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마음

TOPIK 5#37 · Family & people

귀로 듣는 마음

The Heart Has Ears

Part 1

소연과 외사촌 다인의 유별나다는 것은, 어머니가 자매인 에서는 굳이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방학이 시작되면 둘은 어김없이 할머니의 낡은 기와집으로 모여들었다.

집의 밤은 언제나 할머니가 나지막이 풀어놓는 깊어 갔다.

화로 앞에 나란히 앉으면, 나오고 뒤따르는 이야기가 밤새 이어졌다.

이야기의 결말이 하도 기에,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쓴 서로의 손을 붙들곤 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인은 '하나만 더!' 하며 다음 이야기를 졸라 댔다.

소연은 무서움을 참으며, 할머니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오래도록 귀를 기울여 다.

이야기란 눈이 아니라 귀로 듣는 것이라는 사실이, 소연은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낮이 오면 둘은 마루에 엎드려 그림책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중에서도 소연은 하늘을 파랗게 칠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해, 파란색만은 아무리 칠해도 물리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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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할머니가 숱한 이야기 가운데 가장 아끼던 것은, 보는 늙은 이야기였다.

눈이 멀었어도 귀가 유난히 밝아, 사람의 숨소리만 듣고도 속마음을 훤히 알아챘단다.

이야기 임금의 곁에는, 오로지 눈과 힘만 믿는 하나 버티고 있었다.

다가올 화를 넌지시 일러 주어도, '눈먼 자의 말이 무슨 소용이오? 죄다 요!' 하며 쳤다.

할머니가 대목에서 목소리를 낮추면, 아이는 숨소리마저 죽이고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그러나 임금은 끝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고, 말을 예사로 흘려듣고 말았다.

뒤늦게 재앙이 들이닥치고 나서야, 임금은 고개를 저으며 호되게 나무랐다.

목소리를 능청스레 오가는 할머니의 입담은 혼자 하는 처럼 서, 손주들은 번번이 배를 잡고 넘어갔다.

그리고 이야기의 맺음말은 언제나 똑같았다 '얘들아, 마음이란 눈으로 보는 아니라 귀로 듣는 거란다.'

소연은 말이 좋으면서도, 어째서 사람들은 끝내 말을 믿지 못했을까 오래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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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세월이 흘러, 소연은 어느새 대학의 되었다.

강의가 없는 낮이면 그녀는 으레 식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무리의 중심에는 소문난 미주가 있어, 캠퍼스의 온갖 연애사가 그녀의 입을 거쳐 퍼지곤 했다.

어느 흐린 오후, 미주가 목소리를 은근히 낮추더니 남의 연애 이야기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 내가 어제 눈으로 똑똑히 봤길래 하는 말인데…' 미주가 소연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

소문인즉, 소연의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다는 이야기였다.

남을 흉보는 라면 질색이던 소연이었지만, 이번만은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처음에 소연은 그럴 없다며, 그건 새빨간 라고 잘라 부정했다.

눈에 보이던 그의 다정함만을 철석같이 믿은 나머지, 소연은 귀에 들리는 소문을 한사코 밀어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릴 이야기가 왜인지 자꾸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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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그러나 며칠이 지나기도 전에, 소문은 끝내 부정할 없는 사실로 굳어졌다.

눈에 보이던 다정함이 거짓이었음을, 소연은 눈으로 낱낱이 확인하고서야 겨우 인정할 있었다.

사람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소연의 단단하던 일상은 하루아침에 폭삭 무너져 내렸다.

크게 소연은 방문을 걸어 잠근 뒤, 며칠이나 이불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런 언니를 다인이 가만 두고 없었다.

다인은 한걸음에 달려와 방문을 두드리며, 그깟 남자 때문에 기운이 있거든 차라리 나랑 자고 큰소리를 쳤다.

소연이 됐다고 힘없이 지만, 다인은 들은 척도 않고 다짜고짜 소매부터 걷어붙였다.

'내가 이렇게 옆에 붙어 있는 한, 언니가 그깟 때문에 우는 꼴은 절대 봐. 그러니까 .' 다인이 소연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지는 사람이 방을 치우기로 하고 방바닥에 엎드려 한참을 더니, 소연도 모처럼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다인은 소연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수 곱게 빗겨, 가방에서 꺼낸 정성스레 꽂아 주었다.

어릴 소연이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책 하늘을 닮은 파란색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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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주말, 사람은 오랜만에 할머니를 뵈러 함께 길을 나섰다.

지하철에 오르자, 다인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소연의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마침 죄다 있던 터라, 소연은 계신 노인에게 얼른 자리를 양보하고 손잡이를 잡았다.

잠결의 다인이 '언니, 여기… 아니었어?' 하고 잠꼬대처럼 웅얼거리는 통에, 소연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밀자, 어린 이불 속에서 맡던 옛이야기 냄새가 코끝으로 끼쳐 왔다.

그날 밤, 소연은 끝내 할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죄다 털어놓으며 눈물을 훔쳤다.

할머니는 손녀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세상 풍파야 지나가는 법이라고 나직이 이르셨다.

소연이 속엣말을 털어놓은 이상, 감출 것도 없다는 할머니는 오래 묵은 기억 하나를 꺼내셨다.

소연이 어릴 외갓집에서 자랐다는 것을, 다인은 익히 알면서도 무게만은 이제껏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밤마다 귀로 들려오던 할머니의 사랑이 오래도록 대신 채워 것이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사람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웠고, 곁에 사람이 있으니 어릴 그토록 무섭던 이제는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어린 날의 고스란히 스민 밤은, 눈으로는 끝내 보지 못한 사랑을 소연이 마침내 온몸으로 알아듣는 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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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기에because; for (a formal, literary reason)

그 이야기의 결말이 하도 오싹했기에, 두 아이는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곤 했다.

Because the endings of those tales were so chilling, the two children would grip each other's hands tight.

-길래because, seeing that (a colloquial, spoken reason)

내가 어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길래 하는 말인데…

I'm only bringing it up because I saw it clear as day with my own eyes yesterday...

-(으)로 말미암아owing to, on account of (literary cause)

그 한 사람의 배신으로 말미암아, 소연의 일상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Owing to that one person's betrayal, Soyeon's daily life caved in overnight.

-는 한as long as, so long as (a condition that holds)

내가 이렇게 옆에 붙어 있는 한, 언니가 우는 꼴은 절대 못 봐.

As long as I'm stuck right here beside you, I won't watch you cry.

-(으)ㄴ/는 이상now that, since (given that something is established)

소연이 속엣말을 다 털어놓은 이상, 더 감출 것도 없었다.

Now that Soyeon had said everything on her heart, there was nothing left to hide.

~단다/~란다warm, oral storytelling narration ('you see', 'so it went')

마음이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거란다.

The heart, you see, is not a thing you see with your eyes but a thing you hear with your 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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