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제의 빙하

TOPIK 5#28 · Nature & weather

현재 시제의 빙하

A Glacier in the Present Tense

Part 1

삼십 동안 남의 영상을 도현이, 사라져 가는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때, 그는 기쁨보다 먼저 오래된 두려움을 느꼈다.

죽어 가는 얼음을 대체 어떤 불러야 하는가—그것이 첫날부터 그를 놓아주지 않는 물음이었다.

그는 작품이 오직 진실만을 바랐으나, 진실은 시제의 문제 앞에서 슬그머니 미끄러져 달아났다.

제작 발표회에서 그는 카메라 앞에 서서, 미리 원고도 없이 조용히 .

"우리는 마지막을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는 빙하와 작별하는 법을 배우려 합니다."

촬영 자금은 모자랐고, 결국 그는 이십 년을 부어 통장째 제작비에 보탰다.

그렇게,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스스로의 손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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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북극의 겨울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

해가 좀처럼 뜨지 않는 낮과 끝을 없는 사이에서, 얼음벌판에는 오직 무거운 고여 있었다.

카메라를 잡은 얼마 젊은 준우는, 정적을 견디기 힘들다는 사사건건 일정에 .

"이 얼음이 녹으면 우리 고생도 같이 녹을까요?" 그는 하얀 입김을 뿜으며 툴툴거렸다.

프로듀서 미래는 , 부른 배를 두꺼운 외투로 감싼 마지막까지 촬영장을 지켰다.

도현은 그런 그녀를 말리려다가도, 얼음 앞에 생명을 데려온 고집이 어쩐지 혹독한 촬영의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져 번번이 입을 다물곤 했다.

밤이 깊어지면 도현은 뿌리까지 파고드는 극심한 시달렸다.

신경을 갉는 통증은, 곳에서 얼음장이 쩍쩍 갈라질 나는 소리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는 그의 곁으로 썰매를 끄는 늙은 마리가 다가와, 아무 소리도 없이 그의 손등을 .

짐승의 따뜻한 혀만이 추위와 쑤시는 통증을 잠시나마 잊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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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마을에서 길잡이로 따라온 노인은, 도현이 여태껏 만난 누구보다도 사람이었다.

그의 말투는 낮고 느렸으나, 한마디 한마디에는 함부로 흉내 없는 배어 있었다.

가리켜 노인은 "저것은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아주 천천히 숨을 거두는 존재"라고 말했다.

얼음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빚어 풍경이 얼마나 , 도현은 오래도록 말을 잃고 앞에 있었다.

노인은 눈길을 천천히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

뜻도 모르는 도현이 따라 , 까닭 모를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인은 품에서 마을의 말린 생선 조각을 꺼내 도현에게 말없이 건넸다.

짜고 비린 조각을 씹으며, 도현은 얼음의 땅에서도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어렴풋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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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촬영이 반년째에 접어들 무렵, 건네받은 전의 곱절을 가리키고 있었다.

숫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으나, 차가운 숫자 앞에서 도현은 오히려 감정을 주체할 없었다.

그는 내레이션의 놓고 밤마다 홀로 씨름했다.

과거로 떠나보낼 것인가, 아니면 현재로 붙들어 것인가—그 선택은 얼음의 운명을 판결하는 일처럼 무거웠다.

인류가 얼음에 이미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확정된 뒤에 이름을 현재형으로 부른다 한들 꺼져 가는 숨이 되살아나지는 않으련만, 그럼에도 그것은 부질없는 미련일까, 아니면 마지막 예의일까.

세상이 편의를 위해 진실을 함부로 왜곡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놀랍게도, 무렵 가장 먼저 달라진 사람은 줄곧 준우였다.

어느 새벽, 유난히 깊었기에 준우는 드론을 말고 카메라마저 내려놓은 오래도록 얼음을 바라보았다.

"감독님, 이건... 그냥 찍는다고 일이 아닌 같아요." 그의 말끝에 돋아 있던 가시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반년의 끝에 촬영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도현은 수천 시간의 영상을 밤을 새워 가며 정성껏 , 끝까지 그의 손끝을 떨게 것은 역시 문제였다.

그는 끝내 현재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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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완성된 다큐멘터리는 요란한 음악도 친절한 설명도 없이, 다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도현은 작품이 오직 진실만을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이듬해 그는 국제 영화제의 .

무대에 오른 그는, 오래전 발표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조용히 .

" 앞에서 인간이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은, 그저 겸손해지는 것뿐입니다."

그제야 그는 얼음을 살아 있는 존재라 부르던 노인의 말을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있었다.

지난 반년 동안 지나쳐 사소한 것들이 실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미래는 그사이 건강한 딸을 낳아, 아기를 안고 시사회 자리에 나타났다.

아기에게 지어 이름은, 공교롭게도 어느 북방 말로 '얼지 않는 물'을 뜻한다고 했다.

그날 밤, 도현을 오래 괴롭히던 언제 그랬냐는 씻은 듯이 나아 있었다.

늙은 썰매 개는 여전히 그의 손등을 정답게 했고, 도현은 서툰 애정 앞에서 매번 코끝이 시큰해졌다.

세상은 그의 다큐멘터리를 두고 예술이자 뜨거운 경고라 평했지만, 정작 도현은 그저 노인에게서 배운 예의를 화면에 옮겼을 뿐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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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 채(로)while staying in a certain state; with something left as it is

미래는 부른 배를 두꺼운 외투로 감싼 채 마지막까지 촬영장을 지켰다.

Mirae kept to the set until the very end, her swollen belly wrapped in a thick coat.

-기에 (formal/literary 'because')because, for (a formal or written reason)

그 정적이 유난히 깊었기에 준우는 카메라마저 내려놓았다.

Because that silence had grown especially deep, Junwoo set even the camera down.

얼마나 -던지how ... it was (recalling the degree of something)

얼음이 빚어 낸 풍경이 얼마나 이색적이던지, 도현은 오래도록 말을 잃었다.

The landscape the ice had shaped was so otherworldly that Dohyun was left speechless a long while.

-(으)련만would surely ..., and yet (a literary wish or concession)

현재형으로 부른다 한들 꺼져 가는 숨이 되살아나지는 않으련만.

Calling it in the present tense would surely not bring the fading breath back to life, and yet ...

-(이)나 다름없다to be as good as; no different from

인류가 이 얼음에 이미 사형을 언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Humankind, he thought, had as good as pronounced a death sentence on this ice al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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