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붓끝

TOPIK 5#48 · Art & music

요리사의 붓끝

The Chef's Brush

Part 1

지원에게는 낮과 밤이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인 듯했다.

낮의 그녀는 작은 식당에서 칼을 요리사였고, 사람들은 그녀를 한식의 주자라 불렀다.

그녀의 매콤달콤한 소스를 두른 접시로, 손님들은 오직 접시를 맛보려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밤이 내리면 그녀는 앞치마를 벗고 태블릿 앞에 앉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하나의 얼굴이 되었다.

요즘 낮의 식당에는 불길한 소문 하나가 감돌고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어느 식당을 통째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주방의 주인이 되는 이상, 지원이 해를 바쳐 지켜 자리도 하루아침에 사라질지 몰랐다.

하필 그날은 지원이 마감 주방을 정리하는 청소 .

끝내고 홀로 남은 밤, 그녀는 식은 소스를 다시 데우는 대신 조용히 태블릿을 켰다.

칼을 놓았던 손끝이, 이번에는 펜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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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Part 2

지원이 밤마다 붙들고 있던 것은 조선을 배경으로 웹툰이었다.

이야기의 한복판에는 백성을 쥐어짜는 탐욕스러운 버티고 있었다.

그의 끝없는 아래, 마을의 나날이 메말라만 갔다.

임금이 값진 몰래 빼돌리려 획책했다.

굶주린 백성을 먹일 밑천이 되어야 보물이, 사람의 욕심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밤, 젊은 하나가 처단하고자 품속에 자루를 감춘 관아의 담을 넘었다.

그러나 그가 뽑아 끝내 심장에 가닿지 못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자의 ,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을 어긋나게 만든 탓이었다.

여기까지 그리고 나서, 지원은 문득 펜을 멈추었다.

이야기가 너무 뻔한 길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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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2

Part 3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녀는 이야기의 허리에 하나의 했다.

온갖 저지른 , 실은 누군가의 지나지 않았다는 폭로였다.

진짜 악당은 사또의 뒤에 숨어 팔아 잇속만 챙기던 .

앞부분에 짧은 회상 장면을 두자, 흩어져 있던 복선들이 비로소 하나로 꿰어졌다.

완성한 회차를 인기 웹툰 사이트에 것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 아직 잠들지 않은 독자들의 댓글이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 그녀의 이야기는 뭇사람의 단숨에 끌어당겼다.

조회 수는 반나절 만에 백만에 , 방송과 잡지가 앞다투어 그녀를 찾았다.

신문은 작품의 탄생 과정을 인터뷰와 함께 큼직하게 실었다.

그러나 정작 지원은,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낯선 두려움 하나가 함께 자라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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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갑작스러운 짓눌린 그녀는, 며칠 휴가를 내어 향했다.

이른 아침 호숫가에는 물안개가 낮게 깔려, 세상이 온통 젖은 솜처럼 고요했다.

그녀는 발치에 구르던 조약돌 하나를 집어 위로 던졌다.

, 돌은 짧은 소리를 남기고 잔잔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하나의 조약돌이 소리와 함께 동그란 물결을 밀어냈다.

물안개가 옷깃으로 스며들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감기 기운에 떨면서도, 마음만은 오랜만에 .

문득 그녀는, 자신이 화려한 갇힌 마리 새가 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환호라는 이름의 , 어느새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그려 , 그녀 역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 일이 있으니 당장 올라오라"는 대표의 문자가 화면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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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걸음으로 서울로 돌아온 그녀 앞에, 식당을 바로 앉아 있었다.

뜻밖에도 그는 식당을 오래도록 아껴 단골이자, 그녀의 웹툰을 처음부터 지켜본 열혈 독자였다.

그는 지원을 내치기는커녕, 그녀를 식당의 대표로 세우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의 거스르면 큰일이 난다며, 직원들은 잔뜩 얼어붙어 있었다.

그러나 지원은 그의 살피는 대신, 오직 자신의 요리로 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접시를 어느 때보다 정성껏 새로 차려 냈다.

입을 맛본 얼굴에, 마치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내민 계약서에는 없는, 오직 정직한 약속만이 적혀 있었다.

그날 웹툰의 최종화가 , 구독자 수는 어느새 백만에 있었다.

이튿날 신문은 " 이야기꾼의 통쾌한 "이라는 제목 아래 그녀의 얼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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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 채(로)while remaining in a certain state; with something left as it is

젊은 의병은 품속에 단도 한 자루를 감춘 채 관아의 담을 넘었다.

The young rebel slipped over the office wall with a single dagger hidden in his breast.

-고자 (intending to)in order to; with the intent to (formal, literary)

젊은 의병은 사또를 처단하고자 관아의 담을 넘었다.

The young rebel scaled the office wall, bent on cutting down the magistrate.

-(으)ㄴ/는 이상now that; given that; as long as (a premise taken as settled)

그가 주방의 새 주인이 되는 이상, 그녀의 자리도 하루아침에 사라질지 몰랐다.

Given that he was to become the kitchen's new master, her place too might vanish overnight.

-기는커녕far from doing X; let alone X — the opposite happens instead

그는 지원을 내치기는커녕 식당의 차세대 대표로 세우고 싶어 했다.

Far from driving Jiwon out, he wanted to install her as the restaurant's next-generation head.

마치 -(으)ㄴ/는 듯(이)as if; just as though

한 입을 맛본 투자자의 얼굴에 마치 왕관이라도 쓴 듯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After one bite, a satisfied smile spread across the investor's face, as if he were wearing a c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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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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