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의 바다
My Share of the Sea
열일곱이 되던 그해 여름, 나는 할아버지의 바닷가 식당으로 보내졌다.
그것은 돌아감이라기보다 가까웠고, 나는 도착한 첫날부터 서울로 돌아갈 날짜를 손꼽아 세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삼십 년 넘게 그 작은 식당을 지켜 온, 우리 집안의 .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비린내 나는 낡은 식당에 지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새벽마다 그 매콤한 양념을 개어, 볶은 손님을 맞았다.
식당 뒤편에는 할아버지가 평생을 드나든 있었고, 지붕 위로는 온 하늘을 제 것인 양 끼룩끼룩 맴돌았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릇을 나르다 한 무더기를 깨뜨릴 뻔하며 또 .
할아버지는 손질하던 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하려무나" 하고 짧게 일렀다.
왜 하필 여기인가. 형도 있고 사촌도 있는데, 어째서 나만 이 비린 여름에 붙들려야 하는가.
나는 달력에 남은 날수를 세어 두고는, 오직 그 숫자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1
그 할아버지는 밤마다 들고 누렇게 바랜 들여다보곤 했다.
낡은 종이 위에는 우리 집안 백 년의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이름들 사이에는 어느 여인의 이름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여인에 얽힌 사연은 오래전부터 마을을 떠도는 되어, 사람들은 밤마다 그것을 점점 더 부풀려 아이들을 겁주었다.
"사람들은 그이를 무서운 귀신으로 만들었지만, 실은 곱고 억울한 사람이었단다."
잔혹했던 것은 그 여인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 하나를 귀신으로 몰아간 마을 쪽이었다고 할아버지는 나직이 덧붙였다.
" 그저 괴담일 뿐이란다."
그러나 그 말은 어쩐지 반대로 들렸다. 정말 무서운 것은 죽은 귀신이 아니라 산 사람들의 입이라는 뜻으로.
그 밤 나는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책 속에 갇힌 그 숱한 죽은 이름들이, 언젠가 나마저 제 곁 한 줄에 적어 넣으려 손을 뻗는 것만 같아서였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주말이 되자 흩어져 살던 친척들이 다지겠다며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모임은 아궁이로 데운 열렸는데, 방바닥은 엉덩이가 델 만큼 뜨거웠다.
소문난 막내 삼촌은 회비 이야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슬그머니 마당으로 사라졌다.
그때 담 너머에서 옆집 노인이 우리 가족을 향해 걸걸한 목소리로 .
"복도 지지리 없는 것들, 그 식당 언제 망하나 어디 두고 보자!"
할머니는 그 모진 말들에 온종일 마음을 졸이며 .
나는 귀신 이야기보다, 그렇게 할머니의 얼굴이 훨씬 더 무서웠다.
어젯밤 할아버지가 들려준 문득 떠올랐다. 정말 것은 죽은 귀신이 아니라, 살아서 저주를 퍼붓는 입이었다.
할아버지는 그저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렴" 하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국자를 저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그 악담을 밥상 밖에 내어놓은 채, 오래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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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3
그 여름 내내 나의 탈출 계획은 오직 대학 입시 하나뿐이었다.
나는 두꺼운 끼고 살았고, 옆 마을 누나가 이따금 찾아와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풀어 주었다.
그 마지막 장을 덮는 날이 곧 이 바닷가를 떠나는 날이 되리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외국인 여행자가 지도를 손에 들고 식당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녀는 그 흔한 한 접시에 낮은 탄성을 지으며, 내가 지겹도록 여겨 온 이 비린 마을을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그녀가 나를 마주 보았을 때, 그 맑은 두 눈 속에 조그만 , 곧 나 자신의 모습이 비쳐 있었다.
남의 눈에 비친 나를 그렇게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고, 그 순간 나는 이 낡은 식당과 그 안에 선 나를 처음으로 바깥에서 바라보았다.
마침 그 주에는 사촌 동생의 돌잔치가 열려, 아기가 상에서 붓을 덥석 움켜쥐자 온 방이 왁자하게 웃었다.
할머니는 내 손을 가만히 쥐고는, 너도 어릴 적 상에서 할아버지의 붓을 덥석 잡았단다, 하며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시절 나는 그런 옛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지만, 그날만은 그 오래된 실오라기 하나가 슬며시 내 발목을 붙드는 것만 같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여름이 저물 무렵의 새벽이면, 마을 서로의 뱃길과 위치를 주고받았다.
할아버지도 낡은 하나를 손에 쥐고 바다로 나가는 배들을 오래 지켜보았고, 그 어선을 따라 수면 위를 낮게 스쳤다.
여름의 끝자락에, 우리 식당은 새 철을 맞아 조촐하게 지냈다.
할아버지는 시루떡을 올린 앞에 서서, 무사함과 온 식구의 건강을 정성을 다해 빌었다.
격인 김 선장이 찾아와 우리와 나란히 절을 올렸다.
나는 그 엄숙한 자리에서도 또 향로를 넘어뜨릴 뻔했다.
예전 같으면 얼굴이 화끈거려 숨고 싶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식구들과 함께 소리 내어 웃어 버렸다.
그 소문난 삼촌마저 이날만은 지갑을 활짝 열어 제수 값을 선뜻 보탰으니, 모두가 놀랄 만도 했다.
끝나자 할아버지는 축문을 읽던 목소리를 문득 낮추어, 지극히 평범한 말투로 나에게 일렀다. "언젠가 이 , 저 , 결국 네 몫이 될 게다."
나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우는 소리 너머로, 내가 정한 적 없는 사이에 이 바닷가가 어느새 내 자리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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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실은 곱고 억울한 사람이었단다.
In truth she was a gentle soul, and a wronged one, you know.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렴.
Don't be shaken by other people's words.
왜 하필 여기인가. 어째서 나만 이 비린 여름에 붙들려야 하는가.
Why here, of all places? Why was he the only one shackled to this fishy summer?
축문을 읽던 목소리를 문득 낮추어, 지극히 평범한 말투로 나에게 일렀다.
He suddenly lowered the voice with which he'd been reading the prayer and spoke to me in an utterly ordinary tone.
괴담은 그저 괴담일 뿐이란다.
A ghost tale is nothing but a ghost tale — said in a way that means the oppo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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