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뒤의 가위바위보
Rock-Paper-Scissors, a Decade Later
서른을 넘긴 지현의 하루는 언제부턴가 잔잔한 반복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침마다 손을 씻고 거친 손등에 펴 바르는 일에는 어떤 어긋남도 없었다.
저녁이면 재활용품을 요일에 맞춰 , 낮에 놓친 드라마 틀어 놓은 채 혼자 국을 데웠다.
그렇게 단조로운 삶을 그녀는 오래전부터 일부러 골라 온 것이었다.
어느 겨울, 그녀의 세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준영이 아무 말도 없이 감추었다.
소문만 무성했다 — 누군가는 그가 갔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를 친구들을 판 불렀다.
열여섯 소년에게 씌워진 지나치게 무거운 것이었다.
그리고 지현은 그 어느 소문에도 끼어들지 못하고 십 년을 침묵으로 흘려보냈다.
그에게 갚지 못한 무언가가 늘 가슴 한구석에 얹혀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그 무게를 외면해 왔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로부터 십 년, 지현은 작은 회사의 평범한 직원이 되어 있었다.
그날은 회사가 오랫동안 공들여 온 수출 계약을 마침내 한 날이었다.
상대는 대형 , 지역의 바이어들까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계약이 성사될 것에 대비해, 회사는 몇 달 전부터 수출할 물량을 넉넉히 두고 있었다.
협상을 이끄는 팀장은 늘 침착하고 사람이라, 지현은 그의 손끝만 보아도 마음이 놓였다.
회의가 접어들면서, 이제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모두가 펜을 들려는 순간,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상대 회사의 실무 책임자가 뒤늦게 도착했다는 전언이 조용히 돌았다.
낯선 그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십 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바로 그 준영이, 지금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꿈인지 한동안 분간하지 못했다.
“저 사람, 예전에 높던 그 애 아니야?” 누군가 낮게 수군거렸다.
오래전 그 일로 그에게 품어 온 선배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성큼 다가가 준영의 어깨를 거칠게 .
준영은 휘청했지만, 아무 대꾸도 없이 다시 몸을 세웠다.
지현의 곁에 앉은 후배가 그녀의 소매를 슬며시 당겼다.
“선배, 저 사람 정말 아세요?” 고개를 기울이며 후배가 목소리를 낮췄다.
대답 대신, 지현의 목에서는 난데없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긴장이 몸을 배신할 때마다 어김없이 튀어나오던, 어릴 적 그대로의 었다.
소란 속에서도 준영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고, 가만히 눈인사를 건넸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그날, 준영이 사라진 진짜 이유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시절, 그는 친구들이 저지른 잘못을 홀로 뒤집어쓰고 들어갔던 것이다.
그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정작 그 진실의 반의반도 알지 못했다.
준영은 그 친구들에게조차 아무런 남기지 않았노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지현은 오래 미뤄 둔 기억 하나가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 겨울 사고를 친 것은 사실 그녀를 포함한 몇몇 아이들이었고, 준영은 자신이 벌을 받을지언정 끝내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받았어야 할 벌을 대신 그에게, 그녀가 것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른 뒤 준영은 건너가 작은 사업을 일으켰고, 오늘 이 자리에는 상대측 대표로 앉게 되었다고 했다.
한때 만 기억되던 그를, 의 바이어들은 하나같이 “가장 상대”라고 평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회의는 이르러, 팀장이 마침내 계약서에 서명하며 거래를 .
어느새 지현의 딱 멎어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조금 전 그를 선배가 슬며시 다가와 고개를 숙였고, 준영은 지난 일을 탓하지 않고 그 사과를 받았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회사 앞 카페에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커피값을 누가 낼지를 두고, 그들은 때처럼 했다.
지현이 지자 준영은 장난스레 웃으며 지갑을 열었고, 그 웃음에는 열여섯 소년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알고 보니 준영은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 성실한 되어 있었다.
요즘도 어린 딸의 볼에 발라 주고 함께 재활용품을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낙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현은 그 행복이, 매일 아침 손을 씻는 자신의 조용한 삶과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낮에 놓친 틀어 놓았지만, 화면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낮의 일이 자꾸만, 꿈이 아니라 또렷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십 년 동안 마음속에 두었던 미안하다는 말을, 그녀는 이제야 건넬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된 걷히자, 끊겼던 우정도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Vocabulary
Grammar notes
낮에 놓친 드라마 재방송을 틀어 놓은 채 혼자 국을 데웠다.
With a rerun of a drama she'd missed by day left playing, she heated soup for one.
준영은 자신이 벌을 받을지언정 끝내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Even if it meant taking the punishment himself, Junyoung to the very end named no one.
십 년 동안 마음속에 비축해 두었던 미안하다는 말을, 그녀는 이제야 건넬 수 있을 것 같았다.
The words of apology she'd stored up for ten years — only now did she feel she could offer them.
그를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정작 그 진실의 반의반도 알지 못했다.
The people who pointed at him as a traitor knew not even a quarter of that truth.
그는 친구들이 저지른 잘못을 홀로 뒤집어쓰고 소년원에 들어갔던 것이다.
The truth was, he had taken the blame for his friends' wrong alone and been sent to juvenile detention.
오래된 오해가 걷히자, 끊겼던 우정도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As the old misunderstanding lifted, their severed friendship, too, was quietly finding its way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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