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소리

호루라기 소리 The Sound of the Whistle

Part 1

민 코치가 뒤로 그 팀이 이긴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선수들은 아무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칭찬에 말수가 적은, 그야말로 사람이었다.

훈련은 , 땀에 전 유니폼을 쥐어짜며 아이들은 등 뒤에서 일쑤였다.

특히 훈련이 시작되면,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는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무실 게시판에 팀의 이름이 예산 대상으로 나붙었다.

끊긴 운동부가 학기 말에 는 것은, 이 학교에서 그리 낯선 일도 아니었다.

코치는 그 종잇조각 앞에서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사라지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이겨 보리라 — 그 바람이 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

그러나 그는 그 마음을 좀처럼 않고, 늘 그렇듯 짧게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다음 주 대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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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대회가 열리는 도시까지는 버스로 세 시간이 넘는 길이었고, 팀은 중간에 고속도로 들러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코치는 아무 말 없이 국숫집 앞에 서서, 선수 수만큼 국수 그릇을 시켰다.

평소 같으면 잔소리가 날아왔을 텐데, 그날만은 "많이들 먹어 둬라"가 전부였다.

특히 태식은 그간 몸으로 , 국물이 식는 줄도 모르고 냅킨 위에 그려 보곤 했다.

한쪽에서는 한 학부모가 코치를 붙들고 팀 운영에 있었다.

왜 우리 아이만 후보로 두느냐, 전술이 고루하다, 훈련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 학부모의 불평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코치는 국수 그릇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조용하지만 목소리로 그 말을 .

"댁의 아이는 이미 제 예상을 훌쩍 . 그걸 못 보시는 건 제 탓이 아니지요."

학부모는 얼굴을 붉혔을 뿐, 정작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창밖으로 아이들이 국수를 나눠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코치는, 문득 이 팀이 무언가를 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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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결승 상대는 삼 년 내리 우승을 놓치지 않은, 이 지역 최강의 팀이었다.

전반전 내내 아이들은 골문 앞에 벽을 쌓듯 매달렸다.

상대의 슛이 손끝을 스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점수판의 간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코치는 벤치에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두 주먹을 꽉 쥔 채 코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후반 종료를 삼 분 남기고, 태식이 상대 뚫고 한 골을 밀어 넣었다.

그토록 강팀을 끝내 것은, 다름 아닌 그 볼품없던 아이들이었다.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자, 선수들은 코트 위에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몇 년을 짓눌러 온 패배의 기억이 한꺼번에 씻겨 나가는, 순간이었다.

그 한 경기의 승리로, 팀은 끝내 않았다.

그날 저녁 늘 코치가 라커룸 구석에서 남몰래 붉혔다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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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그로부터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국수를 나눠 먹던 아이들 중 하나였던 태식은, 어느새 국제적으로 이름난 영화감독이 되어 있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는 그해 그 팀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시나리오 속 하나하나에는, 실제 동료들의 말버릇과 걸음걸이까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배우에게 그가 건넨 주문은 단 하나, "절대 멋있게 울지 마라"였다.

영화는 이듬해 봄, 한 국제 영화제의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태식이 정작 마음을 쏟은 자리는 화려한 아니라, 그날 밤 조용히 마련한 작은 .

그는 옛 동료들과, 이제는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 스승을 그 자리에 나직이 초대했다.

스크린 속 젊은 자신이 호루라기를 부는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코치는 어둠 속에서 말없이 어깨를 떨었다.

불이 켜졌을 때, 평생 눈물 한 방울 보인 적 없던 그 노인의 뺨은 이미 젖어 있었고, 그 모습은 자리를 지킨 모두에게 깊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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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그 영화가 그해 유수의 영화 최고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은, 이내 신문 문화면을 장식했다.

물론 모두가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어느 평론가는 그 작품이 지나치게 손쉬운 눈물에 기댄다고 .

태식은 그 지적에도 아주 없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이건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였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잊혀 가던 한 팀의 , 그렇게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비로소 세상에 아로새겨졌다.

몇 해 뒤, 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그리 크지 않은 코치의 세워졌다.

받침돌에는 "약함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짧은 새겨졌다.

정작 코치 자신은, 누군가의 불리는 일을 끝까지 .

오랜 세월이 지나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제자들은 낡은 기차역 하나둘 모여들었다.

창밖으로 천천히 멀어지는 바라보며, 노인은 끝내 하지 못한 말을 입속으로 오래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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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 채(로)while remaining in a certain state; with something left as it is

코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코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The coach glared at the court with both fists clenched tight.

-(으)ㄹ지도 모르다might, may — a possibility the speaker won't rule out

코치는 이 팀이 무언가를 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The coach thought this team just might pull something off.

-(으)ㄴ/는 듯(이)as if, seemingly; in the manner of

아이들은 골문 앞에 벽을 쌓듯 수비에만 매달렸다.

The boys clung to defense alone, as if walling off the goalmouth.

-(으)리라(literary) would surely; an inward resolve or conjecture

사라지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이겨 보리라.

He would win properly, if only once, before it all vanished.

-(으)ㄹ 줄(을) 모르다to show no sign of (doing); to not know when to stop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는 해가 저물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The coach's whistle showed no sign of stopping until the sun went down.

-기로 마음먹다to make up one's mind to do (something)

그는 그해 그 팀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He made up his mind to bring that year's story to the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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