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던 아군
The Ally Beside Me
우리 극단 '한빛'은 올해로 십 주년을 맞았다.
나는 이 낡은 무대에 가장 오래 남은 가운데 하나다.
십 년 전, 연극에 미친 청년 다섯이 작은 맺듯 이 극단을 세웠다.
가진 것은 변변찮았으나, 우리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
무대에 오를 시간이 본디 것을, 그 시절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기념 공연을 한 달 앞둔 어느 저녁, 맡은 선배가 느닷없는 내렸다.
"올해는 연습 없다. 다들 채비해라. 봄 바다나 보러 가자."
목적지는 벚꽃과 파도로 이름난 라 했다.
오래 함께한 우리에게도 그런 처음이라, 나는 오랜만에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그러나 여행 채비는 마음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나는 먼저 로 가는 뒤졌다.
하지만 봄 , 값싼 이미 뒤였다.
여행 몇 번이고 새로 고쳐 봐도, 빈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밤 기차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는 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창을 열 때마다, 버스마저 글자가 떴다.
나는 화면을 노려본 채 몇 시간이나 매달렸다.
다들 올봄 운이 어지간히도 나쁘다며 했다.
그러다 취소 표가 하나둘 풀리면서, 겨우 버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표가 다시 동나기 전에 마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2
밤을 꼬박 새워 닿은 의 새벽 바닷바람은 차고도 맑았다.
우리는 벚꽃이 공원 한쪽에 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나는 떨어진 꽃잎 하나를 집어 손톱에 그 여린 빛깔에 잠시 넋을 잃었다.
봄은 짧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점심으로는 이 고장의 요리를 먹기로 했다.
뜨끈한 국물이 상에 오르자, 선배가 겁을 주었다.
"이래 봬도 독이 있는 놈인데, 너희는 안 무섭느냐?"
나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지만, 정작 솜씨 좋게 우려낸 국물은 더없이 시원하고 담백했다.
돌아오는 길, 낡은 시외버스가 가파른 고갯길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시동이 꺼지자,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행히 이웃 마을의 한달음에 달려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삼십 분 만에 버스를 되살려 놓았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3
여행 내내 막내 수아가 유난히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저 탓이려니 여겼다.
나는 본디 남의 기분에 사람이었다.
수아는 얼마 전 오디션에서 운이 없이 큰 배역을 놓친 참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위로는커녕, 농담을 던지며 자꾸 그 여린 상처를 건드렸다.
"막내야,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느냐? 좀 웃어라."
나는 내가 늘 후배들의 좋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밤늦게 숙소 마당에서, 수아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선배는… 어쩌면 그렇게 없으세요?"
그 한마디에, 내 말문이 막혀 버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믿어 왔지만, 정작 나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그 오랜 믿음을 내게 편한 쪽으로만 새겨 온 것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4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나는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려 애썼다.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나는 수아의 곁에서 그 애의 대사를 함께 읽으며 뒤늦게나마 배우려 했다.
선배는 슬며시 내게 새 건넸다. "이제 후배들 마음은 네가 좀 살펴 주어라."
마침 그 무렵, 오랜 동료 하나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 우리는 모아 봉투에 정성껏 담았다.
결혼식 날, 나는 그 봉투를 건네며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공연 첫날, 극장 앞에는 여러 단체가 보낸 축하 줄지어 늘어섰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극단의 낡은 깃발을 지붕 위에 .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을, 나는 십 년 전의 기억과 나란히 .
공연이 끝난 밤, 우리는 옛날처럼 무대 위에 펴고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다섯이 맺었던 그 어설픈 , 어느새 서로를 헤아릴 줄 아는 진짜 모임이 되어 있었다.
다시 깃발 아래에서, 나는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 눈부신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막내야, 왜 그렇게 말이 없느냐? 좀 웃어라.
Hey, youngest — why so quiet? Come on, smile.
"올해는 연습 없다. 다들 채비해라. 봄 바다나 보러 가자."
"No rehearsals this year. Everyone, get ready. Let's just go see the spring sea."
나는 내가 늘 후배들의 좋은 아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I never for a moment doubted that I was always a good ally to my juniors.
무대에 오를 시간이 본디 유한하다는 것을, 그 시절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That our time to stand on the stage was, by its nature, finite — back then none of us yet grasped it.
봄은 짧고, 그래서 아름다웠다.
Spring was short, and so it wa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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