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붉은 등불
Two Red Lanterns
골목 끝 포장마차의 주인은, 아직 교복 차림을 한 열여섯 살 하린이었다.
어머니가 오랜 병으로 자리에 눕고부터, 밤의 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 되었다.
병은 어머니의 조금씩 앗아 갔고, 게다가 겹쳐 어머니는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하며 딸의 발소리를 헤아렸다.
형편은 더없이 , 하린은 어머니 앞에서만은 한 번도 힘든 하지 않았다.
골목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두고 소문난 불렀지만, 정작 하린에게 그 말은 조금 버거웠다.
이름을 얻은 이상, 힘들다는 말 한마디조차 사치가 되어 버리는 법이었다.
포장마차 위에 걸린 낡은 세월에 바래, 이제는 가게 이름조차 흐릿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디고 서툴렀다.
걸핏하면 손끝에 끈적끈적 도무지 모양을 잡지 못했다.
수없는 끝에야, 하린의 떡볶이는 겨우 어머니의 맛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끓는 기름이 튀어 손등에 입은 밤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장사를 계속하는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하린은 이를 악물었다.
어린 사장이 미덥지 않았던 손님들은 종종 그녀를 대놓고 무시했다.
"저 어린것이 뭔지나 알겠어?" 하는 철판 위로 날아들 때면, 하린도 잠시 .
그러나 그녀는 바쁘다는 방패처럼 앞세워, 서러움이 밀려들 틈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서러운 밤일수록 그녀의 손은 더 빨라졌고, 은 더 붉게 달아올랐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그해 겨울, 방송국의 강 피디가 취재차 골목을 지나다 하린의 포장마차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는 청소년의 사연을 담고자, 오래도록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던 참이었다.
철판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아이의 눈빛에 이끌려, 그는 망설임 없이 하린을 .
그렇게 하린은 그 프로그램 역사상 출연자가 되었다.
촬영을 하루 앞둔 밤, 하린은 어머니의 귓가에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건넸다.
"엄마, 나 부끄럽지 않게 잘할게." 하는 짧은 .
어머니는 오랜만에 없던 끌어모아, 딸의 두 손을 말없이 오래도록 감싸 쥐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나간 이튿날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보낸 우편함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봉투마다 담긴 , 하린에게 돈이라기보다 낯선 사람들의 온기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 온기를 고맙게 받되, 그것을 결코 여기지 않으려 애썼다.
눈이 멀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온기마저 차갑게 식어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그 무렵, 옆에서 오래 국숫집을 지켜 온 노 씨가 하린이 했다며 언성을 높였다.
" 등에 업은 게 아니면 대체 뭐냐!"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그 소문은 하룻밤 사이에 골목 구석구석으로 번져 나갔다.
하린은 억울함에, 그날 밤 오래도록 식은 철판 앞에 앉아 있었다.
바쁘다는 , 이번만큼은 그녀의 슬픔을 조금도 가려 주지 못했다.
그러나 하린은 문득, 노 씨의 국숫집에도 손님이 끊긴 지 이미 오래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의 고함은 악의라기보다, 하루하루가 끝 같은 사람의 두려움에 더 가까웠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뜻밖에도, 하린을 무너뜨릴 줄로만 알았던 그 소동은 도리어 되었다.
알게 된 사람들이 오히려 그녀를 더 크게 감싸 안았기 때문이다.
하린은 모인 절반을, 손님이 끊긴 노 씨의 국숫집에 아무 말 없이 나누어 놓았다.
그제야 노 씨는 자신의 오해가 얼마나 것이었는지 깨닫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 잊혔던 골목의 저녁이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으며 다시 .
새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두 포장마차 앞에 나란히 긴 줄을 이루었다.
등불이 노 씨의 국숫집과 하린의 철판 위에 나란히 내걸렸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저녁, 붉은 불빛이 뒤섞인 골목은 제법 .
하린은 여전히 무엇보다 앞세웠고, 손등에 남은 자국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 수없는 그녀에게 남긴 단 하나의 .
소문을 들은 여러 방송국이 앞다투어 하린을 다시 했지만, 그녀는 그 대부분을 정중히 .
세상의 소란보다 앞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하린은 그 모든 소동 끝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무렵부터, 어머니의 거짓말처럼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딸이 혼자 숨어 울지 않아도 되는 밤이, 어머니에게는 그 어떤 약보다 깊은 잠을 데려다주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그는 불우한 청소년의 사연을 담고자, 오래도록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던 참이었다.
Intending to capture the story of an underprivileged teenager, he had long been searching for the right lead for his program.
효녀라는 이름을 얻은 이상, 힘들다는 말 한마디조차 사치가 되어 버리는 법이었다.
Now that one had earned the name of "devoted daughter," even a single word about being tired became a luxury.
그래도 장사를 계속하는 한, 위생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하린은 이를 악물었다.
Even so, as long as she kept the stall running, Harin gritted her teeth, resolved that on hygiene she would be outdone by no one.
그녀는 그 온기를 고맙게 받되, 그것을 결코 재물로 여기지 않으려 애썼다.
She received that warmth gratefully, yet tried never to think of it as riches.
어머니는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하며 딸의 발소리를 헤아렸다.
Night after night her mother lay all but sleepless, counting her daughter's footsteps.
세상의 소란보다 철판 앞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하린은 그 모든 소동 끝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Only after all that commotion did Harin come to understand that she was more at ease before the griddle than amid the world's cl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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