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는 손
The Hands That Laughed Again
민재에게는 자신의 두 손을 한참씩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 손이 한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무리 잊으려 한들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스무 살의 문턱을 넘자마자 그는 밤마다 데 빠져들어, 몇 해 만에 가진 것을 모조리 잃었다.
돈이 바닥나자 그 손은 기어이 친구의 지갑에까지 말았다.
남의 물건을 밤이면, 그는 집으로 돌아와 날이 밝도록 자신을 .
손안에 쥐고 있던 꿈들이 하나씩 눈앞에서 갔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은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이었다.
불안이 목을 조여 올 때마다, 그는 작은 몇 개를 삼키고서야 겨우 눈을 붙이곤 했다.
그러나 그렇게 무너진 밤의 밑바닥에도, 이상하게 다 꺼지지 않은 한 줌이 남아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를 다시 사람들 틈으로 끌어낸 것은, 뜻밖에도 집 근처 병원에 붙은 모집 공고였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그에게도 남들이 인정하는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였다.
그는 소아 병동을 찾아가, 링거를 꽂은 채 지루한 하루를 견디는 아이들 앞에서 서툰 풀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썰렁한 농담이 병실 공기 속으로 소리 없이 흩어질 때마다, 그는 예전의 그 다시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는 매일 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궁리해 병실을 찾았다.
며칠을 그렇게 헛되이 애쓰더니, 마침내 어느 오후 가장 어린 아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신호이기라도 한 듯, 옆 침대의 아이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속에서, 오래 그를 짓눌러 온 절망이 조금씩 옅어져 갔다.
아이들은 볕이 잘 드는 병실 창가 구석을 '민재 삼촌의 '이라 부르며, 매일 그리로 몰려들었다.
정작 그 자리에서 가장 크게 웃은 사람은, 언제나 민재 자신이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병동의 소문은 담을 넘어, 지역의 작은 이끄는 귀에까지 흘러들었다.
마음 씀씀이가 그 민재를 직접 찾아와, 우리와 함께 무대에 않겠느냐고 청했다.
갈 곳 없던 민재에게 그 제안은 꺼져 가던 불씨에 부어진 한 줌의 기름과 같았다.
그러나 발을 들이자마자, 배우 하나가 대뜸 그에게 걸어왔다.
"저런 무슨 낯으로 우리 무대에 하지?" 하고 그는 들으라는 듯 비아냥거렸다.
알고 보니 그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따로 있었다.
신참을 밀어내고 이번 무대의 주연 자리를 제 것으로 차지하려는 .
그는 민재에게 걸었거니와, 단장의 결정에까지 은근히 들었다.
하지만 그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민재에게 더 큰 역을 맡겼다.
태어나 처음으로, 민재는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 앞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그해 가을, 열리는 국제 코미디 축제에 나란히 초청을 받았다.
출국을 앞두고, 그들은 공연에 쓸 대사와 효과음을 하나하나 녹음했다.
방음 부스 안에서 헤드폰 너머로 흘러나오는 제 웃음소리를 들으며, 민재는 그것이 정말 자신의 것인지 잠시 의심했다.
극장은 드문 뒷골목 끝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었다.
낯설고 조용한 그 골목의 없는 고요가, 그에게는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느껴졌다.
공연 날 저녁, 한적하던 그 극장은 앞줄부터 관객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민재는 커튼 틈으로 객석을 몰래 훔쳐보았다.
낯선 얼굴들이 빼곡히 들어찬 객석을 마주하자, 익숙한 허무가 또다시 목을 조여 왔다.
그러나 그는 소아 병동에서 처음 터져 나오던 그 웃음소리를 떠올렸고, 그제야 얼어붙었던 몸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풀렸다.
그가 첫 대사를 던지자, 극장 사방에서 웃음과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객석을 가득 메운 속에서, 그는 오래 잠들어 있던 마음껏 펼쳐 보였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축제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민재는 다시 그 병원의 나섰다.
이번에는 아이들을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오래전부터 약속해 온 함께 타기로 했다.
회전목마가 천천히 돌아가는 동안, 예전에 남의 것을 그 두 손은 이제 아이들의 작은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불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지르는 , 그 어떤 박수갈채보다 크게 그의 가슴을 울렸다.
이따금 옛 기억이 걸듯 그를 괴롭혔건만, 그는 더 이상 밤새 자신을 않았다.
싶은 충동마저, 언제부턴가 그의 안에서 조용히 있었다.
이제 그는 없이도 밤마다 깊이 잠들 수 있었다.
누군가 대신 나서서 그의 삶에 준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넘어진 그 자리에서 스스로 다시 일어섰을 뿐이었다.
어느새 그의 이름은 여러 무대에 알려졌지만, 정작 그가 되찾은 가장 큰 것은 따로 있었다.
넘어지고도 다시 웃을 수 있는 힘 — 그것이야말로 민재의 진짜 .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링거를 꽂은 채 지루한 하루를 견디는 아이들 앞에서 개그를 풀어놓았다.
He unspooled his gags before children enduring dull days with IV lines still in their arms.
아무리 잊으려 한들 그 일은 좀처럼 잊히지 않았다.
However hard he tried to forget, the thing would hardly fade.
옛 기억이 이따금 그를 괴롭혔건만,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자책하지 않았다.
Old memories nagged at him now and then, and yet he no longer blamed himself.
그는 민재에게 시비를 걸었거니와, 단장의 결정에까지 개입하려 들었다.
He not only picked quarrels with Minjae but even tried to meddle in the leader's decisions.
싱가포르의 극장은 인적이 드문 뒷골목 끝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었다.
The theater in Singapore stood as if hidden at the end of a back alley with barely a soul in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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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