his own singing and reworked it phrase by phrase.
그 겨울이 얼마나 캄캄했던지, 그 나날이 눈물 사이로 하나하나 되살아났다.
How pitch-dark that winter had been — those days came back, one by one, through his tears.
훌쩍이는 소리가 번지더니, 웃음과 눈물이 공연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Sniffles spread, and then laughter and tears swept across the whole hall.
자신을 건져 올린 것이 다름 아닌 노래였음을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Only then did he grasp that what had pulled him up was nothing other than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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