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던 아군

TOPIK 5#50 · Travel & place

곁에 있던 아군

The Ally Beside Me

Part 1

우리 극단 '한빛'은 올해로 주년을 맞았다.

나는 낡은 무대에 가장 오래 남은 가운데 하나다.

전, 연극에 미친 청년 다섯이 작은 맺듯 극단을 세웠다.

가진 것은 변변찮았으나, 우리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

무대에 오를 시간이 본디 것을, 시절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기념 공연을 앞둔 어느 저녁, 맡은 선배가 느닷없는 내렸다.

"올해는 연습 없다. 다들 채비해라. 바다나 보러 가자."

목적지는 벚꽃과 파도로 이름난 했다.

오래 함께한 우리에게도 그런 처음이라, 나는 오랜만에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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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1

Part 2

그러나 여행 채비는 마음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나는 먼저 가는 뒤졌다.

하지만 , 값싼 이미 뒤였다.

여행 번이고 새로 고쳐 봐도, 빈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기차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는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창을 때마다, 버스마저 글자가 떴다.

나는 화면을 노려본 시간이나 매달렸다.

다들 올봄 운이 어지간히도 나쁘다며 했다.

그러다 취소 표가 하나둘 풀리면서, 겨우 버스에 자리를 잡을 있었다.

표가 다시 동나기 전에 마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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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밤을 꼬박 새워 닿은 새벽 바닷바람은 차고도 맑았다.

우리는 벚꽃이 공원 한쪽에 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나는 떨어진 꽃잎 하나를 집어 손톱에 여린 빛깔에 잠시 넋을 잃었다.

봄은 짧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점심으로는 고장의 요리를 먹기로 했다.

뜨끈한 국물이 상에 오르자, 선배가 겁을 주었다.

"이래 봬도 독이 있는 놈인데, 너희는 무섭느냐?"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지만, 정작 솜씨 좋게 우려낸 국물은 더없이 시원하고 담백했다.

돌아오는 길, 낡은 시외버스가 가파른 고갯길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시동이 꺼지자,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행히 이웃 마을의 한달음에 달려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삼십 만에 버스를 되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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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여행 내내 막내 수아가 유난히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저 탓이려니 여겼다.

나는 본디 남의 기분에 사람이었다.

수아는 얼마 오디션에서 운이 없이 배역을 놓친 참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위로는커녕, 농담을 던지며 자꾸 여린 상처를 건드렸다.

"막내야, 아까부터 그렇게 말이 없느냐? 웃어라."

나는 내가 후배들의 좋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밤늦게 숙소 마당에서, 수아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선배는… 어쩌면 그렇게 없으세요?"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믿어 왔지만, 정작 나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오랜 믿음을 내게 편한 쪽으로만 새겨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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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나는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려 애썼다.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나는 수아의 곁에서 애의 대사를 함께 읽으며 뒤늦게나마 배우려 했다.

선배는 슬며시 내게 건넸다. "이제 후배들 마음은 네가 살펴 주어라."

마침 무렵, 오랜 동료 하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우리는 모아 봉투에 정성껏 담았다.

결혼식 날, 나는 봉투를 건네며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공연 첫날, 극장 앞에는 여러 단체가 보낸 축하 줄지어 늘어섰다.

사이에서, 우리는 극단의 낡은 깃발을 지붕 위에 .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나는 전의 기억과 나란히 .

공연이 끝난 밤, 우리는 옛날처럼 무대 위에 펴고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다섯이 맺었던 어설픈 , 어느새 서로를 헤아릴 아는 진짜 모임이 되어 있었다.

다시 깃발 아래에서, 나는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 눈부신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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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한다체 대화 (-느냐/-아라/-자)plain-style speech acts used by a senior to juniors — questions in -느냐, commands in -아/어라, proposals in -자

막내야, 왜 그렇게 말이 없느냐? 좀 웃어라.

Hey, youngest — why so quiet? Come on, smile.

문체 전환 (register shift)a deliberate shift between the narrator's literary 한다체 reflection and the blunt spoken banmal of the troupe

"올해는 연습 없다. 다들 채비해라. 봄 바다나 보러 가자."

"No rehearsals this year. Everyone, get ready. Let's just go see the spring sea."

반어·함축 (irony & subtext)irony and subtext — the surface claim carries a meaning the narrator cannot yet see; the reader catches it first

나는 내가 늘 후배들의 좋은 아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I never for a moment doubted that I was always a good ally to my juniors.

한자어 추상 (hanja-heavy abstraction)abstract Sino-Korean diction (창립·동맹·아군·유한) that carries the story's conceptual weight

무대에 오를 시간이 본디 유한하다는 것을, 그 시절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That our time to stand on the stage was, by its nature, finite — back then none of us yet grasped it.

장단 리듬 (long/short sentence rhythm)a long, clause-heavy sentence deliberately answered by a short one for rhythm and impact

봄은 짧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Spring was short, and so it wa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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