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은 차
The Tea That Stayed Warm
한구석, 지훈이 홀로 지키는 작은 언제나 오래 묵은 기름 냄새와 정적이 함께 배어 있었다.
늦은 오후가 되면 그는 낡은 하나둘 밝혔고, 그 노란 불빛 아래에서만큼은 시간이 십 년 전에 멈춘 듯했다.
낡은 스웨터를 즐겨 걸치는 그를 두고, 이웃 상인들은 알아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그 멋의 안쪽에는, 좀처럼 입 밖에 내지 못한 하나가 오래도록 웅크리고 있었다.
십 년 전, 그는 세라라는 여자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재능을 두루 그녀의 그림은 이름난 아낌없는 받았고, 평론가들은 특히 그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색채를 오래 기억했다.
그런 그녀 곁에서 지훈은 늘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초라한 재주를 부끄러워하기만 했다.
두 사람이 왜 끝내 말았는지, 그 까닭을 지훈은 오랫동안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못했다.
아니,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그 까닭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는 편이 옳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날 밤을, 그는 아직도 빗소리와 함께 기억한다.
세찬 비가 거리를 온통 적시던 그 밤, 지훈은 끝까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좁은 골목으로 몸을 .
처마 밑에 웅크린 그는, 붙잡아야 할 순간에 늘 뒷걸음질 치는 자신이 서러워 울었다.
어릴 적부터 소문난 그는,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기가 무섭게 눈물부터 앞섰다.
이상하게도 세라는 그런 그의 여린 구석을 오히려 아꼈지만, 정작 그는 그 애정마저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
이별에 붙여야 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자신의 .
헤어진 뒤로 그는 그 시절을 자꾸만 아름답게 , 기억 속 세라는 해가 갈수록 더 눈부시고 더 완벽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곱게 , 그것으로 지워지는 상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십 년이 흘렀고, 그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그 골목 앞을 마음 편히 지나지 못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그러던 어느 흐린 봄날, 문에 달린 종이 딸랑 울리며 세라가 안으로 들어섰다.
십 년 만의 .
두 사람 사이에는 무어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침묵이 한참이나 흘렀다.
지훈은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며 찻잔을 받쳐 조심스레 내왔다.
김이 하얗게 오르는 찻잔에서 은은한 번져, 얼어붙어 있던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아주 천천히 녹였다.
코트를 벗어 팔에 걸친 세라는, 십 년 전보다 오히려 더 깊고 단단해진 눈빛의 되어 있었다.
"네가 끓여 준 차는, 그때랑 조금도 안 변했네." 그녀가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며 말했다.
그 한마디에 다시 그녀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울컥 솟을망정, 지훈은 애써 그 마음을 목 안으로 눌러 삼켰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그날 저녁, 두 사람은 뒷골목의 오래된 백반집에 마주 앉았다.
세라는 요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그중에서도 설명하는 일이 가장 골치라고 했다.
"이를테면 '미역국을 먹다' 같은 , 대체 어디서부터 풀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훈은 그 서툰 고충담이 어찌나 정겹던지, 실로 오랜만에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식사가 끝나 갈 무렵, 종업원이 낡은 두 사람 사이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세라가 익숙한 손짓으로 집으려 하자, 지훈이 저도 모르게 먼저 손을 뻗었다.
"오늘은 내가 낼게. 사양은 ." 그가 짐짓 농담처럼 말했다.
사실 예전 같으면, 그가 먼저 나서서 그녀를 이렇게 저녁 자리로 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십 년 전 첫 데이트도, 그가 벌벌 떨며 용기를 쥐어짜 그녀를 끝에 겨우 성사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 다시 그녀를 붙잡아 보겠다는 욕심만은, 스스로 생각해도 일 같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헤어지기 전, 세라는 접어 두었던 종이 한 장을 지훈에게 슬며시 건넸다.
함께 작은 전시회를 열어 보자는, 날짜와 준비 목록이 또박또박 적힌 소박한 .
집으로 돌아온 지훈은 불도 켜지 않고 한참이나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찻잔과 천천히 씻으며, 오늘 하루를 한 장면 한 장면 곱씹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그는 따뜻한 물을 가득 받은 몸을 깊이 담갔다.
퍼지는 나른한 속에서, 그는 실로 오랜만에 마음의 매듭이 느슨하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문득 그는, 평생 티격태격하면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부모님의 떠올렸다.
좋은 결국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식어 가는 서로의 말없이 지켜 주는 일임을, 그는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여느 때보다 환하게 켜고 새 그림을 걸 자리를 오래 가늠했다.
이제 그는 지나간 굳이 도, 그 자리에 주저앉지도 않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세라의 그림이 다시 세상의 받을 그날을 그려 보며, 그는 그녀의 벽 한가운데에 붙였다.
한 단어로 닫혀 있던 이야기가, 그렇게 조용히 새로운 첫 장을 펼치고 있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지훈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좁은 골목으로 몸을 피신했다.
Jihoon fled into a narrow alley without ever getting a single word out.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기가 무섭게 눈물부터 앞섰다.
The instant a decisive moment bore down on him, the tears would well up first.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울컥 솟을망정, 그는 애써 그것을 눌러 삼켰다.
Even as the urge to hold on surged up, he forced it down.
어디서부터 풀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I honestly couldn't figure out where to even begin unpacking it.
옛일을 아무리 곱게 미화한들 지워지는 상처는 없었다.
However finely he romanticized the past, no wound was erased.
기억 속 세라는 해가 갈수록 더 완벽해졌다.
The Sera in his memory grew more perfect with each passing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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