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로 가는 급행열차

TOPIK 5#33 · Travel & place

남해로 가는 급행열차

The Express Train to Namhae

Part 1

뒤로, 태호는 사흘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장 골목 값싸게 집어 , 알고 보니 누군가에게서 도둑맞은 것이다.

부르기엔 너무 낡고 소박한, 안쪽에 이름 자가 희미하게 새겨진 .

손으로 물건을 짓는 사람에게, 주인의 손때가 물건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좀처럼 견디기 어려운 가시였다.

수소문 끝에 외딴 어촌에 사는 어느 할머니라는 것을 알아냈을 때, 그는 이미 마음을 정한 뒤였다.

경찰에 맡기면 그만일 일을 굳이 발로 돌려주겠다고 나선 것은, 어쩌면 물건보다 마음을 먼저 되돌려 놓고 싶어서였는지도 몰랐다.

이튿날 새벽, 그는 대패와 끌을 넣어 두던 연장 가방 한구석에 넣고 집을 나섰다.

일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만으로도, 사흘 만에 처음으로 마음 한구석이 단단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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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1

Part 2

기차역 매표소 앞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들이 저마다 기다리며 줄을 이루고 있었다.

오자 태호는 가는 가장 빠른 끊었다.

곧게 뻗은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렸고, 창밖 풍경은 이내 도시의 잿빛을 벗어났다.

태호는 연장 가방을 무릎에 얹은 채, 속의 심장 가까이 있기라도 이따금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나란히 뻗은 스쳐 가는 마을과 논밭이, 그의 눈에는 온통 뒤로 밀려나는 시간처럼만 보였다.

문득 고개를 하늘에서는 떼가 가지런한 대열을 이루어, 그가 가는 방향과 같은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무엇에 이끌리듯 길을 떠나온 처지가 철새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그는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마침내 작은 간이역에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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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2

Part 3

어귀에는 아름드리 그루가 오래된 문지기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서 몸을 의지한 노인이, 낯선 길손인 그를 오래도록 눈여겨보았다.

" 찾아왔거든, 언덕 집이라네." 묻지도 않았는데 노인은 마을 안쪽을 가리켰다.

어떻게 알았느냐 되물으려는 순간, 노인은 이미 등을 돌려 멀어지고 있었다.

좁은 고샅에서는 아이가 몸통만 그물과 짐을 싣느라 낑낑대고 있었다.

태호는 말없이 뒤를 밀어 아이와 함께 언덕길을 올랐고, 잠깐의 수고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볍게 했다.

언덕 낡은 마당에는, 작은 항아리 속에서 마리가 지느러미를 느릿느릿 젓고 있었다.

홀로 사는 이의 적적함을 달래는 유일한 벗인 듯, 인기척에 위로 뻐끔 입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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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태호는 연장 가방 깊숙이 넣어 꺼내, 손으로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 되어 여태 떠돌던 물건입니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돌려드립니다."

할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굽은 손가락으로 안쪽에 새겨진 이름을 번이고 쓸어 보았다.

"이건 먼저 영감이 손에 끼워 것이라오." 목소리에는 원망도 놀라움도 없이, 다만 오래 참아 그리움만이 배어 있었다.

할머니는 태호에게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옛날 바다를 지키던 , 사람이 잃어버린 것이면 무엇이든 반드시 손에 되돌려 준다는 것이었다.

바다에 빠뜨린 은비녀가 이듬해 그물에 걸려 올라온 일이며, 떠내려간 아이가 뭍으로 밀려와 살아난 일이며, 좀처럼 있음직하지 않은 이야기가 마을에는 끊이지 않았다.

반평생을 함께한 낯선 손에 실려 길을 돌아온 지금, 할머니에게는 오랜 전설이 마침내 눈앞에서 셈이었다.

태호는 자신이 심부름을 대신한 것이나 아닌지, 문득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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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이튿날 새벽, 물때에 맞춰 따라 갯가로 내려간 태호는, 검은 바위 위에서 밀려드는 물살에도 아랑곳없이 나른하게 볕을 쬐는 마리를 보았다.

늙은 하나가 숨을 고르더니 차디찬 속으로 곧장 , 한참 매끄럽게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바닷사람들이 거친 물속에서 잃은 것을 건져 올리며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니, 어제 들은 전설도 마냥 허황된 소리로만 들릴 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갯가 , 낯선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태호 쪽으로 다가왔다.

눈은 어제부터 할머니의 손가락에 돌아온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었다.

"저런 늙은 노인네한테는 아까운 물건이지." 이죽거리며 혀를 찼다.

방금 전까지 잃은 것을 되찾아 준다는 바다의 이야기에 잠겨 있던 태호는, 또다시 엉뚱한 손에 넘어가는 꼴을 두고 없었다.

그는 연장 가방을 둘러멘 어깨를 곧추세우고, 앞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히 가로막았다.

억센 팔과 흔들림 없는 눈빛에 기가 눌렸는지, 마디 욕지거리를 남기고는 쫓기다시피 꽁무니를 뺐다.

낯선 도둑이 발로 물러가는 것을 보며, 태호는 어제 노인이 마을을 가리키던 이상한 확신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있었다.

잃은 것을 반드시 돌려보낸다는 바다의 약속을,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신 셈이었다.

돌아가는 손에 쥐자, 어쩐 일인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이역 위로, 남쪽으로 날아가던 떼가 이번에는 왔던 길을 되짚어 북으로 낮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문득 태호는, 잃어버린 아니라 실은 잃은 마음 하나를 갯마을까지 데려온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 채(로)while left in a certain state; with something kept just as it is

태호는 연장 가방을 무릎에 얹은 채, 그 속의 반지가 제 심장 가까이 있기라도 한 듯 이따금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Taeho kept the tool bag on his knees, now and then tightening his grip on the strap as though the ring inside lay close to his own heart.

-(으)ㄹ 법하다one would (plausibly) expect it to be so; it is likely / not surprising that…

어제 들은 여신의 전설도 마냥 허황된 소리로만 들릴 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The goddess legend he had heard the night before was not, after all, the kind of tale you would expect to sound like nothing but nonsense.

-(으)ㅁ직하다likely to be so; worth or apt to (here in the negative — hardly to be thought possible)

좀처럼 있음직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 마을에는 끊이지 않았다.

In this village, tales one would scarcely think possible never ran dry.

-다시피as good as; practically doing (an action carried almost to the point of another)

건달은 몇 마디 욕지거리를 남기고는 쫓기다시피 꽁무니를 뺐다.

The loafer left a few curses behind and turned tail as if chased off.

-(으)ㄴ 셈이다it amounts to; in effect / as good as the case that…

잃은 것을 반드시 임자에게 돌려보낸다는 바다의 약속을,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신 완수한 셈이었다.

The sea's promise to send the lost back, without fail, to its owner — he had, without even knowing it, carried it out in the sea's stead.

-(으)ㄴ지도 모르다it might well be that…; perhaps it is the case that

남해의 여신이 잃어버린 반지가 아니라 실은 길 잃은 제 마음 하나를 이 먼 갯마을까지 데려온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It struck him that perhaps the goddess of the South Sea had carried to this far fishing village not a lost ring at all, but his own strayed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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