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작은 제국
The Little Empire of Lies
동네에서는 그를 두고 소문난 수군거렸으나, 정작 준서 자신은 스스로를 사람 속을 꿰뚫는 유능한 전략가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두 여자에게 동시에 걸치고도 어느 쪽에도 들키지 않으니, 그런 제 재간이 은근히 대견할 따름이었다.
거짓말이란 한번 쌓기 시작하면 무너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손을 보아야 하는 법인데, 그의 거짓은 어느새 작은 그럴듯한 체계를 갖추어 갔다.
겉으로 그는 매일 같은 시각 회사 걸치고 출근하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 단정한 안쪽에 감춘 그의 진짜 , 따지고 보면 사람의 마음을 속이는 일이었다.
대학 시절 몇 학기 기웃거린 것을 그는 평생의 밑천인 양 내세우곤 했다.
사실 그의 연애는 사랑이라기보다 차라리 가까웠으니, 상대의 약한 자리를 재빨리 가늠하고 그 틈을 파고드는 계산이었다.
", 나는 사람 속을 훤히 읽는 사람이야." 술자리에서 그는 곧잘 그렇게 .
그렇게 그는 두 사람에게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말을 속삭였고, 같은 대사가 언제까지고 들통나지 않으리라 자신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그해 가을, 동네 상가 번영회가 조촐한 대회를 열었다.
하필 그날, 그가 번갈아 만나 온 두 여자가 서로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객석 나란한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준서가 무대에 올라 익숙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로 꽂혔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그가 공들여 쌓아 온 이야기의 앞뒤가 뒤집히고 말았다.
무대 위에서 그는, 두 여자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낯빛이 싸늘하게 굳어 가는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아야 했다.
관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모가 드러나자, 준서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지경으로 .
몇 해에 걸쳐 정교하게 쌓아 올린 거짓 , 노래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다.
그는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왔으니, 그처럼 날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날 이후로 여러 날, 그는 무엇을 하든 마음 한구석이 .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좀처럼 가시지 않던 어느 밤, 그는 오래도록 열지 않던 어머니의 서랍을 뒤적였다.
손끝에 닿은 것은 어머니가 생전에 아끼다 물려준 낡은 .
서늘한 몸통을 쥐자, 오래도록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문득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어머니의 얼굴은 이제 윤곽마저 , 그 목소리가 남긴 한마디만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남을 사람은, 아가, 끝내 저 자신마저 실망시키고 마는 법이란다."
그 말이 이토록 뒤늦게, 이토록 아프게 되돌아올 줄을 그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왔는지 새삼 곱씹어 보았다.
이튿날 그는 먼지 앉은 책을 다시 펼쳤으되, 이번만큼은 남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정작 읽어 내야 할 사람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그는 그제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몇 달 뒤, 준서는 어귀의 작은 카페에서 새 걸치고 일하고 있었다.
이번에 걸친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아니라, 정직하게 밥벌이를 하는 사람의 옷이었다.
때마침 카페 앞 광장에서는 도시에 내용의 영화가 한창 촬영되고 있었다.
감독은 곧 개봉할 그 영화의 광장 한복판에서 찍는 중이라고 했다.
육중한 촬영 장비를 실은 버스가 사거리 한편에 잠시 .
버스가 멈춰 선 그 어수선한 틈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하나가 인파 속에서 길을 잃고 울먹이고 있었다.
엄마를 놓쳤다는 아이의 목소리는 금세 울음으로 넘어갈 듯 .
예전 같았으면 못 본 척 지나쳤을 그였지만, 이번만은 그 얼굴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우는 아이를 보다 못해, 어르고 달래어 광장 한쪽 놀이터의 앞으로 데려갔다.
밀어 태워 주자, 아이는 딸꾹질하듯 울음을 조금씩 삼켜 갔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촬영 팀은 내보내던 방송 장비로 잠시 미아를 찾는 안내를 흘려보내 주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된 아이 엄마가 인파를 헤치며 달려와 아이를 끌어안았다.
엄마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는 동안, 속임수를 삼아 온 그의 가슴에는 여태 모르던 뿌듯함이 차올랐다.
예전의 그였다면 이런 순간마저 다음 수를 위한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 언제 그랬느냐는 듯 그의 마음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는 더 이상 누구도 싶지 않았고, 지난 잘못을 떠올리면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이번만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어머니의 눌러쥐고, 두 여자에게 각각 진심 어린 사과의 편지를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돌이켜 보면 그는 늘, 낯선 별에 홀로 떨어진 제 삶의 언저리만 사람이었다.
", 이제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는 오랜만에 그 말을 농담이 아닌 다짐으로 내뱉었다.
만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
무대에서 온 동네의 되었던 그 , 어느새 조금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책 귀퉁이에 밑줄 그어 둔 한 문장이 그의 새 남았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남을 이기는 자가 아니라 끝내 자기를 이기는 자다." 더는, 그는 않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그는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왔다.
He came down off the stage without so much as lifting his head.
준서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지경으로 쪽팔렸다.
Junseo was mortified to the point of wanting to crawl into a mouse hole.
어느 쪽에도 들키지 않는 제 재간이 은근히 대견할 따름이었다.
He could only feel a quiet pride in his knack for never being caught by either side.
그는 우는 아이를 보다 못해 어르고 달래어 데려갔다.
Unable just to stand and watch the crying boy, he coaxed and soothed him and led him away.
남을 실망시키는 사람은 끝내 저 자신마저 실망시키고 마는 법이다.
A person who disappoints others is bound, in the end, to disappoint even himself.
정작 읽어 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임을 그는 깨달았다.
He realized that the one he truly needed to read was him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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