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불빛
The Light That Never Went Out
자정이 넘도록 작은 출판사 사무실의 불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몰랐다.
책상 앞에 홀로 남아 붙들고 있는 사람은, 대학 근처 그 출판사의 편집자 유진이었다.
그녀는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고, 편집이라는 일을 오로지 익힌 사람이었다.
낮에는 남의 문장을 다듬고, 밤에는 사전을 뒤져 외국어까지 혼자 파고드는 나날이 이어졌다.
규모야 보잘것없어도, 이 출판사는 해마다 조용히 좋은 펴내는 곳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었다.
그런 출판사가 올해 사운을 걸고 준비하는 것이, 한 유명 작가의 오랜만의 .
그 오래전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소설의 , 마지막 장을 잊지 못한 사람들이 십 년을 기다려 온 이야기였다.
문제는 그 책의 ,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으로 이름난 지독히 까다로운 작가라는 데 있었다.
그런 처음부터 끝까지 맡게 된 유진은,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손끝이 떨렸다.
밀려드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 누구에게도 넘기고 싶지 않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유진은 아직 정식 월급이 아니라 받는 처지였다.
사장은 형편이 나아지면 올려 주겠노라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 '나아지면'은 늘 다음으로 미뤄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적은 불평 한마디 없이, 이 하나에 자신의 앞날을 통째로 걸었다.
이 책이 성공하기만 하면 되리라는 희망이, 밤을 새우는 그녀를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규모가 몇 곱절이나 큰 비슷한 소재의 소설을 같은 시기에 내놓으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 막대한 자본을 광고에 쏟아부으며 눈길까지 끌고 있었다.
반면 작은 출판사의 분투는 물론 어느 신문 한 귀퉁이에도 실리지 않았다.
유진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이름값도 못 하는 그 출판사의 진짜 노릇을 도맡았다.
서점의 끝나고 거리의 간판들이 하나둘 꺼진 뒤에도, 그녀의 사무실 창만은 홀로 밝았다.
밤이 얼마나 깊고 길던지, 쌓여만 가는 앞에서 그녀의 두 눈은 늘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사실 유진에게도 남들처럼 대학 안에서 미래를 그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국문과 일하며, 강의실과 연구실 사이를 분주히 오가던 사람이었다.
월급을 한 푼 두 푼 아껴 모으며 그녀가 품었던 꿈은, 다름 아닌 .
집안 형편만 아니었던들 그 꿈을 진작 이루었으련만, 갑작스레 닥친 어려움은 , 뒤이어 신청해 둔 자리도 끝내 그녀의 손에서 앗아 갔다.
함께 밤을 새우던 친구들은 하나둘 외국 대학으로 떠나 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나라마다 어긋난 탓에 방학도 개학도 좀처럼 겹치지 않았고, 친구들과 안부를 주고받을 틈마저 날로 벌어져만 갔다.
소식이 뜸해질수록, 유진은 어느새 저만치 홀로 뒤처졌다는 기분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새 학기가 삼월이면, 그녀는 시절 가르치던 학생들의 얼굴을 어김없이 떠올렸다.
그 무렵 그녀는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국어와 문장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그녀를 곧잘 따랐다.
그녀가 손수 추려 준 도서 목록은,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남몰래 돌려 읽힐 만큼 이름이 높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출간을 코앞에 둔 어느 아침, 인터넷에 난데없는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유진의 출판사가 그 다른 작품에서 했다는, 명백한 .
정황을 따져 보면 그 쪽에서 슬며시 흘린 소문에 뿌리를 둔 것이 분명했다.
발끈한 것은 오히려 작가 쪽이었으니, 즉각 사실 확인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손수 붓을 들어, 통해 짤막한 글을 세상에 내놓았다.
마침내 출판 윤리를 감독하는 직접 관련 자료 일체를 검토하러 출판사를 찾았다.
며칠에 걸쳐 문장 하나하나를, 쉼표의 위치까지 원본과 꼼꼼히 대조해 나갔다.
검토가 이어지는 동안 유진은 집에도 가지 못한 채, 건물 한구석에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불 꺼지지 않는 사무실을 올려다볼 때마다, 늙은 경비원은 말없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그녀 앞에 놓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라 할 만한 대목은 단 한 줄도 없었다는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바로잡히자, 그토록 마음 졸이던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몰고 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기억하던 독자들이 앞다투어 서점으로 몰렸고, 서점마다 그 책을 앞자리에 내걸었다.
그제야 사장은 유진을 올리고, 오래 밀린 숙제를 갚듯 월급으로 바꿔 주었다.
숨 돌릴 겨를조차 없던 그녀에게도, 그동안 미뤄 두었던 자잘한 일들을 하나둘 챙길 여유가 생겼다.
"좋은 사람 있거든 한번 만나 보렴."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유진은 난생처음 자리에 어색하게 나가 앉았다.
상대는 뜻밖에도, 얼마 전 한 갓 이름을 올린 젊은 작곡가였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지은 곡 하나가 오래 사랑받는 남기를 바란다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오래된 한 소절을 함께 흥얼거리다, 책과 음악 이야기에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유진은 남에게 좀처럼 꺼내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도 놀랄 만큼 뿌듯해졌다.
돌아보면 그녀는 이제, 남의 대신 짊어지던 이름 없는 아니었다.
자신의 안목으로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보낸, 어엿한 한 사람의 편집자였다.
새 학기가 모교를 찾아, 후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들려주리라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밤이 얼마나 깊고 길던지, 그녀의 두 눈은 늘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How deep and long the nights ran — her eyes stayed forever red and bloodshot.
집안 형편만 아니었던들 그 꿈을 진작 이루었으련만.
Had it not been for her family's situation, she would long since have realized that dream.
학제가 어긋난 만큼 친구들의 소식도 뜸해졌다.
As their school calendars fell out of step, word from her friends grew scarce.
유진은 집에도 가지 못한 채 관리실 한구석에서 밤을 지새웠다.
Unable even to go home, Yujin sat up the whole night in a corner of the management office.
좋은 사람 있거든 한번 만나 보렴.
If there's a good man out there, go on and meet him just once.
두 사람은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The two of them never even noticed the night growing late.
Take the final quiz
3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